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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이 시작된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풍전등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유가 어찌됐든 대한민국 전체가 극도의 혼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와 같은 혼란 사태가 언제 어떤 세력에 의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각자 가지고 있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단이 다를 것이다.
다만, 북한의 대남공작 최일선에서 남파 공작원으로 활동했던 필자의 시각에서 볼 때 오늘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극도의 혼란 사태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다. 이는 광복 직후부터 끈질기게 전개해 온 북한의 대남공작, 특히 1980년대 초반부터 북한이 대한민국 청년 학생들을 반미의식과 주체사상으로 무장시키기 위해 집요하면서도 치밀하게 벌여 온 의식화 공작, 종북주사파를 포섭해 간첩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국내 각종 정당 및 운동권 단체들을 장악하기 위해 벌인 대남공작의 결과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오늘 대한민국이 좌우 두 쪽으로 극심하게 갈라져 사실상의 체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북한 김씨 세습 정권의 대남공작에 의해 의식화되고 조직화된 종북주사파 세력, 북한과 연계된 간첩 조직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는 북한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노동당 대남 공작 기관의 지령에 따라 활동하다 적발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간첩단과 제주간첩단·창원간첩단과 청주간첩단 관련자들이 현재 대통령 탄핵 투쟁의 맨 앞장에 서 있는 진보당과 민노총·전농 등에서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한 핵심 인물들이었다는 사실이 방증해 주고 있다.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에서 ‘종북 세력’ 또는 ‘종북주의자’라는 표현은 2006년 검거된 일심회간첩단 사건을 계기로 대중에게까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2006년 민주노동당(민노당)의 당권파(NL·민족해방계열) 일부가 연루된 일심회간첩단 사건으로 민노당에서 당권파와 비당권파(PD·민중해방계열)가 서로 대립하면서 비당권파가 당권파를 향해 북한 및 김씨 정권을 무조건 추종하는 세력이라는 의미에서 ‘종북주의자’라고 비난한 바 있다. ‘종북주사파’라는 표현은 주사파 세력이 주체사상은 물론 북한의 김씨 3대 세습 정권을 맹목적으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추종한다는 의미에서 사용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북한 대남공작 부서에서는 필자가 남파 공작원으로 활동하던 1980년대 중반부터 이미 오늘날의 남한 종북주사파를 ‘주체사상 신봉자’라고 표현하며 포섭 대상 선정의 첫째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지금부터 연재하려는 이 글을 통해 필자는 1980년대 초반부터 대한민국 청년 학생들을 상대로 반미·종북주사파 양산을 위해 전개해 온 북한의 치밀한 의식화 공작과 간첩망 구축을 위한 대남공작에 대해 그 한가운데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실체를 파헤쳐 보려고 한다.
1980년대 북한 공작지도부의 대남 정세 판단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은 대격변의 시기였다. 북한에서는 1980년 10월 노동당 제6차 대회를 통해 김정일을 김일성의 후계자로 공식화함으로써 김일성·김정일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김정일은 1974년 김일성의 후계자로 내정된 후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발표하고 이를 기반으로 후계 체체, 즉 자신을 중심으로 한 통치체제 구축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이에 따라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임을 대외적으로 공식화한 1980년에 이르러서는 당·정·군은 물론 대남공작 기관까지 완벽하게 장악한 상태였다. 따라서 1980년부터는 김일성·김정일 공동정권이 아니라 김일성은 허울뿐인 지도자였고 명실상부한 북한의 지도자는 사실상 김정일이었다고 하는 것이 적확한 표현이다.
이와 같이 북한은 정치적으로 후계 체제 구축에는 나름대로 성공했지만 경제는 병들어 가고 있었다. 이는 무엇보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호화사치 생활과 우상화 작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것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이에 더해 나라와 인민을 위해 특별히 해 놓은 것도 없이 김일성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후계자로 등극한 김정일이 측근들에게 최고급 벤츠 승용차와 스위스산 명품 시계를 선물하고 주민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선심성 선물을 남발하는 등 거액의 자금을 탕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 외에도 북한 경제가 붕괴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더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설명하도록 하겠다 .
