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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박나래를 둘러싼 갑질·폭행·불법 의료행위 의혹이 경찰 수사 단계로 넘어가며 ‘주사게이트’의 실체 규명이 시작됐다.
현재 박나래 관련 고소·고발 사건은 총 6건으로, 경찰은 사안별로 관할을 나눠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가운데 핵심 쟁점으로는 의료기관 외 장소에서 이뤄진 이른바 ‘왕진 링거’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부각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1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박나래가 피소된 사건은 5건, 박나래 측이 제기한 맞고소 사건은 1건으로 총 6건이 사안별로 각 경찰서에 배당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나래가 피소된 사건들은 서울 강남경찰서가, 박나래 측이 전 매니저들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 사건은 용산경찰서가 담당하고 있다.
강남경찰서는 전 매니저들이 제기한 특수상해,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와 함께, 박나래가 의료시설이 아닌 장소에서 무면허자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주사·수액 시술을 받았다는 의료법 위반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의 핵심은 특수폭행 여부와 의료법 위반 여부”라며 “현재는 수사 초기 단계로, 고소·고발인 조사도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최근 전 매니저들이 박나래로부터 사적인 심부름과 술자리 강요,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일부 매니저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이유로 술잔이 던져져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했고, 병원 예약 및 대리처방 등 의료 관련 심부름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나래 개인 회사 자금이 특정인에게 지급됐다는 횡령 의혹도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논란은 이후 불법 의료행위 의혹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박나래가 병원 등 의료기관이 아닌 오피스텔이나 차량 등에서 이른바 ‘주사 이모’로 불리는 지인으로부터 링거 주사 등 의료행위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공개된 사진에는 의료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장소에서 주사를 맞는 모습이 담겼으며, 해당 시술자가 국내 의사 면허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나래의 ‘불법 의료행위’ 의혹과 관련해 문화일보는 15일 김해 호텔에서 링거 시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A의 입장을 전했다. A는 “반찬값 정도 벌려고 했던 일”이라면서도 박나래에게 의료 시술을 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는 박나래의 ‘주사 이모’로 알려진 이씨와는 다른 인물이다.
박나래 전 매니저는 2023년 7월 촬영 후 김해 호텔에서 처음 보는 인물에게 링거를 맞았다고 주장하며, A와 주고받은 문자와 계좌 이체 내역을 공개했다. A는 의료 면허 취득 사실은 부인하며 과거 병원·약국 근무 이력을 언급했다.
이와 별도로 ‘주사 이모’ 이씨는 해외 의대 교수 경력을 주장했으나 국내 의사 면허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박나래가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수면제 등을 제3자 명의로 대리 처방받아 복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돼, 의료법뿐 아니라 약사법 및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가능성까지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의료계는 이 사안의 법적 판단 기준으로 ‘왕진’과 불법 의료행위의 구분을 제시한다. 의료법상 왕진은 의료인이 환자의 요청에 따라 의료기관 외 장소에서 진료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전제 조건은 시술 주체가 적법한 의료인이라는 점이다. 장소가 병원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왕진 역시 의료인이 직접 진찰·시술하고 진료 기록 작성과 의약품 관리 의무를 동일하게 부담해야 한다.
반면 시술자가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이 아니거나, 의료인의 지시·감독 없이 침습적 의료행위가 이뤄졌다면 의료법 제27조가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 의료계와 법조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특히 정맥주사·수액 투여는 침습적 의료행위로 분류돼, 의료인 외 제3자가 시행할 경우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판단해 왔다는 것이 기존 판례와 수사 관행이다.
법원과 수사기관은 이른바 ‘왕진 링거’ 사건에서 장소보다는 시술 주체, 절차의 적법성, 반복성·영리성을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아왔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대가를 받고 반복적으로 링거를 제공한 경우, 의료법 위반뿐 아니라 보건범죄단속법 적용 가능성도 검토된 사례가 있다. 피시술자의 경우에도 시술자가 의료인이 아님을 인지했거나 불법임을 알면서 반복적으로 시술을 받았다면 방조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는 판례도 존재한다.
의료단체들은 “비의료인의 정맥주사 행위는 원칙적으로 의료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수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은 “박나래 주사이모 나온 포강의대 실체는 유령 의대다. 포강의과대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도 8일 “의료법 제27조를 위반한 명백한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경찰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행정적 대응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사실관계가 확인될 경우 의료법·약사법·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해 행정 조사 및 후속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나래 측은 “법적으로 문제 될 의료행위는 없었다”며 “평소 다니던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에게 왕진을 요청해 영양제 링거를 맞았을 뿐”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횡령 및 갑질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박나래는 출연 중이던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경찰은 “유명인 사건이라고 해서 수사가 지연되거나 축소되는 일은 없다”며 “모든 사건을 동일한 기준에서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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