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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징후는 있었지만 대응은 없었다고?
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31 00:02:30
▲ 최영호 정치사회부 기자
24일 오후 629분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앞 사거리 도로가 순식간에 꺼지며 지름과 깊이 각각 20에 달하는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던 30대 남성이 싱크홀로 추락해 불과 몇 초 차이로 목숨을 잃었고 이곳을 지나던 차량 운전자도 부상을 입었다. 하굣길 학생들로 붐비던 시각과 겹쳤다면 더 큰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다.
 
사고가 난 지역에서는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싱크홀이 지하철 터널 굴착공사와 관련된 지반 침하가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즉 자연재해가 아닌 명백한 인재(人災)라는 의미다. 그동안 지하철과 도로 확장 등 지하공사가 있을 때마다 크고 작은 싱크홀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그런데도 관리 당국은 여전히 사고가 터진 뒤에야 허둥지둥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싱크홀의 원인은 복잡하지 않다. 지하 공사 이전 철저한 지질조사와 공사 중 실시간 지반 모니터링만 제대로 이뤄져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다. 그러나 이번 명일동 사고 현장에선 이런 기본적인 예방조차 미흡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실제 사고 직전 주민들이 도로 균열과 지반 침하를 신고했지만 관련 기관들은 이를 신속히 점검하지 않았다. 관리 당국의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시민의 생명을 앗아가고 위협한 셈이다.
 
서울시에서만 지난 5년간 발생한 지반 침하 사고가 무려 200건을 넘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안전 규정의 허술한 관리·현장 감독의 부재·형식적인 대응이 지속된 결과다.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들이 사고 예방을 위해 사전 지질조사 강화와 현장 안전관리 인력의 전문성을 확보하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안전 규정 강화와 같은 대책들은 주로 사고 직후 임시방편에 머물렀고,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가곤 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관리 당국은 공사 전 단계부터 철저한 지반 조사를 실시하고 공사 중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작업을 중지하는 엄격한 현장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현장의 안전 규정도 더 강력하게 강화하고 이를 어긴 시공사나 감독자에게는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형식적인 보고서 작성과 임시 대응으로는 더 이상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무엇보다도 시민 참여를 통해 공사 현장의 위험 요인을 미리 점검하는 시스템이 시급하다. 주민들이 도로의 이상을 발견하면 실시간으로 신고하고 이를 즉각 확인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현장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상시적인 안전감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시민의 안전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싱크홀과 같은 사고는 불가항력적인 게 아니라 관리 당국의 안전 불감증과 무책임한 대응이 초래한 비극이다. 이제라도 관리 당국은 책임감을 가지고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번 싱크홀 사고가 관리 당국의 안이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 같은 비극이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 당국의 단호하고 실질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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