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사후 대책보다 교육 환경 개선이 먼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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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21 00:02:30

교사가 초등학생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부와 국회가 서둘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 하나가 교원의 정신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인적성검사와 정기적인 정신 건강 감정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교사로서의 자질을 평가해 극단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기존 교사들도 주기적인 점검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법안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기적인 정신 건강 감정을 의무화한다고 해도 교사들이 이를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교사들이 면직이나 불이익을 우려해 질환을 숨기거나 조기 치료·상담을 받지 않는다면 오히려 사각지대가 커질 위험이 크다. 단순한 검사 강화가 아니라 교사가 정신적 어려움을 겪을 때 불이익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함께 마련되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학교 내 폭력과 교권 침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생 간 폭력뿐만 아니라 교사가 정신적 압박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쌓이면 교사든 학생이든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정치권의 대책은 늘 ‘사후 약방문’에 그친다. 문제를 예방하기보다는 터지고 나서야 급히 봉합하는 식이다.

교사의 정신 건강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자질 문제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교실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갈등과 압박을 교사 개인이 감당하도록 내버려 두는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다. 교육 현장은 점점 더 감정노동이 극심한 환경이 되고 있지만 이를 완화할 실질적 조치는 미흡하다. 현재도 교원의 정신 건강 관리를 위한 상담 시스템이 있지만 많은 교사가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 상담을 받는 것이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불신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역할뿐 아니라 생활지도·행정 업무·학부모 응대까지 도맡아야 하는 현실도 짚어 봐야 한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교사 개인의 책임만 강조되는 구조에서는 교직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인적성검사와 정신 건강 감정을 강화한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들이 자동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 내 폭력 문제와 교사의 정신 건강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법안이 마련되었다고 해서 또 다른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단순히 ‘위험 인물’을 걸러 내는 것만이 아니라 교사가 건강한 환경에서 학생을 가르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

학생과 교사가 모두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려면 교사의 정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교사들이 정신적 문제를 겪을 경우 이를 숨기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상담과 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교사에게 과도한 행정 업무를 떠넘기기보다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단기적인 법안 발의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최영호 기자 cyh2@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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