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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올해 회계 공시를 거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노동조합 회계 공시 결과 공시 대상인 조합원 수 1000인 이상 노동조합 산하조직 733개소 중 666개소(공시율 90.9%)가 공시를 완료했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회계 공시율이 지난해보다 10%p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금속노조 측이 회계 공시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속노조는 회계 공시를 두고 정부의 노조 탄압을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회계 공시에 따른 조합원들의 세액공제 혜택을 포기하는 쪽을 선택했다. 조합원들의 혜택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거부해야 할 합당한 사유가 있는 건지, 납득할 만한 설명으로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노동조합법 26조는 ‘노조 대표자는 회계연도마다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공표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노조 회계 공시를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 60년 이상 이 법조항을 지키는 노조는 없었다. 법규상 응당 해야 할 의무 사항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정부가 노동조합법 시행령 및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고, 이에 따라 조합원이 1000명 넘는 노조가 회계 공시를 하지 않으면 조합원이 낸 조합비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세제 카드를 써서 참여를 유도한 것이다.
회계 공시는 조합원들에게 운영 투명성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다. 공시를 통해 조합원들은 자신이 낸 조합비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알 권리를 보장받는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이 공시를 ‘노조 탄압’으로 간주하고, 윤석열정부의 노동 정책에 저항하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과연 금속노조가 진정한 저항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부의 운영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할 어떤 이유라도 있는 것인지 의혹이 이는 것이 당연하다.
조합비 수입이 595억 원에 달하는 금속노조가 회계 공시를 하지 않으면서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세액공제 혜택을 스스로 포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조합원 1인당 4만~5만 원의 손해를 감수할 만큼 공시를 거부할 이유가 있는가. 공시가 노조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조합원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이라면, 금속노조는 이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 이 질문은 단순히 금속노조에 대한 비판을 넘어, 노동운동 전반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조 회계 공시는 단순한 규제 이상이다. 이는 노동조합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증표이며, 조합원과 사회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미국·유럽·일본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노조의 회계 보고가 의무화되어 있으며, 이를 위반할 시 처벌도 가능하다. 한국의 노동조합이 이러한 규범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국회는 금속노조의 회계 공시 거부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아가서 제재 조항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 회계 공시 거부는 결국 조합원들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이며, 이는 노동조합의 본래 목적과도 배치된다. 조합원들이 자신이 낸 돈의 사용처를 알지 못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의 회계 공시 거부는 단순한 정치적 저항으로 해석될 수 없다. 이는 노조의 내부 운영 방식과 관련해 깊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울 뿐이다.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제는 금속노조가 이 사태를 직시하고, 진정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모색해야 할 때다. 노조가 진정으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수호하고자 하는 단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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