반면, 한반도의 남쪽인 대한민국은 일대 혼란기에 접어들었다. 1970년대 말 대한민국에서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청년 학생들의 격렬한 반독재 민주화 시위와 노동운동이 고양되는 등 대중 투쟁이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이 같은 전체적인 민심 이반은 부마항쟁으로 폭발했다.
이러한 가운데 불행하게도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이 궁정동 안가에서 측근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암살되는 비극적인 ‘10.26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전두환 신군부에 의한 12.12 사건으로 이어졌고 이후 ‘서울의봄’으로 민주화 열기가 더욱 거세지자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와 5·18광주사태(당시 북한에서 쓰던 표현)로 연결되었다.
12.12로 권력을 잡은 신군부는 공안 기관을 앞세워 ‘강압적인’ 통치를 실시했으며 이에 따라 전두환 정권에 반대하는 반군부·반독재 민주화운동이 끊임없이 전개되었다. 이 과정에 북한의 끈질긴 대남 선전선동과 일부 좌파 지식인들에 의해 ‘미국이 5·18 광주사태에 대한 무력 진압을 용인했다’며 미국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고조되었다. 이는 해방 이후 최초로 대중적 차원에서의 반미 구호가 전면에 등장하고 반미 투쟁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 대남공작 지도부에서는 10.26사태를 1970년대 후반기 격렬하게 전개된 청년 학생들의 반파쇼 민주화운동이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로 평가하면서, 아울러 반미 구호의 등장에 이어 반미 투쟁이 고조된 것을 1980년대 대남 정세의 가장 큰 진전인 동시에 특징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남한의 민주화 세력이 의식화·조직화되면서 대중 투쟁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다고 분석했다. 말하자면 민주화운동 과정에 의식화된 청년 학생들이 노동 현장에 침투해 노동자들을 의식화·조직화함으로써 노동 운동을 새로운 높은 단계에로 발전시켰으며, 이에 따라 노동자계급이 청년학생들과 함께 반파쇼민주화·반미자주화 투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또한 민주화운동 세력의 좌경화 경향이 뚜렷해지는 등 운동 세력의 질적 변화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청년 학생들이 공산주의 사상인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지도 이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며 나아가 북한의 지도 사상인 주체사상(또는 NL)을 남한 변혁 운동의 지도 이념으로 받아들이는 세력까지 나타나게 된 것에 특별히 주목했다.
특히 민주화운동 과정에 ‘주체사상 신봉자’ 집단, 즉 주체사상을 변혁 운동의 지도 이념으로 간주하고 추종하는 세력(일명 주사파)이 대거 배출되었다고 탄성을 지르면서 주사파를 어떤 방식으로 조직화하고, 나아가 북한 공작 지도부가 남한의 주사파 세력을 어떻게 포섭하고 지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까지 했다.
일부 대남공작 부서 간부들은 남한의 청년 학생들이 김일성과 김정일을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친지김동(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이라는 약어로 된 존칭사를 쓰면서 투쟁에 나서고 있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통일 운동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것도 북한의 대남공작 지도부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부분이다. 북한은 4·19 혁명 이후 20여 년 만에 통일 운동이 반미 자주화·반파쇼 민주화 라는 구호와 함께 대중 투쟁의 기본 구호로 전면에 등장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큰 관심을 돌렸다. 물론 이것도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이 먹혀든 결과였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평가일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과 북한 대남공작 지도부에서는 전두환 정권이 민주화운동 세력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하는 등 ‘파쇼적이고 폭압적인 정치’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에 대남공작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기에는 여건과 환경이 상당히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5·18을 아쉬워한 김정일
이러한 가운데 발생한 5·18 광주사태는 김일성의 후계자로서 북한 권력을 실질적으로 장악한 김정일과 북한 대남공작 지도부에 큰 충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북한 대남공작 지도부는 광주에서 민주화를 외치며 시위가 시작된 초기에는 그것이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시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시민군이 광주를 완전히 장악(5.21)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그로부터 20년 전인 1960년 4·19 민중 봉기가 일어났을 때 무력 남침을 단행하지 못한 것을 천추의 한으로 품고 있던 김일성이었고, 그의 아들 김정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김정일이었기에 1980년 10월에 진행되는 노동당 제6차 대회를 앞두고 후계 체제 구축 작업에 여념이 없던 상황에서도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전부장 김중린과 대남 침투 및 특수공작을 담당한 중앙당 조사부장 임호군 등 대남공작 부서 고위 간부들을 급히 불렀다.
