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간부들 김정은 얼굴 담긴 배지 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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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북한 주민들에게도 배지 배포될 예정

곽수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1 21:00:01

▲ 북한 공식 석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가 처음 공개됐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공식 석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가 처음 공개됐다. 이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선대 신격화에 힘을 빼고 독자 우상화에 힘을 쏟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정은 배지는 지난달 3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2일 차(지난달 29일) 회의 사진에서 처음 등장했다. 전원회의에 참석한 간부 전원이 김정은 배지를 왼쪽 가슴 위에 달고 나온 모습이 포착됐다. 이 모습은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김정은 배지는 김정일 사후인 2012년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들은 2013년 제5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기간 동안 대한민국 취재진이 ‘김정은 배지가 나왔느냐’는 질문에 “있다. 2012년 초에 만들어졌다. 동그란 모양과 네모난 모양 2가지가 있다”고 대답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북한 내부에서 착용하는 모습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 일가 우상화의 핵심 도구인 배지는 북한에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반드시 왼쪽 가슴 위에 달아야 한다. 이 때문에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한 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가 함께 들어간 배지를 착용해 왔다. 구체적으로 김일성 배지는 1970년 11월 김정일이 노동당 5차 대회에서 발기하면서 본격 제작돼 지급되기 착용하기 시작했다.

또 김정일 배지는 1992년 2월 16일 그의 50회 생일을 계기로 만수대창작사에서 만들기 시작했지만, 김정일의 반대로 일부 간부만 달다가 2000년대 들어 일반 주민도 달고 다니기 시작했다.

북한 최고위층 간부들이 김일성·김정일 얼굴이 없는 김정은 단독 배지를 달고 나온 건 집권 10년을 넘긴 김정은이 앞으로 독자 우상화에만 전념할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조만간 김정은 배지도 북한 주민들에게도 배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선대의 후계자가 아닌, 최고지도자로서의 홀로서기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북한이 배지에 이어 동상 등 대형 조형물을 제작하거나 노동당 규약이나 헌법 등에 김정은 우상화 기조를 반영하는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최근 김일성 생일 명칭이 태양절에서 ‘4·15’로 변경됐다. 아울러 지난달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평양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한 사실을 보도하며 교내 혁명사적관 외벽에 김정은 초상화가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나란히 배치된 사진을 함께 내놓기도 했다.

곽수연 기자 sykwa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