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英 ‘표현의 자유’ 우려 표명… 무역협상 변수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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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부 DRL “서유럽 反낙태 운동 탄압 모니터링 중”
英 매체 “관세협정 쟁점으로 부상”… 정부는 연관성 부인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02 18:11:58

▲ 의학자이자 반(反)낙태 운동가인 토시치-볼트(64)가 2023년 3월 영국 본머스의 한 시술소 인근에서 "원한다면 여기서 이야기해요"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다가 공공장소보호명령(PSPO) 위반 혐의로 기소돼 선고를 앞두고 있다. 낙태권을 방해했다는 죄목이다. 이 문제를 미국 국무부가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미국이 서유럽 내 ‘표현의 자유’ 현실에 비판적 태도를 취해 온 가운데 이 문제를 무역협상과 연계하려 한다고 영국 매체가 보도했다. 보수적 가치의 회복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현 서유럽 주류의 괴리를 새삼 드러낸다.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미·영은 인권과 기본 자유 존중을 공유하는 관계다. 그러나 (JD) 밴스 부통령이 말했듯 우리 미국은 영국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힌 후 나온 소식이다.

DRL은 또 “우리 고위 보좌관 샘 샘슨이 임신중절시술소의 완충지대에서 대화를 제안한 혐의로 기소된 리비아 토시치-볼트를 면담했다. 이 사건을 모니터링 중”임을 알렸다. 밴스 미 부통령이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연설과 백악관 미·영 정상회담에서 잇달아 영국 ‘언론의 자유’에 의문을 제기해 파장이 컸다. 밴스는 MSC 연설 때 토시치-볼트 경우와 유사한 다른 에피소드를 소개한 바 있다.

이번 토시치-볼트 사건에 등장한 해당 시술소 근처에서 2022년 11월 퇴역 군인인 아담 스미스-코너가 과거 자신과 연인 사이에서 중절된 아기를 생각하며 약 3분간 홀로 기도하다 순찰 중인 경관의 질문을 받았고 사정을 설명한 후 곤경에 처했다. ‘낙태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로 기소돼 벌금형이 선고된 것이다. 밴스는 이를 포함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며 유럽이 (기독교문명에 기반한) ‘자유’ ‘인권’ ‘법치’ 가치를 스스로 포기한 채 무너지고 있음을 질타했다.

1일 영국 매체는 은퇴한 의학자이자 낙태반대 운동가인 토시치-볼트(64)가 2023년 3월 본머스의 한 시술소 인근에서 “원한다면 여기서 이야기 나눠요” 팻말을 들고 서 있다가 공공장소 보호 명령(PSPO) 위반 혐의로 기소돼 선고를 앞둔 상태라고 전했다. PSPO란 지정구역 내 반사회적 행위를 제한할 권한을 해당 지방 정부에 부여한 규정으로, 낙태시술소 인근에서 낙태 포기를 설득하는 등 임신부에 부담을 줄 만한 행위를 제한할 때도 쓰인다. 낙태권의 존중이지만 기독교적 생명관·인간관과 충돌한다. 또한 낙태권 반대 자유의 억압이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토시치-볼트는 벌금 통지서를 받았으나 납부를 거부했으며 인권법에 따라 상호 합의된 대화를 제안할 권리가 있으므로 PSPO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달 31일 미 국무부 DRL 성명을 보도하면서 무역 협상에 정통한 한 미 소식통을 인용해 “자유 언론 없이 자유 무역도 없다”는 게 양국간 쟁점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는 표현의 자유 문제와 관세협상 연관성을 부인했다.

미국발(發) 관세 부담을 피하고자 트럼프정부와 무역협상을 벌여 온 영국의 조너선 레이놀즈 산업통상장관이 이날 타임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미 행정부의 다른 사람들이 과거 관련 발언을 한 바 있으나 내가 참여한 무역협상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같은날 BBC 라디오에도 표현의 자유가 무역협상에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면서 이런 우려는 협상 당사자인 미 상무부가 아닌 국무부에서 나온 것임을 강조했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이 미 국무부가 지적한 토시치-볼트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시술소 인근 관련 법규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선 전임 보수당 정부 시절 공공질서법이 제정돼 임신중절시술소 150m 이내에서 낙태를 방해하거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행위를 금지하는 규칙이 시행 중이다. 총리실은 “낙태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한 여성이 낙태권을 보호받으며 괴롭힘이나 고통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 이게 전임 정부가 관련 규칙을 발표한 이유”라고 짚었다. 영국 보수당 자체가 이미 보수적 가치와 상당히 멀어져 있다는 뜻이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주도한 미 건국 정신은 수정 헌법 제1조(1791년)에 두드러진다.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자유로운 신앙 활동을 금지해선 안 된다. 발언·출판·(평화적)집회의 권리, 정부에 탄원할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고 돼 있다. ‘표현의 자유’로 요약되는 이 대목이 자유 및 인권의 핵심으로 여겨져 왔다. 오늘날 유럽에서 부상한 자국중심주의 세력을 ‘극우’ 취급하며 따돌리는 상황에 대해 트럼프와 주변 인사들이 거듭 지적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MSC 연설 때 유럽의 진정한 위기란 “러시아·중국 등 외부자가 아니라 유럽 내부로부터의 위협”이라며 “가장 근본적인 가치인 언론의 자유가 유럽 전역에서 후퇴하고 있다”며 목소리 높였다. 특히 MSC 개최국인 독일의 주류 정당들이 이른바 ‘방화벽’이라는 암묵적 합의에 근거해 독일대안당(AfD)을 따돌리는 상황을 꼬집었다. 연설 직후 알리스 바이델 AfD 대표를 만나 30분간 독일 국내 정세, 표현의 자유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바로 그 다음주에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AfD는 20% 넘게 득표하고도 연정 협상에서 제외된 처지다. 트럼프정부는 이를 민주주의 원칙의 위배로 본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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