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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환의 시사저격] 국민의힘은 끝내 자멸하려는가
정당이 생명력 잃으면 국민에게서 버림받아
‘낙점’ 경선은 자유경쟁 민주 선거 원칙 위반
비밀 감춰도 ‘대나무 숲’에서는 소리 나는 법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5-01 06:31:30
 
▲ 구월환 대한언론인회 주필‧관훈클럽 39대 총무
국민의힘 차기 유망주 한동훈의 퇴진과 이른바 윤·한 갈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국힘에서는 어설픈 당권 봉합 작업이 이루지고 있다. 그러나 당권 선거를 앞두고 불쑥 삐져나온 나경원·이철규 연대설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각각 당 대표·원내대표를 맡기로 했다는 소문인데 국민의힘이 민심을 받들지 않고 윤심을 받들려고 한다면 총선 참패에 이어 또다른 참패를 예비하는 것이다. 윤심이 작용한 것이라면 이것은 민주주의 핵심인 자유경선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국민을 빼놓고 ‘윗분’의 뜻을 따르려고 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지난 총선 결과가 그렇고 그 6개월 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p 차로 대패한 결과가 그렇다. 이 두 개의 참패로부터 깨닫지 못한다면 국힘의 장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의 참패가 말하는 가장 큰 교훈은 대통령이 선거나 정당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은 국힘 경선에서 누가 이길지 모르는 자유로운 경쟁을 보고 싶지 누가 이길지 뻔한 선거, 특정인을 대통령이 밀어 주는 경쟁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윤심 운운하며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리자 김이 빠지고 한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그가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신화 속의 미다스가 온다고 해도 최소한 선거에서는 관객들이 그런 초능력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누가 이길까 가슴을 두근거리며 구경하고 응원하는 재미가 없을 테니까.
 
그런데 대통령의 손을 탄 강서구 선거가 참패한 이후 4.10총선에서는 한창 잘 싸우고 있는 한동훈 총사령관을 물러나라고 한, 소위 1.21사태가 참패를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대통령은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사실과 선거 원리를 홍준표 같은 ‘내부 총질러’가 모르는 것은 별로 문제가 없지만 만약 대통령과 윤핵관들도 이걸 모르고 있다면 최소한 앞으로 있을 여러 선거에서는 희망이 없다고 자신 있게 예언할 수 있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뜨거운 맛을 본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차기 원내대표에 이철규, 당 대표에 나경원으로 낙점이 끝났다니 이건 너무 무모한 도전이다. 이철규는 원조 윤핵관으로서 윤재옥 원내대표와 같은 경찰 출신이다. 당 사무총장 시절 강서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금세 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복귀하여 한동훈과 윤심 공천 문제로 다투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가 나경원과 함께 대통령을 만났다는 것은 한동훈이 물러난 당 대표 자리를 예약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른바 ‘낙점’ 시비를 불러왔다.
 
낙점이라니! 이런 말은 영국이나 미국 선거에서는 들을 수 없는 이상한 용어다. 왕정시대도 아닌데 만약에 이 소문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이것은 국힘의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생명력 없는 정당이 가까운 장래에 있을 여러 보궐선거나 2026 전국 지방자치단체 선거, 그리고 202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겠다고 한다면 그건 기적을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아니, 차기 선거는 고사하고 당장의 정권 안위가 문제다. 이런 현상은 필연적으로 대통령의 리더십을 약화시킬 것이고 정권 지지도를 떨어뜨릴 것이다. 대통령이 여당 경선에 영향을 주는 행위에 대해 당내 국회의원들도 거부반응을 보일 것이다. 2028년의 차기 총선은 윤대통령의 임기 만료 후가 되기 때문에 영향력도 줄어들 터이다.
 
대통령의 ‘낙점’은 성공해도 실패해도 문제다. 실패한다면 당정에 대한 리더십이 쇠퇴할 것이고 성공한다 하더라도 국민적 비판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우기 윤 대통령이 차기 유망주인 한동훈을 제쳐 놓고 나경원이나 홍준표 또는 다른 인물을 선호하여 차기 대권후보로 만들려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자업자득을 초래하는 결과가 되기 쉽다. 왜냐하면 이런 정치 모드는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거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런 때일수록 대통령 주변, 대소고처(大所高處)의 측근들은 조심해야 한다. 그들이 공적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고자 대통령을 오도할 때, 대통령의 결정은 수정할 자가 없는 ‘최종’ 결정이기 때문에 불행한 결과를 맞은 경우가 많았다. 어리석게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대통령 본인만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산천초목을 벌벌 떨게 했던 임금님 시대에도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엄한 임금님은 그 소문을 내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고 엄명을 내렸지만 놀랍게도 대나무 숲에서는 진실을 알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권 욕심에 빠진 홍준표가 아무리 재주를 부려도, ‘대통령이 불러도 가지 않은’ 한동훈이 문제라고 비난을 해도, 별것도 아닌 ‘디올백’을 갖고 왜 시끄럽게 하느냐고 해도, 인력거를 끌던 시절이든 고속열차가 다니는 오늘날이든 ‘대나무 숲의 소리’는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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