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기의 시사&이슈] 대통령은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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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인 국민이 어떤 국가를 원하는지 살필 것
국가 정체성 훼손 법안에는 또 거부권 행사해야

최재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5-02 06:31:30

“한국전쟁이 끝나고 3년 후인 1956년 중국은 소련에 약속 이행을 요구했다. 그러나 소련은 쉽사리 수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련은 중국이 현대적인 군대를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연합공군과 해군을 창설할 것을 요구했고 최소한 연합지휘본부라도 창설하자고 요구했다. 그러자 당시 중국 주석 마오쩌둥(毛澤東)은 소련 공산당 제1서기 니키타 흐루쇼프에게 ‘그러면 아예 중국을 가지시오. 나는 다시 정강산(井岡山)으로 올라가겠소’라고 강경하게 대응했다.”(원톄쥔 ‘백년의 급진’ 제1부)

모택동과 중국 공산당은 농촌과 소농을 기반으로 공산당이 전제 권력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공산혁명을 성공시켰다. 도시에서 권력을 장악한 볼셰비키들이 농민과 농촌의 모든 부문을 몰수하고 집산화하는 스탈린식 공산혁명과 방법을 달리한 공산화였다.

마오저뚱은 소련이 사사건건 중국의 정치에 간섭하자 아예 너희들이 중국을 다 가지라고 강경하게 밀어붙였다. 중국 인민이 원하는 바는 소련식 집산화 공산혁명이 아니고 소련 공산당의 능력으로는 중국을 통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 러시아는 만주 지방 등 중국 영토를 가장 많이 병탄했고 소련이 들어선 이후에도 돌려주지 않았다. 마오저뚱의 강경한 대처에 당황한 소련은 어쩔 수 없이 영토를 반환했지만 더 이상 중국에 투자하지 않았다. 소련의 투자 단절로 중국은 고통받았지만 그렇다고 국가 주권과 정체성이 걸린 문제를 집권 세력이 양보할 수는 없었다.

대한민국의 국가 주권과 정체성은 무엇인가. 이것을 논하기에 앞서 먼저 주권자인 국민이 어떤 국가를 원하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주권자가 어떤 국가를 원하는지 알아야 주권자의 대표자인 정치 세력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어떤 국가를 원하는가. 필자는 우리 국민 8할 이상은 자유주의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의 국가를 원한다고 본다. 자유주의를 원하지만 지나친 개인주의를 견제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하는 성향이 있다고 본다. 또 많은 국민이 시장경제를 원하지만 자유방임형 경제가 아니라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도 보호하는 시장경제를 원한다고 본다.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것은 바로 보수주의다. 현대 보수주의는 대략 인간의 자유를 보장하되 지나친 개인주의보다 공동체의 가치를 존중하는 정치와 케인스주의 방식으로 조절되는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선거에서는 ‘보수당’이 끊임없이 실패하는가. 그것은 대통령 직선제 재도입 이후 등장한 여러 ‘보수당’은 보수주의 정당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민이 보수주의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기회주의자들이 권력을 장악하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보수’를 참칭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나 중국 등 주변 전체주의 세력이 사이비 언론이나 여론조사 기관 등을 이용해 기회주의자들을 교묘히 후원했고 진정한 보수주의 세력이 당을 지휘할 수 없도록 방해했기 때문이다.

4월10일에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 공직선거법 제158조 3항의 규정대로 사전투표관리관이 투표지에 자신의 도장을 직접 찍은 후 선거인에게 교부하기로 되어 있는 것을 선관위가 지키지 않았는데 주요 정당들은 이를 묵인했다. 많은 국민이 사전투표제의 공명성에 의문을 표하는데도 왜 사전투표제를 폐지하지 않는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무엇보다 먼저 사전투표제에 대한 국정조사부터 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민주당이 원하는 법안들을 처리할 태세를 갖춰 놓고 있다… 다수결 처리를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다.”(조선일보 2024.4.29.)

민주당은 총선에서 이겼으니 나라 전체가 자기들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양곡법이나 노란봉투법·방송3법 등을 재의결하겠다고 겁박한다. 모두 공화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에 위배되는 법안이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국가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법안들을 다시 통과시킨다면 대통령은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미 자유주의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를 누려 본 국민이 북한이나 중국식의 전체주의 정치경제 체제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를 참칭하는 기회주의 정당이 패한 것이지, 국민이 ‘보수주의’ 가치를 저버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정치인은 국민이 진정 원하는 바를 기준으로 자신의 정책과 정치활동 방향을 정해야 한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공화주의 국가의 정체성에 어긋나는 자들을 계속하여 대표자로 선택하면 전체주의 체제 아래 살 것을 각오해야 한다. 정치 세력과 국민 모두 정직하게 ‘무엇을 할 것인가’ 따져 보아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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