김정일은 조사부장 임호군에게 “몇 년 전에 내게 격술과 사격 등 특수훈련 시범을 보여준다며 전투원(침투요원) 100여 명을 동원해 행사준비를 한다고 보고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다급하게 물었다고 한다.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중앙당 조사부장 임호군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1976년 남조선에 파견했던 전투원 중 한 명인 김용규가 동료들을 쏴 죽이고 자수하는 바람에 지도자 동지를 모시고 진행하려던 1호 행사(김일성·김정일 부자가 참석하는 행사) 비밀이 적들에게 넘어갔을 것으로 판단하고 행사를 취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당시 행사 준비에 동원했던 100여 명의 전투원은 조사부 산하 각 연락소에 분산 배치했습니다.”
임호군의 말을 들은 김정일은 “그 100여 명의 전투원을 각 연락소에 분산 배치하지 않고 그냥 유지하고 있었다면 이럴 때 정말 좋았을 텐데…”라며 못내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필자의 상식으로는 김정일의 생각대로 100여 명의 전투원이 각 연락소에 분산 배치되지 않고 모여서 훈련하고 있었다고 해도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이들을 준비시켜 남파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알려진 바와 같이 광주시민군이 예비군 무기고에서 무기를 탈취해 광주를 자신들의 해방구, 즉 무정부 상태로 만들었던 기간은 5월21~27일의 ‘불과’ 일주일간이다. 일주일이라는 기간이 대규모 군병력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최대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던 광주시민군이나, 무력화된 공권력을 회복해야 하는 대한민국 정부 입장에서는 긴 시간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완벽한 준비를 함으로써 한치의 실수도 없이 대남 침투와 함께 주어진 공작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특수요원들의 입장에서는 일주일이라는 기간이 너무도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광주에서 반정부투쟁이 시작된 초기부터 북한이 미리 준비를 했다면 가능했을 수 있다. 아울러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에 전쟁 발발을 전제로 하는 경우, 또한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단기간 내에 대규모 병력에 의한 대남 침투 및 공격이 가능하다.
실제로 김일성은 1976년 발생한 8.18판문점도끼만행 사건 직후 미국이 동해에 항공모함을 띄워 놓고 북한을 압박하자 진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북한군 특수전 병력을 은밀히 침투시켜 남한의 한·미 주요 군사기지 주변에 대기시켰다가 철수시킨 바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8.18판문점도끼만행 사건 직후 직접 공작선을 타고 남한에 은밀히 침투했다 복귀한 당사자로 1995년 노동당 사회문화부 지도원으로 임명된 최영식으로부터 전해들었다.
북한으로서는 당시 은밀히 침투시킨 특수병력이 군사작전을 단행하더라도 어차피 전쟁이 발발한 다음에 할 것이고, 또 전쟁 와중에 전개될 것이므로 상대방에 대해 어디에서 어떤 규모의 군사공격을 감행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한 그와 같은 특수작전 과정에 침투했던 인원이 체포되거나 사망하는 등 실수를 하거나 작전 자체가 실패하더라도 전쟁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날 것을 대비하는 차원 또는 실제 전쟁 상황이 아닌 평화 시기에 상대방의 후방에 군병력을 대거 침투시켜 무력으로 공격하다 실수하거나 작전이 실패할 경우에는 곧바로 전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무모한 행위를 감행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필자가 5·18 광주사태 당시 나이 어린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북한이 실제로 광주사태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아울러 필자가 알고 있거가 전해 들은 내용은 노동당 대남공작 부서 내에서 논의되었던 것이고, 당시 북한군 정찰국에서도 대남공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어떻게 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여기에다 실제로 북한이 8.18판문점도끼만행 사건 직후 실제로 특수전 병력을 남한에 은밀히 침투시켰다 복귀시킨 바 있고, 북한이 개입한 증거도 있다고 하므로 북한군이 5·18광주사태 당시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필자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제2의 5·18에 대비하라
1981년 4월 어느 날, 김정일정치군사대학(당시 금성정치군사대학) 전투원반 입학생들이 신병훈련을 받던 내무반으로부터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던 3층짜리 대학병원 건물에 100명의 신입생이 갑자기 입교해 별도로 신병훈련을 시작했다.
