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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10일,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 김대중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공로, 그리고 남북화해와 평화에 대한 노력’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것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온 게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탄두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김대중이 전 세계를 상대로 어떻게 가짜 평화를 만들어 노벨상 사기극을 벌였는지, 어떻게 노벨평화상과 핵무기를 뒷거래했는지…. 양심 증언으로 미국에서 정치적 망명을 허락받은 유일한 한국인 김기삼 변호사와 한반도 전문 국제 저널리스트 도널드 커크가 밝히는 아찔하고도 끔찍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편집자 주]
2000년 1월, 김한정과 세 남자의 비밀 모임
2000년 1월24일, 새천년에 들어서고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갈 무렵이었다. 이날 점심 무렵 청와대 인근 인왕산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한식당 용수산에는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비밀 모임이 예약되어 있었다. 식당 2층의 후미진 방에는 이미 청와대 부속실장 김한정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윤석중 청와대 부대변인과 김명식 해외홍보원장도 앉아 있었다. 잠시 후 국정원의 외신공보관으로 일하고 있는 김영준이 종업원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섰다.
이들 모두를 다 알고 있는 김한정이 서로를 소개하고 인사시켰다. 이들은 현직에서 해외 언론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 요원들이었지만 서로 면식이 없는 사이였다.
김한정 휘하의 핵심 요원 세 사람
이 중에서 윤석중은 1995년 김대중의 셋째 아들 김홍걸을 서던캘리포니아대학(남가주대학)에서 처음 만난 후 절친한 사이가 됐던 사람이다. 그는 정권이 바뀌자 김홍걸의 추천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통역관이 됐다.
김명식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재원이었는데 언론계에 투신해 다양한 해외 언론 경험을 쌓았다. 로이터 통신의 서울 특파원으로 지냈고, 서울에서 발행되는 영자신문 코리아 타임즈와 코리아 헤럴드의 편집장을 거쳤다. 한국 유일의 영어 공영 방송인 아리랑TV가 개국한 이래 그 방송의 국장을 역임하다가 1999년 해외홍보원 원장이 됐다.
김영준은 본래 언론이나 외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영국 명문인 런던대학 정치경제대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갓 귀국한 국제정치학자였다. 영국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나종일의 부탁으로 노벨상 프로젝트팀에 합류한 이래, 국정원에서 외신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지난 2년간 그는 서울에 주재하는 외국 언론인들과 가까운 사이가 되는 등 인맥을 구축했다. 그는 서울 외신기자클럽에 준회원으로 가입하고 외신 기자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당시 외신 기자들은 서울 주재 특파원이라는 정식 회원 자격은 없는 그의 가입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 논의한 끝에 최종적으로 회원가입을 거절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대신 준회원으로 받아 주었다.
그들이 김영준을 정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국정원 직원이 자신들의 모임에 들어와 활동하는 척하면서 스파이 노릇을 하지나 않을까 해서 꺼렸기 때문이었다. 또한 예전에 이 모임에 들어와 모임의 성격을 악용했던 회원들의 전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김영준을 알고부터는 그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갖게 되었다.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실을 미리 밝혔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문제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김영준이 외신기자클럽에 출입하는 데는 속셈이 따로 있었다. 그가 김대중의 노벨상 수상에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아는 외신 기자는 거의 없었다.
김한정, “노벨상 프로젝트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제1부속실”
김한정은 이날 용수산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앞으로 노벨상 프로젝트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제1부속실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주지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해외 언론 담당자들이 매주 1회 해외 홍보 조정회의를 정기적으로 열 것을 제안했다. 이어서 그는 다음번 회의부터는 외교통상부에서도 실무국장을 한 명 참석시키겠노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홍보 조정회의의 주요 임무로 해외 언론정보의 수집과 분석‧외신을 통한 홍보 기획‧해외 언론인들과의 접촉선 개발과 유지‧청와대 제1부속실의 업무 지원 등을 거론했다.
