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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룡의 와인이야기] 개인의 취향이 중요한 와인
어승룡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04 06:31:00
예전에 아들에게 와인에 대해 가르쳐주고 싶어 괜찮은 이탈리아 와인을 준 적이 있었다. 아들의 취향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내 생각대로 평이 괜찮은 것으로 준비해 마시게 했다. 탄닌감도 있고 바디감도 꽤 있지만 단맛은 거의 없는 드라이한 와인이었다. 
  
아들은 처음 먹어 본 와인 맛에 매우 실망하는 눈치였다. 그 후로도 몇 번 와인을 주었지만 결국 아들은 마시지 않게 되었다. 
 
와인을 처음 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탄닌감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떫은 감을 먹을 때 느껴지는 식감인데 이 맛을 극복하지 못하면 와인 마시기는 매우 힘들어진다.
  
와인 초보자는 단맛이 있는 와인을 선호하는데, 대체로 알코올도수는 조금 낮고 단맛이 느껴지는 가벼운 맛을 원한다. 바디감이 느껴지는 진득한 와인보다는 가벼운 와인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초보자들은 와인 코너에서 많이 팔리는 모스카도 와인을 자주 선택하는 걸 보게 된다. 
  
물론 와인을 자주 마시지 않는 사람은 평생 모스카도 와인처럼 당도가 어느 정도 있고 10도 미만인 와인만 마시기도 한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와인은 자신의 신체적 특성·미각·후각·음식과 어울려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종류에 따라 와인의 취향도 결정된다.
  
각자 좋아하는 음식 스타일도 매우 다양하다. △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 △달짝지근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 △국 없이는 밥을 못 먹는 사람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 등등 매우 다양한 식성과 취향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와인에도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다.
  
와인의 맛은 보통 4가지 기준으로 평가한다. 무게감·탄닌감·단맛·산미감을 기준으로 와인의 캐릭터를 평가한다. 대부분의 고급 와인은 아래와 같은 캐릭터를 갖고 있다. 
 
 
▲ 고급 와인의 맛 분포도를 보면 무게감 있고, 탄닌 감은 적당하고, 단맛은 적고, 산미감이 좀 있는 와인이 고급 와인이다.
 
일반적인 고급 와인의 캐릭터는 바디감을 보면 진한 느낌의 무게감이 있다. 탄닌감은 장기 숙성 와인일수록 강해지므로 탄닌감이 중간 이상은 돼야 오래 숙성한  좋은 와인이다. 단맛은 적어 드라이한 맛이 나야 하고 산미감도 중간 이상. 이런 캐릭터의 와인이 고급 와인으로 평가된다.
 
 
▲ 초보자들이 흔히 좋아하는 와인의 특징적 캐릭터.
 
반면에 초보자들이 좋아하는 와인의 특징을 살펴보면 위와 같은 특성을 보인다. 일단 바디감이 무겁게 느껴지는 진득한 와인보다 좀 더 가벼운 와인을 선호한다. 탄닌감은 중간 이하로 바로 따서 마셔도 떫은 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와인이다.
  
단맛은 중간 이상이어야 좋아한다. 단맛이 없는 드라이한 와인을 초보자가 좋아하기는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산미감은 적어야 한다. 이런 특성들이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와인이다.
  
와인을 오랜 기간 마시다 보면 변하는 입맛이 몇 가지 있다. 탄닌감이 풍부한 와인을 좋아하게 된다. 와인을 장기 숙성하기 위해서는 탄닌 성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탄닌감은 와인을 오랜 기간 숙성했음을 알 수 있는 성분이다. 저렴한 와인에는 탄닌 성분이 많지 않아 장기 숙성이 불가능하다. 
  
반면 탄닌의 떫은 맛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탄닌감이 풍부한 고급 와인은 오픈하고 바로 마시지 않고 최소한 1시간 이상 공기와 호흡하게 한다. 와인에 따라 2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와인의 떫은 탄닌감은 사라지고 본연의 맛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고급와인을 4명 이상이 같이 마실 때 한 잔씩 따르고 나면 남는 와인은 거의 없다. 와인이 제대로 공기와 접촉할 시간을 갖기도 전에 다 마시게 된다면 고급 와인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셈이다. 고급 와인일수록 천천히 마시도록 하자.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향과 맛의 변화를 느끼면서 마셔야 제대로 와인을 마시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변하는 것이 산미감이 넘치는 와인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산미감을 싫어하게 된다. 하지만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정반대로 나이와 상관없이 시간이 갈수록 차츰 산미감이 강한 와인을 좋아하게 된다. 
  
특별히 뉴질랜드 쇼비뇽블랑처럼 산미감이 매우 강한 와인들이 있다. 처음 와인을 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너무 신맛이 나서 싫어할 수 있지만 오랜 기간 마시다 보면 이 신맛이 청량감과 연결되어 좋아지게 된다.
  
와인을 처음 접할 때는 다양한 품종·가격대·다양한 국가의 와인을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자주 먹는 음식에 적합한 자신만의 와인 취향을 찾기 위해서다. 그때까지 가능하면 다양한 와인들을 마셔 보자.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와인은 아니다. 내 입맛에 맞는, 내가 자주 먹는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이 내게 가장 좋은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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