25명씩 4개 소대로 편성되어 신병훈련을 받고 있던 이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전투원(대남침투 요원) 양성 과정 신입생들처럼 고등중학교 졸업생이 아니었다. 여기에다 전투원 양성 과정 신입생들이 이미 같은 해 2월에 입학해 2개월간의 신병 훈련을 마치고 본과 배치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어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많은 이가 궁금증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에 대한 궁금증이 차츰 풀렸는데, 그에 대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김정일이 중앙당 조사부장 임호군 등 대남공작 부서 고위 간부들을 불러 5·18광주사태가 실패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김중린은 오랫동안 대남공작에 종사한 전문가답게 김정일을 기쁘게 할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김중린은 김정일에게 “우리가 이번에 일어난 5·18은 충분히 준비를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기회를 놓쳤지만, 그와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한다면 또 놓칠 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5·18과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할 경우 즉시에 훈련된 특수요원들을 침투시킬 수 있게 철저히 준비해 놓아야 한다. 그 준비의 일환으로 전국의 대학생 가운데 100명의 무장선전 대원을 선발해 훈련시키려고 한다”고 보고했다.
말하자면 5·18광주사태와 같은 상황이 재발할 경우 이들 100명을 즉시 투입해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겠다는 소리였다.
김중린으로부터 위와 같은 내용의 보고를 받은 김정일은 흔쾌히 동의했고, 김정일의 허락을 받은 김중린은 곧바로 자신이 부장으로 있던 중앙당 통일전선부에 지시해 전국의 대학생을 상대로 정예요원 100명을 선발하도록 하는 등 실제 행동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통일전선부에서는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협조로 각 시·도당 조직부 간부과에 지시를 내려보내 김일성종합대학을 비롯한 북한의 전체 대학 1·2학년 재학생 가운데 무장선전대 요원을 선발하는 작업에 착수하여 최종적으로 정예요원 100명을 선발했다.
이와 함께 중앙당 조사부와 협조해 조사부 산하 교육훈련 기관인 김정일정치군사대학에서 무장선전대 요원들에 대한 교육 및 훈련 계획안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도록 했다. 김정일정치군사대학에서는 과거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 당시 교육과 훈련을 실제로 담당했던 관계자 및 사건 관련자들을 불러 무장선전대반 교육 및 훈련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는 등 준비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준비가 완료되자 전국 대학에서 최종 선발된 1·2학년 재학생 100명을 소환해 25명씩 4개 소대로 편성하고 1개월 간의 신병훈련을 실시했다.
신병훈련을 마친 다음에는 1984년 초까지 3년간 무장선전대 전문 교육과 훈련 과정을 이수하도록 했다. 물론 교육 전 과정에 걸쳐 보안을 이유로 전투원반 학생들과는 철저하게 분리시켜 생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무장선전대반 교육생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은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의 공작원반 담당 교수 및 교관들이 담당하도록 했고, 과거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에 관여했던 일부 관계자들도 투입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교육 및 훈련 내용은 공작원반과 전투원반의 커리큘럼을 반반씩 짜깁기해 놓은 것과 유사했다. 예를 들면 공작원반 교육생들에게 필수적으로 가르치는 ‘지하당 건설’이 이들의 교과목으로 편성되었고 전투원반 교육생들처럼 격술과 사격·게릴라전 훈련 등의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었다.
