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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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8·15광복 이후 정부 수립, 6·25전쟁과 빛나는 산업화 시기를 거쳐 대한민국은 오늘에 이르렀다. 격동의 한반도, 美CIA 요원으로 그 한복판에서 활약한 마이클 이 박사의 숨 막히는 체험…. 북한 정권의 실체와 광주5·18 등 좌경 친북세력이 주도한 사건들에 관한 증언과 분석,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소용돌이 속 한반도의 미래에 관한 그의 이야기들이 값지다. 이에 美연방정부 공무원으로 살아온 40년 세월을 담은 그의 저서 ‘대한민국과 CIA’를 지면에 연재한다.
역사의 아이러니
1945년 8‧15해방 이후에 우리나라는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남북이 분단되었다. 북에는 소련군이, 남에는 미군이 주둔하며 일본군에 대한 무장해제를 실시한 것이다. 우리는 당시 이 상황을 잠정적인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국은 끝내 통일된 독립국가를 이루지 못했다. 북위 38도선이 휴전선으로 바뀌었을 뿐 분단국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나중에 남북분단의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한반도 전체가 공산국가가 되지 않고 남한만이라도 자유민주주의 국민국가가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승전국인 미국은 주한미군사령관 하지 중장을 군정장관으로 임명해 서울에 군정청을 두고 대한민국이 탄생할 때까지 산파 역할을 하게 했다. 한편 1925년에 박헌영이 창당한 조선공산당은 일제 때 조선총독부의 탄압으로 지하에 잠복해 있다가 8·15해방이 되자 조선공산당을 재건했다. 조선공산당은 북한 김일성의 사주에 의해 1946년 11월에 당명을 ‘남조선로동당’ 즉 ‘남로당’으로 바꾸고 대한민국의 건국을 방해하기 위한 공작을 펼쳤다. 당시 이들이 제주도 4.3폭동, 여수·순천 반란 사건 등을 주도하는 바람에 국내 정세가 극도로 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우리나라는 이승만 박사가 미국에서, 김구 선생이 주도한 임시정부와 광복군은 중국에서 피나는 독립투쟁을 했지만 이 모두가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되는 데는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의 해방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승리한 결과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분단되었는가. 케네디 대통령 시절에 국무장관을 역임한 딘 러스크가 자신의 회고록 ‘As I Saw It’에서 밝힌 역사의 진실은 이런 것이다.
“독일을 상대로 싸운 대서양전쟁과 일본을 상대로 싸운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은 지쳐 있었다. 1945년 2월12일 얄타회담에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소련의 스탈린에게 연합군의 자격으로 참전할 것을 권했다. 그 당시 확실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소련은 1945년 4월12일 루스벨트 대통령 서거 후 부통령이던 해리 트루먼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면서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돼 일본의 패전이 거의 확실해지자 갑자기 8월8일에 대일 선전포고를 하고 일본이 항복하기까지 불과 일주일 동안 참전하고는 연합군 행세를 하게 되었다.”
남북의 분단
얄타회담에서 제안한 대로 전쟁이 끝나면 미국과 소련은 각각 지상군 최전방에서 반경을 긋고 일본군 무장 해제를 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때 미군은 오키나와까지 와 있었고 소련군은 함경북도 청진까지 진주해 있었다. 약속대로라면 일본 본토는 미군의 관할구역이 되고 한반도는 제주도까지 소련군의 관할구역이 되는 셈이었다.
일본이 항복한 직후 미국은 대통령 주재로 국무장관과 해군장관 등 국가 수뇌부가 한자리에 모여 전후 한반도 문제를 숙고했다. 그때 육군의 작전국 정책과장이었던 찰스 본스틸 대령과 선임장교 딘 러스크가 회의장에 급히 뛰어들어 소련군의 한반도 진입을 극구 반대했다. 이들은 소련군의 한반도 진입을 허용한다면 한반도는 공산국가가 되어 소련의 위성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부동항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된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최고의 전리품을 획득하게 되는 셈이며 이미 공산화된 중국과 합세해 지구상에서 대적할 존재가 없는 패권국이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미국은 죽 쑤어서 개 주는 꼴이 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방휼지세(蚌鷸之勢‧두 세력이 팽팽히 맞서 겨루는 형세)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국 정부는 이 두 젊은 장교의 주장을 인정하고 소련군의 한반도 진입을 저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함경북도에 와 있는 그들을 몰아낼 구실이 없어 더 이상 남하하지 못하도록 설정한 것이 바로 북위 38도선, 즉 38선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역사적인 배경을 모르는 대다수 국민은 무조건 미·소 양대 강국이 우리나라를 분단시켰다 해서 원수로 생각하고 있으나 사실은 우리가 미국을, 특히 위에서 언급한 두 장교를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만약 그때 38선이 설정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은 탄생하지도 못했고 우리는 김일성과 김정일·김정은의 통치를 받으며 생지옥에서 시달렸을 것이다.
