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 칼럼] 허위사실 유포하는 ‘지라시’ 왜 못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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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지라시 가짜 뉴스로 기업에 막대한 피해
국가경제 전반의 신뢰도와 안정성 위협할 수 있어

박용준 편집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23 00:02:40

최근 기업들이 유튜브나 사설정보지(지라시)를 통해 허위사실이 퍼지는 바람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기업 내부정보를 가장한 가짜 뉴스가 무분별하게 유포되면서 주가 하락은 물론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들 정보 중에는 기업 내 특수 관계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고급 정보도 있지만, 대부분 경쟁 기업의 주가를 떨어뜨리고 흔들기 위한 가짜 정보들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일반적인 평가다. 한번 시장에 퍼진 가짜 뉴스는 일부 유튜버나 지라시를 통해 재가공되어 타깃이 된 대상은 물론 주변 관계인들에게까지 2차·3차 연쇄적인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롯데그룹의 모라토리엄 관련 허위사실 유포다. 롯데그룹은 자금 흐름이 막혀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는 악의적인 허위 정보로 인해 하루 만에 계열사 주가가 폭락하며 약 6000억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는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하여 롯데그룹 전체 신용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을 뿐 아니라 금융권과 증권시장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공시를 내고, 지라시 작성·유포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장의 충격은 진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롯데그룹으로서는 유튜브와 지라시가 퍼뜨린 허위 정보로 실제 큰 위기를 맞을 뻔했다.

이러한 문제는 롯데그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 사망설로 주가가 출렁였고,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위탁 생산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생해 20만 장에 달하는 웨이퍼를 폐기하게 되어 약 1조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짜 뉴스가 지라시를 통해 증권가에 돌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이는 단순한 루머가 아닌 구체적인 수치까지 포함된 허위 정보로,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야기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연예인 관련 허위 정보로 주가가 8% 이상 하락했으며, 제약·바이오 기업 HLB는 신약 개발 중단 가짜 뉴스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한번 퍼진 가짜 뉴스는 순식간에 확산되어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허위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즉각적인 해명과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 퍼진 불신을 해소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이러한 가짜 뉴스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유료 구독자 확보를 통한 수익 창출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일부 유튜버들이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으로 관심을 끌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허위사실 유포자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범죄라는 인식조차 없다는 점이다. 기업이 쓰러지든, 시장이 혼란해지고 국가경제가 흔들리든 무너지든 상관없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을 써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유튜브의 경우 외국 기업이라 국내법으로 규제하기가 쉽지 않다. 국회에서 플랫폼 자율규제 강화 법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 역시 국내 포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수많은 유튜브 채널을 기업들이 일일이 감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유튜브보다는 지라시 작성자들을 대상으로 한 법적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현행법상 신용훼손죄는 5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만을 규정하고 있어 처벌 강도가 매우 약하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 의견으로 인해 처벌 법률 제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가 기업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를 근절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조치가 시급하다.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내는 범법자들이 이제는 기업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혼란을 일으키는 허위 내용의 지라시를 만들어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으로 강력히 처벌하고 원천적으로 뿌리 뽑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방법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경제 전반의 신뢰도와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부와 국회는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강력한 처벌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기업의 정당한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가짜 뉴스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기업과 기업인들이 허위 정보에 휘둘리지 않도록 적극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건전한 시장 질서와 국가경제의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박용준 편집국장 pyj@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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