이렇게 100명으로 시작한 3년 간의 무장선전대반 교육 및 훈련 과정에서 1명이 실탄사격 훈련 중 오발 사고로 팔에 관통상을 입은 후 치료를 받고 제대했으며, 다른 1명은 건강상의 문제가 생겨 도중에 전역함으로써 98명이 최종적으로 졸업하게 되었다.
그런데 무장선전대반 교육생들이 졸업을 몇 개월 앞둔 1983년 말 무장선전대 요원 양성을 기획하고 지휘했던 김중린이 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직책에서 해임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김중린은 1983년 가을 미얀마에서 발생한 아웅산묘소 폭파 사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직책에서 조선중앙통신사 사장으로 강등되었다.
당시 북한 특수요원들에 의한 아웅산묘소 폭파로 남한 정부 요인들이 대거 사망했음에도 김정일이 이 작전을 실패했다고 평가한 것은 전두환 대통령을 시해하려던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3년간 양성한 무장선전대원들을 5·18과 같은 상황이 재발할 경우에 즉시 침투시키기 위해서는 기본 교육 및 훈련 과정이 끝난 후에도 인원은 물론 보다 강도 높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전투 능력 또한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대기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기에다 무장선전대반이 교육 및 훈련을 이수하는 3년 사이에 제2의 5·18이 일어나기는커녕 일어날 조짐도 보이지 않는 데다, 무장선전대반 양성을 기획하고 지휘했던 김중린마저 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직책에서 갑자기 물러나는 바람에 이들은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무장선전대반 졸업생 98명 가운데 7·8명은 통일전선부 소속 공작원으로 선발하고, 2·3명은 김정일정치군사대학 교관으로 배치했으며 나머지 인원은 통일신보사와 조국통일사·대남방송을 담당하는 칠보산연락소 등 통전부 산하 연락소와 기관에 각각 분리해 배치했다.
결과적으로 제2의 5·18을 기대하고 준비했던 북한의 대남 무장선전대원 양성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당시 무장선전대반을 졸업하고 통전부 산하 신문사인 통일신보사에 배치되었던 인물이 바로 2015년 조국통일연구원 부원장 직책으로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 출연했던 박영철이다. 박영철은 필자가 북한에서 공작원 생활을 할 때인 1980년대 후반 통일신보사 기자 신분으로 월북자 기자회견에 나와 질문한 바 있다. 2015년 5월7일 방영된 CNN과의 인터뷰에는 조국통일연구원(통전부 산하) 부원장 직책으로 출연했다.
그는 당시 미국이 압박할 경우 “우리는 이미 핵을 보유했다”며 미국 본토에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했느냐는 물음에는 “물론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서 “북한이 그 무기(장거리 핵미사일)를 사용할 것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미국이 우리에 대해서 그걸 강요할 때 그렇게 할 것”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이와 같이 5·18과 관련하여 김정일이 아쉬워했던 내용이나 5·18 이후 북한이 취했던 조치에 대해 간략하게 서술하였다. 그러나 당시 김일성과 김정일을 위시로 하는 북한 최고지도부가 5·18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했었는지에 대해서는 필자로서도 전부 알 수 없기 때문에,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 위에 서술한 내용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다.
‘신순녀’로 둔갑한 이선실
1979년 11월 어느 날 밤, 원산항으로 정체불명의 선박이 조용히 입항하고 있었다. 선박에는 키가 작고 통통한 60대 초·중반의 세련된 여성이 타고 있었는데, 그가 바로 일본에 침투했다 복귀하는 이선실이었다.
일본에 살고 있던 전주 출신 재일교포 여성 신순녀의 호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듦으로써 완벽하게 신분을 세탁하는 데 성공한 이선실이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김일성을 만나기 위해 공작선을 타고 ‘조국’으로 복귀한 것이다.
