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경기회복 위한 정부 적극적 정책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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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의 나쁜 유산 ‘최저임금’ 등이 발목 잡아
對중국 수출 증가율 하락에 對미국 수출 키워야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0-14 06:31:30

지난해는 어떤 해였던가. 2020년부터 시작되었던 코로나19의 영향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무엇보다 2022년 5월부터 시작된 윤석열정부의 2년 차이며 2024년 4월 총선을 앞둔 해였다. 미·중 갈등의 영향 등으로 공급망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당연히 성장이 어느 정도는 회복되어 민생이 안정되어야 금년 4월 총선을 기약해 볼 수 있는 중요한 해였다.

그런데 지난해의 한국경제 성장률은 1.4%라는 처참한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2009년 0.8%와 코로나19 기간이었던 2020년 –0.7%를 제외하고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성장률로 주저앉았다. 문재인정부가 남긴 나쁜 유산들, 이를테면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그것도 지역별·연령별·업종별로도 비탄력적인 최저임금제도, 기업이 어려워도 해고가 자유롭지 못한 경직된 노동시장, 주 52기간 근로 등 노동시간 단축, 재정정책을 제대로 쓰기 힘들 정도로 악화된 재정, 값비싼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비싸진 전기요금 등 수많은 요소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유권자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이유가 되지 못한다. 성장률이 하락하고 민생이 어려워지자 총선은 집권여당의 대패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물론 총선 대패에는 경쟁력 있는 인물들이 공천되지 못하는 등 정치적 요인들도 많지만, 전체적으로 경제가 이 정도로 주저 않으면 선거에서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1979년 2차 석유파동 이후 석유값 급등으로 세계경제가 주저앉았을 때 영국·미국을 불문하고 경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정권교체가 일제히 이루어졌다. 유권자들은 경제가 어려워지고 살기가 힘들어지면 집권여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왜 1.4%밖에 성장하지 못했나. 지출항목별 증가율을 보면 민간소비 1.8%·정부소비 1.3%·건설투자 1.3%·설비투자 0.5%·재화수출 3.1%(통관기준 수출 -7.5%)를 기록했다. 가장 큰 문제는 통관기준 수출증가율이 –7.5%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한국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 품목이 반도체다. 그런데 2023년에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약 200억 달러 감소했다.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2018년경부터 크게 증가하여 연간 평균 500억 달러 수준을 유지해 왔으나 2023년에는 300억 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반도체 제외 대중국 수출은 2013년 1238억 달러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는 2015년부터 발효된 한중자유무역협정에 큰 영향을 받았다. 2023년 한국의 반도체 제외 대중국 수출은 800억 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도체 같은 고기술 제품을 제외하고는 가격경쟁력에서 중국 제품에 크게 밀리게 된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하락해 왔으나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이에 가려 다른 제품의 대중국 수출 부진을 보지 못하고 대책을 소홀히 한 탓도 적지 않다. 그러다가 2023년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서 특히 고기술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이 제약을 받으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급감했다. 그 결과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대중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대미국 수출이 대중국 수출을 능가하는 한국 수출에 구조적 변화도 발생하고 있다.

수출이 이처럼 부진하니 설비투자도 0%대 증가율로 하락한 가운데 연초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가 터지면서 건설투자도 저조하고 막대한 가계부채와 고용 악화에 자영업자의 영업 악화까지 겹쳤다. 이에 가계의 구매력이 개선되지 못해 민간소비증가율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문재인정부 때 흥청망청 쓴 재정은 이미 여유가 없어 민간 부문의 부진을 보완할 여력이 없는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성장률이 1.4%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를 위해 규제를 혁파하고 감세를 과감히 할 필요가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고 건설투자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했으나 집값 상승을 우려한 어정쩡한 대책이 총선을 앞둔 초저성장의 화를 초래했고 결국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

금년에는 어떻게 될까.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에 의하면 민간소비(증가율 1.4%)·설비투자(증가율 0.2%)는 작년보다 더 저조하고 건설 투자는 PF부실 심화·건설 비용 증가 등으로 아예 –0.8%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고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설비투자·건설투자를 증가시키기 위한 대책도 별로 나오고 있지 않다.

결국 통관 수출이 지난해의 –7.5%에서 9.1%로 크게 증가해 국민계정상 재화수출 증가율이 지난해의 3.1%에서 6.9%로 대폭 증가하면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 하락하고 있어 대미국 수출이 큰 폭 증가해 주어야 하는데 정부의 정책은 적극적이지 않고 너무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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