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2.6º
미세먼지 좋음
강릉 15.2º
미세먼지 보통
] 궤도 벗어난 성직자들의 무한질주', '월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가난한 성도들이 낸 헌금으로 고급차...'))
산사(山寺)의 새벽은 고요하지만 법도의 지존(至尊)은 드높기만 하다. 아침부터 심장을 두들기는 역동적인 소리가 고요한 첩첩산중의 구석구석을 후려친다.
중국 항주에 있는 영은사(靈隱寺) 주지는 약 6억6000만 원(340만 위안)짜리 페라리를 타고 외출한다. 소림사(少林寺) 석영신 주지는 2억2000만 원짜리 폭스바겐 투아렉3.0을, 궁주 승려는 1억8000만 원짜리 BMW 7 시리즈, 서장 대소사(大昭寺) 주지는 2억3000만 원짜리 랜드로버 레인지를 몰고 나간다.
중국 불교는 2000년 전 경전의 분석과 중화사상에 바탕을 둔 ‘격의(格義) 불교시대’에서 수·당 시대에 삼론(三論)·천태(天台)·화엄(華嚴)·법상(法相)·밀교(密敎)·율(律)·선(禪)·정토(淨土) 등의 종파가 확립되자 당나라 때에 이르러 비로소 일상생활에 불교적 사유가 스미는 대장경 불교시대가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극히 일부이지만 탐(貪·탐냄과 집착)·진(瞋·미워하고 성냄)·치(癡·미혹됨이나 그릇된 판단) 3독(毒)을 없애 세속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야 할 승려들이 탐욕에 찌든 채 분노의 어리석음을 질주한 것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한 경기도 안산반월공단 옆 작은 콘테이너. 한쪽 벽에 길게 두 줄로 설치한 선반 위에는 새우깡 3개·고소미 5개·초코파이 2봉지 등 끽해 봐야 한 박스도 안되는 과자 봉지들이 옹기종기 진열되어 있었다. 매점의 주메뉴는 컵라면 3000원·봉지라면 4000원이다. 8000원짜리 제육덮밥이 있지만 딱 한 개 팔렸다.
오후 6시가 되자 매점 여주인은 문단속을 하기 시작한다. 좌우로 난 6개의 창문 고리를 잠근다. 안이 보이는 음료수 냉장고와 일반 냉장고도 자물쇠로 잠근다. 그리고 출입문을 나와 또다시 자물쇠로 단단히 잠근다. 60세가 다 된 여주인이 화장실에 가려면 한참을 가야 하는데 콘테이너 뒤에 4분의 1평도 안되는 박스 공간을 만들어 휴대용 변기를 설치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 문도 자물쇠로 단단히 잠근다.
“아차!” 여주인은 갑자기 퇴근길 버스 안에서 탄식을 내뱉는다. 그날 하루 매상인 3만6000원을 앞치마 주머니에 넣어 둔 채 그냥 온 것이다. 버스는 속절없이 질주했고 가슴은 콩닥거렸다. 그래도 다음 날은 새벽 성당 미사에 가야 한다.
15년 전,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골프연습장이 딸린 고급빌라 두 채(117평)에 살았다. 특히 같은 빌라 여덟 채 중 여섯 채가 여의도순복음교회 소유였다.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가 타는 차는 벤틀리였다. 은퇴했지만 역삼동 사무실을 그대로 유지해 연간 1억5000만 원씩을 받았다.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경기도 남양주에 별장이 있다. 15년 전에 24억 원 하던 별장은 단 한 번도 소득세를 낸 적이 없다.
피터 버거는 ‘종교가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3가지라고 했다. 첫째 전통적 권위 재확인(연역적), 둘째 전통의 세속화(환원적), 셋째 경험 재발견과 이의 회복(귀납적)이다.
첫 번째 역사와 전통에 충실한 연역적(演繹的) 대안의 대표적 사례가 전례와 성사를 엄격히 거행하는 가톨릭교회라는 것을 컨테이너 매점 여주인이 알 리 없다. 어쨌든 분석해 보니 종교의 전통과 권위를 위기로 내몬 것은 도전으로 야기된 세속화보다 다원화된 사회적 현상이 주범이었다.
시노드(Synodalitas)란 ‘하느님의 백성이 함께 길을 걸어간다’는 뜻이다. 교회가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시노드의 광범위한 신학적 개념인 시노달리타스(동행)적 교회가 되어야 한다. 자신은 물론 교회 문턱을 낮추고 낮은 곳으로 걸어가라는 뜻이다.
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륜 스님을 만났다. 이 대표는 “의료대란·서민경제 위기에 대해선 종교계 어르신들이 움직여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법륜은 “언제 움직일지에 대해서는 논의하겠다”고 답변했다. 법륜은 평화재단 이사장이자 정토회 지도법사다. 2012년엔 안철수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멘토였고, 직전 대선 기간에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함께 통합내각 구성과 개헌을 제안했다.
월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가난한 성도들이 낸 헌금으로 고급 차를 몰고 고급 빌라에서 화려하게 살아가는 그들. 틈만 나면 정치에 끼어드는 종교인들 때문에 역겨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님에도 그들의 가르침과 정진 수행은 민생(民生)이란 첩첩산중 도로 위로 굉음을 울리며 무한질주 중이다.
안산시 은혜와진리교회의 십자가 첨탑은 화랑유원지 옆 화정천 옆에 하늘 높이 솟아 있다. 10월의 어느 주일, 세월호납골당 반대 투쟁 현장을 지키고 있는데 ‘반대서명지’가 똑 떨어졌다. 급히 인근 교회로 달려가 서명지 몇 장만 복사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교회 여직원은 손사래를 치며 복사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장로로 보이는 근엄한 남자 성도는 모른 체했다. 자원봉사자는 착찹한 심정으로 투쟁 현장으로 돌아와 높이 솟은 교회 십자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한 줄기 성경 말씀이 휑하니 귓전을 스치며 지나가자 단풍이 우수수 떨어진다.
‘바람은 불고 싶은대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요한 3:8)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24
좋아요9
감동이에요0
화나요3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