원산항에 도착한 이선실은 그곳에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중앙당 연락부 부부장 등 고위간부들과 반갑게 포옹한 다음 그들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평양으로 향했다. 평양에 도착해서는 특별초대소에 체류하면서 그동안 일본에서의 공작 활동 결과를 구체적으로 보고하는 한편 김일성을 접견할 준비도 빈틈없이 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2월 김일성을 만난 이선실은 김일성으로부터 “여성으로서 나이도 적지 않은데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는 칭찬과 함께 앞으로 남조선에 침투해 수행할 공작임무와 함께 활동 방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지시를 받았다.
사실 이선실이 재일교포 신순녀로 완벽하게 신분을 세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선실은 신순녀로 신분을 세탁하기 위해 먼저 일본에 살고 있던 신순녀를 공작선이 있는 해안으로 유인한 다음 공작선에 태워 북한으로 보내는 작업부터 진행했다. 사실상의 납치였다. 북한 공작지도부에서는 공작선에 의해 북송된 신순녀로부터 본인의 신상 정보는 물론 그가 살아온 과정, 가족 및 친척 관계와 가족사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이렇게 파악한 신순녀의 신상정보와 가족사, 가족 및 친인척 관련 정보를 이선실에게 넘겨주어 그가 신순녀로 완벽하게 둔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특히 이선실은 신순녀가 어렸을 때 언니와 함께 지내면서 겪었던 일 가운데 언니가 기억할 만한 몇 가지 일을 전후 사연과 함께 구체적으로 파악한 다음 그대로 머릿속에 입력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감쪽같이 신순녀로 둔갑한 이선실은 1970년대 중반 ‘재일동포 모국방문단’ 일원으로 두세 번 한국을 방문해 전주에 살고 있던 신순녀의 친언니를 찾아갔다.
당시 80대였던 신순녀의 친언니는 동생인 신순녀와 너무도 오래전에, 신순녀가 너무도 어렸을 때 헤어졌고 그때까지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지내 왔기 때문에 신순녀의 어릴 적 모습밖에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상태에서 이선실이 나타나 본인이 ‘신순녀’라며 어렸을 때 겪었던 일, 언니와 공유할 수 있는 기억 한두 가지를 구체적인 상황까지 곁들여 가며 이야기하자 이선실을 정말 자신의 친동생(신순녀)으로 착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선실은 한국에 살고 있던 신순녀의 언니와 친인척은 물론 일본에 거주하고 있던 신순녀의 연고자들로부터 본인이 ‘신순녀’가 맞다는 증언을 받아 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재판을 통해 말소되었던 신순녀의 호적을 되살림으로써 법적으로 ‘신순녀’의 신분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말 그대로 신분세탁을 완벽학게 한 것인데, 이를 대남공작 용어로는 ‘법적 합법을 쟁취하는 데 성공했다’고 표현한다.
이선실이 ‘법적 합법을 쟁취하는 데 성공’한 것은 김정일이 노동당 대남공작 부서를 장악한 후 기존부터 해 오던 연고선 공작에서 탈피해 ‘공작원들이 남한에 침투한 다음 토대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매복해 공작을 진행하라’고 강조하고 있던 때여서 김정일의 칭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선실이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그것도 여성으로서 완벽한 신분세탁을 통해 ‘법적 합법을 쟁취’하는 데 성공했다는 보고를 받은 김정일은 만족을 표하면서 이선실이 남한에 침투하기 전에 잠깐 북한으로 불러들여 김일성을 접견하게 해 주라고 지시했다.
사실 공작원을 포함하여 모든 북한 주민은 김일성과 김정일 등 김씨 일가를 직접 만나는 것을 최상의 영광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김정일이 이선실을 데려다 김일성을 만나도록 해 준 것은 대단한 선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선노동당 남조선 지역 총책임자로 임명된 이선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선실을 만난 김일성은 ‘나이도 적지 않은데 여성으로서 법적 합법을 쟁취’한 것에 대해 “대단한 일을 했다”고 칭찬한 다음 대남공작부서에서 만들어 준 보고서를 토대로 이선실에게 구체적인 활동 방향과 공작임무를 부여했다.
