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옥의 열사일침(烈士一鍼)] 코리아 둘레길 여정에 담긴 ‘오래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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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옥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0-14 06:31:10

1997년 인사동에는 평일 5만 명, 주말엔 10만 명이 북적거렸다. 북인사마당~인사네거리 430m 골목길은 인산인해였다. 한국 전통 관광상품을 파는 골목길은 수십 개의 노점상이 점령해 더욱 북적였다. 거기다 차량까지 매연을 뿜으며 빵빵거렸다.

종로구와 인사동 번영회는 보행자 편의를 위한 ‘차 없는 거리’ 전면 실시를 검토한다. 그러나 노점상과 상인들의 반대에 직면한다. 인사동 자치단체인 ‘인사전통문화보존회’는 종로구와 문제점을 해결하며 차 없는 거리를 추진한다.

미술품 화랑 전시를 위해 매주 화요일 12시부터 수요일 12시까지를 ‘갤러리 데이’로 정해 화랑 철시와 개관을 위한 준비 차량 통행은 허용한다. 그리고 △화랑 △필방 △고미술 △공예품 △지업사 △표구사 여섯 종목을 권장업종으로 지정해 운영자금·융자·각종 세제혜택을 지원한다. 그리고 악명 높은 노점 단속을 펼치는 대신 갈등과 대화 끝에 16개의 노점상을 특화거리인 낙원상가 쪽으로 옮긴다.

10년 동안 종로구청을 중심으로 종로경찰서·서울지방경찰청·국세청·문화체육관광부 등 민·관이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한 결과 인사동은 드디어 2007년 ‘차 없는 거리’로 시민의 발걸음을 행복하게 했다. 이를 주도한 사람이 문화혁명가이자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인 박동 위원장이다.

▲ 문화혁명가이자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인 박동 위원장은 역사의 뒤안길에 매몰된 잊혀진 길을 쓸고 닦고 있다. 필자 제공

2024년 서울 중심부인 명동·청계천·인사동·경복궁·삼청동·북촌은 문화관광 벨트이자 핫플레이스로 전통과 현대 패션을 연결하며 대한민국 1000년 역사의 과거와 현대와 미래를 잇는 길이 되어 북적인다. 우리는 그 시작이 얼마나 어려웠고 나중이 얼마나 장대할지 알고 있다. 장대함은 연결과 만남이다. ‘현대’와 ‘전통’의 만남.

2006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영감을 얻어 함께한 영국 기자와의 다짐에서 탄생한 것이 올레길이다. 영국 기자는 2007년 올레 코스를 만들고, 우리는 제주도 올레길 437km·27코스를 만든다.

2010년 산티아고의 순례자는 27만·제주도 올레길은 110만이다. 올레길은 둘레길·비정길·황톳길로 생명성을 확대하며 부산광역시 갈매길·지리산 둘레길·남해 지겟길·충남연가 옛길·물소리길·규슈올레에 이르도록 멋진 ‘철학’을 실어 나른다.

우리는 2010년 영국 잉글랜드 사우스웨스트·잉글랜드 글로스터서 중의 코츠월드웨이가 올레길 제3코스와 자매결연, 2010년 산티아고 순례길 1km와 제주 올레길 자매결연, 2011년 일본 규슈관광 추진기구와 ‘100만 엔’ 로열티를 받고 규슈올레 4개 코스, 2022년 제주 올레길 산티아고 순례길 100km 공동 완주증서, 몽골 올레길 열풍 등을 살펴봤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하려는 서울의 보물지도는 산길·물길·문화·문명·사람의 길이 순례자의 길임을 알게 되었다.

고려의 하늘·조선의 아침·용의 눈물·봉황의 꿈·은하수의 전설을 연결하는 순례자의 길이자 사람의 길이다.

우리는 올레길을 출발해 어느덧 대한민국을 모두 연결하는 4500km의 코리아 둘레길을 걷는다.

2016년 동해 해파랑길 750km 50코스. 2020년 남해 남파랑길 1470km 90코스. 2022년 서해 서해랑길 1800km 109코스. 마지막 구간인 DMZ 평화의 길 510km 35코스는 이념의 오솔길이었다. 그렇게 코리아 둘레길 4500km는 하나로 연결되었다.

우리는 뉴질랜드의 밀포드트랙·독일의 로맨틱가도·레바논의 마운틴트레일·미국의 에필레치안트레일·영국의 페다즈웨이 & 노폭해안길·일본의 오헤로 등 세계 6대 순례자의 길에 대한 질문과 답을 하기로 했다. 코리아 둘레길의 미래이자 가장 ‘오래된 미래’다.

우리가 찾아낸 서울의 보물지도·고려의 하늘·조선의 아침·용의 눈물·봉황의 꿈·은하수의 전설이 해리포터의 이야기이며 단테의 ‘신곡’이라는 믿음은, 청와대·용산 국민 품으로의 산길·물길·문화·문명·사람의 길이 연결되는 만남임을 알고 있다.

▲ 6·25전쟁 전사자의 이름을 함께 불러 주는 ‘대한민국 ROLL CALL 문화제’ 모습. 필자 제공

우리는 DMZ를 통해 19만3067명의 6·25전사자의 평화에 대한 롤콜(Roll-Call) 순례자의길을 제안한다. 금수강산을 지켜 낸 우리의 영웅들을 기념하는 ‘순례자의 길’ 철학이다.

궁(宮)·루(樓)·각(閣)·대(臺)·원(院)·정(亭)·사(寺·泀)·성(城) 등 우리 역사에 기념비처럼 세워진 문화유산의 이야기로 창조하고 해리포터 이야기로 또는 단테의 ‘신곡’처럼 르네상스를 이끌어내는 둘레길의 여정을 요구한다.

인·의·예·지·용 성균관문묘 수복의 길, 우리 한지의 길과 함께 남북분단의 아픔이 인류 공영의 공명을 담아내는 롤콜 순례자의 길을 통해 한글 유엔 공용어의 길을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코리아 둘레길의 여정에 ‘오래된 미래’의 철학이 담겨 있음을 깨닫는다. 금수강산에서 사라진 궁·루·각·대·원·정·사·성의 이야기와 몽유도원도의 귀환을 위한 문화·문명 복원의 길로 함께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6·25전쟁 전사자 19만3067명·실종자 5099명을 부르는 마지막 점호 롤콜 순례자의 길, 금수강산·훈민정음-유엔공용어의 길·인의예지용 성균관문묘 수복의 길·우리 한지의 길·몽유도원도 순례자의 길 말이다.

우리는 사색하며 깨닫는다. 우리의 시작은 장대함으로 꽃핀 연결과 만남임을 알기에. 박동 위원장은 오늘도 인사동 사과나무 아래에서 역사의 뒤안길에 매몰된 잊혀진 길을 쓸고 닦아 한 땀 한 땀 매듭짓는다. 그 길은 세계로 통하는 가장 오래된 미래가 될 것이다.

정창옥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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