이 자리에서 김한정은 참석자들에게 피스 메이커(peace maker)로서의 김 대통령의 역할을 해외에 홍보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그는 김대중이 남북관계와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기울여 온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를 연계시켜 효율적으로 홍보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또한 김 대통령의 해외 지인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한정, DJ는 ‘피스 메이커’… 해외 인맥도 활용하라
그는 대통령의 해외 인맥은 대통령 개인의 자산이며 동시에 우리 정부의 자산이므로 필요에 따라 우리나라의 협조자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들 김대중의 해외 지인들과의 교감을 확대하고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면서 이들을 활용하여 그간 우리 정부의 성과를 해외에 홍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줄 것을 지시했다.
김한정, 해외 주재관들에 불신‧불만 표출
한편, 그 자리에서 김한정은 해외 주재관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도 표출했다. 그는 해외 주재관들이 타성에 젖은 습관적 활동을 반복하면서 본국이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외 주재관들이 정부의 홍보자일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정치권‧경제계‧학계‧언론계‧문화 분야 등 사회 전반의 각 분야에서 우리의 정책을 가이드하고 방향까지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정은 또한 현재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의 성공적인 극복 등으로 외국 언론들이 다룰 수 있는 한국 관련 기사의 소재가 제한되고 고갈되어 가는 분위기라고 전제하면서 외신들이 한반도의 보다 민감한 부분에 점차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한정은 이들 해외 언론의 취재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홍보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 시행해 줄 것을 부탁했다.
재미 동포언론에 관한 해외공작국의 보고서
용수산에서의 홍보조정회의가 있은 지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국정원 해외공작국은 ‘재미 동포언론의 대정부 비판 보도 실태 및 대책(복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임동원 원장과 권진호 1차장에게 제출했다. 이는 본문 4페이지에 붙임 보고서가 1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였다. 첨부한 붙임 보고서는 최근의 비판 보도 사례와 재미 동포언론 현황을 정리한 자료였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되었다.
“최근 일부 재미 동포언론들이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 사례가 산견(散見)되고 있어 이를 방치할 경우 교포 사회 내 부정적인 영향이 파급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운영 실태 및 보도 성향을 분석하고 대책을 검토하였다.”
보고서는 미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일간지 25개사‧주간지 28개사‧TV 방송국 23개사‧라디오 방송국 23개사 등 총 95개의 동포 언론사에 대한 상세한 현황과 실태를 깨알같이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가 평가하고 있는 동포언론의 운영 실태를 보면, 일간지들은 주로 국내 본사 직영 또는 제휴로 운영되고 있고, 통상 20∼200 명의 직원과 1만∼4만 부를 발행하고 있어 운영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편인 반면, 주간지는 사주가 직접 운영하거나 1∼2명의 기자를 두고 운영하는 영세업체가 대부분으로 발행 부수는 500∼5000부 정도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한 TV 방송국은 대부분 현지 TV 채널을 임대해 하루 몇 시간씩 국내 프로그램 위주로 편성하고 있고, 자체 제작은 일부 동포사회 소식을 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TV 방송국은 시청자가 10만을 넘지 못하는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인 반면 라디오 방송은 독립 주파수를 가지고 24시간 운영하는 경우도 있어 재정 상태가 비교적 건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기삼 변호사의 블로그(https://niswhistleblower.tistory.com/)를 방문하면 좀 더 상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김기삼
△서울대 법대 졸업
△펜 스테이트 디킨슨 법대 비교법학(LLM) 석사 졸업
△국가정보원 8년 근무
△2003년 미국 망명
△2011년 망명 확정
△(현) 미국 뉴욕주 변호사
도널드 커크 Donald Kirk
△미 프린스턴 대학 졸업
△197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시카고 트리뷴지(Chicago Tribune)·프랑스 파리의 IHT(International Herald Tribune)지를 비롯해 50년간 한반도 문제 전문 최고령 현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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