당시 김일성이 이선실과 공작부서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시한 내용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앞으로 남조선에 침투하면 조선노동당의 남조선 지역 총책임자로 활동하도록 할 것.
△남조선에 침투한 후 장기 토대 구축 공작전술에 따라 활동할 것. 다시 말하면 무엇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토대(엄호 거점)를 구축한 다음 의심받을 만한 일체의 행동은 자제한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잠복해 본부와 정상적으로 연락하면서 공작 활동을 전개할 것.
△남조선에 장기적으로 잠복해 공작 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혁명의 지지자·동조자를 확보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노동자·농민·청년 학생 등 기본 계급 속에 들어가 그들과 친분 관계를 맺은 다음 그들이 어떤 생각과 사상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것.
그 과정에서 남조선 혁명과 조국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대상을 발견하면 그와 생각이나 사상을 공유하는 정치적 관계로 발전시키고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증한 다음 뜻을 같이하는 동지적 관계로 발전시킬 것.
△동지적 관계를 형성한 다음에는 동일한 투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지하당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는 조직적 관계로 발전시켜야 하는데, 지금은 남조선 당국이 진보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적 관계까지는 나아가지 말 것.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당중앙위원회(북한 공작지도부)에서 지시를 내리면 언제든지 노동당에 입당시킬 수 있을 정도로 관계를 만들어 놓고 대기할 것. 말하자면 평양에서 지시를 내리면 언제든지 빨간 모자를 씌울 수 있게(노동당원으로 입당시킬 수 있게) 점찍어 놓을 것.
김일성의 지시를 요약하면 우선 이선실을 조선노동당 남조선 지역 총책임자로 임명한다는 것이다. 과거 박헌영이 김일성의 지시를 받으면서 남로당 총책으로 활약했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 김일성이 이선실에게 하사했던 직책이 ‘조선노동당 남조선 지역 총책임자’라는 점에서 ‘박헌영급’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남조선에 침투한 후 사상적으로 준비된 인물을 발견하면 곧바로 그를 포섭해 지하당 조직을 만들지 말고 북한 공작지도부의 지령이 떨어지면 언제든 입당시킬 수 있도록 머릿속에 입력해 놓고 눈도장만 찍어 놓으라는 것이었다.
노동당 대남공작부서를 장악한 지 얼마 안 되었던 김정일은 이선실의 신분세탁을 대단한 공작 성과로 평가하면서 그에게 김일성을 접견할 수 있는 영광만 선사한 것이 아니었다.
김정일은 이선실이 1980년 4월 ‘재일교포 영주귀국’ 형식으로 국내 침투에 성공한 후 그해 10월 개최된 노동당 제6차대회에서 이선실을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하도록 했다. 당시 대남공작 부서의 하나였던 중앙당 연락부 부장(장관)인 정경희도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임되었다는 점에서 볼 때 이선실에 대한 김정일의 신임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82년 제7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는 이선실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으로 선출하기도 했다. 아마도 현직 남파공작원 신분으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된 인물은 이선실이 유일할 것이다.
반미 의식 확산과 대구 미국문화원 폭파
알려진 바와 같이 1982년 3월18일에 발생한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은 문부식과 김현장·최인순과 김은숙 등 부산 지역 대학생들이 부산 미문화원에 들어가 불을 지른 사건이다. 부산 미문화원이 전소된 뒤 소방차가 현지에 도착해 화재를 완전히 진화했지만 당시 미문화원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던 동아대 학생 장덕술(22세)이 사망하고 같은 대학의 김미숙·허길숙 외 3명은 중·경상을 입고 말았다.
당시 부산 미문화원 근처에서 대기하던 대학생들은 미문화원에 불길이 치솟은 직후 미국과 전두환 정권 등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수백 장의 유인물을 살포했다. 대학생들이 살포한 유인물에는 ‘살인마 전두환 북침 준비 완료’ ‘전두환의 북폭 작전’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광주시민을 무참하게 학살한 전두환 파쇼 정권을 타도하자’ ‘최후 발악으로 전두환 정권은 무기를 사들여 북침 준비를 이미 완료하고 다시 동족상잔을 꿈꾸고 있다’는 등의 내용과 함께 ‘미국은 더 이상 한국을 속국으로 만들지 말고 한국에서 물러가라’는 반미 주장도 담겨 있었다.
