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美금리인하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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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빅컷’ 부정적 고용 전망에 따른 선제적 조치
한은 금리인하 실기하면 성장 둔화·고용 악화 등 부담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23 06:31:30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8일(현지시간) 전날부터 이틀간 열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5.25~5.5%에서 4.75~5.0%로 0.5%p 낮추는 빅컷을 단행했다. 인하는 기정사실이었고 다만 0.25%p일 것인가 0.5%p일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연준은 0.5%p 낮추는 빅컷을 선택했다. 이번 0.5%p의 금리인하로 연준은 2022년 3월 이후 시작된 긴축 기조를 2년 6개월 만에 완화 기조로 전환했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은행과 달리 연준은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을 통화정책의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물가지표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준지표로 하고 있는 한국은행과 달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을 기준지표로 하고 목표는 2.0%다. 고용안정은 실업률 4.0%를 완전고용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번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2%로 향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얻었다”며 “아울러 물가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두 목표가 대체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연준은 함께 공개한 금리 전망 점도표에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4.4%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대로라면 연준은 올해 남은 11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FOMC)에서 각각 한 차례씩 내리거나 한 차례의 빅컷과 한 차례의 동결이 이루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의 이번 빅컷은 예상보다 고용 사정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선제적 조치다. 연준은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월의 2.1%보다 소폭 줄어든 2.0%의 전망치를 내놓았다. 내년 이후 성장률은 6월과 동일하게 2.0%를 유지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에 따라 6월 경제 전망에서는 실업률이 연말 4.0% 수준일 것으로 봤지만 이번에는 4.4%까지 높아질 것으로 봤다. 내년에도 4.4%를 지속하다가 2026년에 4.3%, 2027년에 가서야 4.2%로 완전고용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연준은 전망하고 있다.

반면 올 연말 기준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전망은 2.6%였지만 이번에는 2.3%로 낮아졌다. 내년에는 2.1%로 낮아진 후 2026년에는 2.0%로 목표치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을 토대로 이번에 미국 연준은 빅컷을 단행한 것이다.

연 5.25~5.50%로 유지돼 온 미국의 기준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대전환을 맞게 되면서 글로벌 자산 이동과 더불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행보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로 한 차례 휘청였던 글로벌 증시는 18일 연준의 금리인하 통화정책 전환(pivot‧피벗)을 통해 새로운 시장 랠리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향후 신흥국 통화정책 변화와 증시의 향방은 연준이 올해 얼마나 가파른 금리인하를 이어나갈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미 멕시코·브라질 등 부진한 경기로 신음하는 라틴아메리카 신흥국들이 올 들어 선제적 금리인하에 나선 가운데 유럽도 동참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월 기준금리와 예금금리 등 정책금리를 일제히 내린 데 이어 이달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특히 부동산 장기 침체와 소비 둔화에 시달리는 중국도 통화정책 완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미국의 이번 금리인하로 자본 유출 우려를 던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금리인하 조합과 더불어 일본은행(BOJ)의 금리 결정 조합이 자본시장에 가져올 변동성에도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통화정책 운용에서 소규모개방경제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한국은행은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통계청은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전년 동기 대비 2.0%로 발표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통화당국인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릴 여지가 커지고 그 경우 높은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도 완화되어 민생 안정에 도움을 주고 성장과 고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한은은 8월22일 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리고 부동산가격 동향을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금리인하를 실기하면 성장 둔화‧고용 악화‧금융비용 부담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미국 연준과 달리 한은은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방점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인 반면 통화정책은 단기 안정화정책이다. 한은은 통화정책에 실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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