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10일,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 김대중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공로, 그리고 남북화해와 평화에 대한 노력’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것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온 게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탄두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김대중이 전 세계를 상대로 어떻게 가짜 평화를 만들어 노벨상 사기극을 벌였는지, 어떻게 노벨평화상과 핵무기를 뒷거래했는지…. 양심 증언으로 미국에서 정치적 망명을 허락받은 유일한 한국인 김기삼 변호사와 한반도 전문 국제 저널리스트 도널드 커크가 밝히는 아찔하고도 끔찍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편집자 주]


남북 간의 메신저 자청한 엘리아손
2000년 2월 이병춘의 후임으로 국정원의 스웨덴 파견관이 된 박종재가 ‘국장 친전’으로 한영우의 방한 계획 등에 관해 보고한 전문에 의하면 얀 엘리아손 스웨덴 외무 차관은 한영우에게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너무 일찍 이루어진 감이 있으나 정말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엘리아손은 자신이 방북해서 북측에 남북 간의 직접적인 대화를 권했을 때 북측은 ‘예스’와 ‘노’를 분명히 하지 않고 주한미군 등을 이유로 분위기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고만 언급했기 때문에 자신은 정상회담이 이듬해쯤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스웨덴이 서구에서 유일하게 27년간 평양에 상주 공관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북한이 스웨덴에 상당한 신뢰감을 갖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스웨덴을 통한 대북 메시지 전달이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자신의 역할이 필요할 경우 언제라도 연락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영우는 이러한 엘리아손의 언급 내용을 전하면서 한국 정부가 엘리아손의 정상회담 관련 지원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앞으로의 협조를 당부하는 서한을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한영우는 서한의 명의자로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한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나 통일 문제를 담당하는 통일부 장관이 적절할 것 같다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엘리아손은 어떤 인물인가
엘리아손은 이후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워싱턴 주재 스웨덴 대사를 지내고2006년에는 6개월간 스웨덴 외무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그는 그해 12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 의해 분쟁 지역인 수단의 다르푸르에 특사로 파견되기도 했다.
반기문 신임 유엔 사무총장 취임 후에는 신설된 유엔 새천년개발목표지지그룹 대표를 지낸 후 반기문에 의해 2012년 7월 유엔 사무부총장에 임명되어 약 5년간 유엔에서 같이 일했다. 반기문이 엘리아손을 이처럼 중용한 것은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한 사이에서 그가 한 모종의 역할에 대한 보상의 의미에서였는지 아니면 북한과의 뭔가 새로운 미션을 위한 차원에서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영우, 황우석 박사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 언급
한편, 이 당시 김한정은 한영우를 통해 스톡홀름 소재 노벨재단의 미카엘 슐만 사무총장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비록 노벨평화상 위원회가 오슬로에 있지만 노벨상 전반에 대한 관리는 스톡홀름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영우가 스웨덴에서 DJ의 노벨상 수상을 위한 공작 과정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2004년까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 2004년 9월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줄기세포 연구로 세상의 관심을 집중시키던 수의학자 황우석 박사의 노벨상 수상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한영우는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지만 그것은 노르웨이에서 수상한 것이라면서, DJ의 노벨상 수상 이유가 매우 정치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가 하루속히 배출됐으면 하는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황우석 박사의 연구 성과 높이 평가한 한영우
한영우는 이 자리에서 2002년 삼성의 돈으로 노벨상 전시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 100년의 자취를 살펴본 ‘창조성의 문화: 개인과 환경’전을 개최했었다. 오는 2007년에는 노벨과 그가 살았던 시대를 주제로 세계 순회 전시회를 계획 중이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도 이를 후원할 기업들을 물색하기 위해서다.”
이후 한영우는 2005년 슐만과 함께 한국을 다시 방문해 연례 노벨상 기념행사에서 호암재단으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이때 한영우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황우석 박사의 노벨상 수상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노벨 의학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로 “황 교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가 환자에게 이식돼 부작용이 없다는 점이 임상적으로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연구의 진행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뜻으로, 자신이 이 문제에 대해서 뭔가 관여하고 있다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노무현정부, 황우석 박사의 노벨상 수상 추진
과학기술부 관계자는 2006년 1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기부 차원에서 스웨덴에 과학관 파견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혀 과학관 파견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 여론은 황우석에게 노벨상을 안기기 위해 한국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김석준 의원은 2005년 12월 한국 정부가 황 박사의 논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황우석 노벨상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필자가 확인한 내용은 아니지만 이때 스웨덴에서 활동한 과학관은 박남용이었다고 한다. 그가 오슬로에서 김대중의 노벨상 공작을 수행했던 경험이 이제 스톡홀름에서 황우석의 노벨상 공작으로 전용된 것이다. ‘평화상’에서 ‘의학상’으로 종목은 달라졌지만….
문화일보 기사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는 황교수의 노벨상 수상을 적극 추진해온 오명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오명은 2005년 3월 스웨덴을 방문해 미카엘 슐만 노벨재단 총장를 만나 “노벨과학상 수상자 조기 배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현지 주재 과학관 파견, 한국과학재단 현지사무소 설치 등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과기부는 지난 2004년부터 스웨덴에 과학관을 파견해 노벨상 관련 정보 수집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면서 “그 연장선에서 한국과학재단 직원을 스웨덴에 과학관으로 파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또한 황우석 박사 자신도 2005년 서울을 방문한 한영우 노벨박물관 수석 고문을 몇 차례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하면서, 두 사람의 구체적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시 방한한 한 고문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황 박사의 노벨과학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황 교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신문은 스웨덴 국적의 한국인인 한 고문은 동양인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 후보 선정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노무현정부, 황우석 팀과 스웨덴 연구소 연구 협력 중재
황우석 노벨상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으로 의심받던 2006년 3월 한겨레신문은 황우석 박사와 노벨상 기관의 관계에 정부가 관여했다는 보다 진전된 의혹을 제기했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과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KI) 간의 연구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과정에 과학기술부가 적극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는 바람에 왜 우리 정부가 두 연구기관의 연구 협력에 중재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인 것이다.
기사에 의하면 황교수 팀이 KI에 비치할 공동 연구 장비를 구입한다는 명목으로 후원금 50만5000달러를 인출해 2005년 12월12일 KI 측에 송금했다는 것이다. 1810년에 설립된 KI는 스웨덴 명문 의과대학 겸 연구기관이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KI 교수 50명으로 구성된 ‘KI노벨회의(Nobel Assembly at KI)’에서 선정, 수여한다.
△김기삼 변호사의 블로그(https://niswhistleblower.tistory.com/)를 방문하면 좀 더 상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김기삼
△서울대 법대 졸업
△펜 스테이트 디킨슨 법대 비교법학(LLM) 석사 졸업
△국가정보원 8년 근무
△2003년 미국 망명
△2011년 망명 확정
△(현) 미국 뉴욕주 변호사
도널드 커크 Donald Kirk
△미 프린스턴 대학 졸업
△197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시카고 트리뷴지(Chicago Tribune)·프랑스 파리의 IHT(International Herald Tribune)지를 비롯해 50년간 한반도 문제 전문 최고령 현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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