독립투사 김구가 대한민국 탄생을 거부했다
1943년 11월 ‘카이로선언’에서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와 영국 수상 처칠, 그리고 중국 총통 장개석이 합의한 ‘대일 전략선언(對日戰略宣言)’엔 한국을 자유독립국가로 인정하며 일제 치하에서 해방시키겠다는 약속이 담겼다. 이것이 한국의 독립을 국제적으로 보장한 최초의 역사적 공약이었으며 그것은 장개석 총통과 대한민국임시정부와의 깊은 교감, 그리고 미국에서 투쟁한 이승만 박사의 집요한 대미 외교가 맺은 결실이었다.
해외에서 투쟁하던 민족주의자들은 해방 후 조국에 돌아와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참여했다.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을 지냈고 구미위원부(歐美委員部) 책임자였던 이승만은 미국에서, 김구·이시영·김규식·이범석·이청천·조소앙·신익희·김홍일·최용덕 등 수십 명의 임시정부와 광복군 요인들은 중국에서 돌아왔다.
1945년 8·15해방 직후 한반도 문제 처리를 위해 모스크바 삼상회의가 열렸다. 모스크바 삼상회의는 1945년 12월16일부터 25일까지 미국·영국·소련의 3개국 외무상이 소련의 모스크바에 모여 한반도의 신탁통치 문제를 포함한 7개 분야의 의제를 다룬 회의다. 이 회의에선 한반도에 미·소공동위원회를 설치하고 일정 기간 신탁통치를 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소련의 야욕과 남한의 신탁통치 반대로 결렬되었다.
미·소공동위원회는 성립되었지만 이 또한 소련의 한반도 공산화 음모로 무산되었다. 이 무렵 북에서는 이미 소련 앞잡이 김일성을 중심으로 1946년 2월8일에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가 수립되어 실질적인 정부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에 이승만이 UN이 개입할 것을 제안하여 성립된 것이 UN 한국임시위원단 (UN Temporary Commission on Korea)이었다. 이 위원회는 남·북한이 인구비례로 총선을 실시하여 남한 200개 의석·북한 100개 의석으로 국회를 구성하여 국민의 의사에 따르는 통일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소련과 북한이 거부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UN 감시하에 남한 단독으로 1948년 5월10일에 총선을 실시하고, 1948년 8월15일에 대한민국이 탄생했다. 그러자 대한민국의 탄생을 방해하기 위해 북한 김일성 집단과 남로당(남조선노동당)의 합작으로 제주도 4.3폭동이 발생했다. 국회의 2개 의석이 배당되어 있는 제주도에서 5월10일에 선거를 치루지 못하는 바람에 대한민국 제헌국회는 1948년 5월31일에 198개 의석으로 개원되었다. 역사적인 국민국가의 문이 열린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가 있다.
5.10 총선 당시 UNTCOK(United Nations Temporary Commission on Korea·국제연합 한국 임시위원단)가 남한의 총선을 감시하기 위해 서울에 파견되었을 때의 일이다. 유어만 중국 국민정부의 대표가 서울 경교장으로 김구를 예방하고 이승만 주도의 대한민국 건설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했지만 그 자리에서 김구는 자신이 북에 가서 사태를 파악한 결과를 이렇게 말했다.
“대세는 김일성 주도의 공산주의 통일로 갈 것이다. 대한민국이 건국이 된다 해도 얼마 못 가서 조선 반도는 막강한 군사력과 조직을 구비한 김일성 북조선의 힘에 의해 소멸될 것이다. 나는 그때를 기다리겠다.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 탄생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
이 이야기는 최근 공개된 ‘유어만-김구 대화록’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프로필
△ 美 연방정부 40년 근속
(DIA(Defense Intelligence Agency·국방정보국) 16년·CIA(중앙정보국) 24년)
△ 1976년 미국 외무고시 합격
△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정치학 박사
△ 美 국무성 동아시아 문제 수석연구원
△ 美 국무성 외교연수원 교수
△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관
△ CIA 한·미 안보협력 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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