전두환 정권은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을 북한의 사주를 받은 대학생 또는 반사회성을 지닌 성격 이상자들의 난동으로 몰아 관련자들을 구속했다. 그 과정에 천주교와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 관련자들까지 체포하면서 전두환 정권과 종교계 간의 싸움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 관련자인 문부식·김현장 등은 대법원에서 사형확정 판결(1983.3.8)을 받았다가 일주일 뒤에 무기징역으로 감형(1983.3.15)되었다.
당시 부산에서 발생한 미문화원 방화 사건은 국내에서 미문화원과 미대사관 등 미국 관련 시설물에 대한 점거와 방화·투석과 기물 파손 등 극단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본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반미 투쟁의 단초를 제공하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중요한 것은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이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을 완수하는 것’을 노동당의 당면 목표로 내세우고 한반도에서 미국을 몰아내려던 김정일과 북한 대남공작 지도부에 남한 내에서 반미 의식과 반미 투쟁을 확산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해 주는 ‘의도치 않은’ 결과로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남 방송을 몰래 청취하며 ‘대남 혁명이 본질적으로 민족해방 혁명’이라는 북한의 대남 혁명 논리를 받아들인 남한의 청년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주체사상을 신봉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들이 주사파의 시조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일과 북한 대남공작 지도부에서는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이 남한 민중의 반미 의식을 고취시키고 반정부 투쟁을 반미 투쟁으로 전환시키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조성해 주었다고 자평하고, 반미 의식과 반미 투쟁을 전국 범위로 확산시키기 위한 충격적인 요법을 고안해 냈다. 그것은 바로 남파 공작원을 국내에 은밀히 침투시켜 대구 미문화원을 폭파하는 것이었는데, 여기에서 김정일의 폭력적인 성격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일과 북한 대남공작 지도부에서는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부산에서 멀지 않은 대구의 미문화원을 폭파하면 부산에서 시작된 반미 의식과 반미 투쟁이 대구를 거쳐 서울로 이어지고, 나아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대구 미문화원 폭파를 기획한 것이었다.
필자 김동식은 △1962년 백령도에서 건너다보이는 북한 황해도 용연에서 태어나 △18세 때 노동당중앙위 대외연락부 남파 공작원으로 선발돼 김정일정치군사대학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1990년 1차 남파해 거물 간첩 이선실 대동 복귀, △1995년 2차 남파해 간첩망 구축과 고정간첩 접선 등 공작원 활동을 하다 부여에서 검거됐다. △전향해 국군기무사령부(현 방첩사) 분석관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을 지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는 대북전략컨설팅 대표로 있으면서 유튜브 ‘김동식의 북한S파일’를 운영하고 있다.
박사논문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전개와 변화에 관한 연구’와 저서로는 ‘아무도 나를 신고하지 않았다’ ‘북한 대남전략의 실체’가 있다.
◆김동식 프로필
△김정일정치군사대학 졸업
△노동당중앙위 대외연락부 남파공작원으로 15년 활동(1981~1995)
-1990년 1차 침투 후 이선실 대동 복귀·간첩망 구축 등 공작임무 수행 후 복귀. 공화국영웅 칭호 및 국기훈장 제1급 수여
-1995년 2차로 남파되어 간첩망 구축·거물 간첩 접선 등 임무 수행하다 검거
△국군기무사령부(현 방첩사) 분석관(1999~2006)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2008~2020)
△경남대 북한대학원 북한학 석사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박사
△유튜브 ‘김동식의 북한S파일’ 운영
△대북전략컨설팅 대표
저서
△박사논문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전개와 변화에 관한 연구’
△‘아무도 나를 신고하지 않았다’(기파랑, 2013)
△‘북한 대남전략의 실체’(기파랑,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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