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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에 미국산 F-16 전투기가 판매될 전망이다.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간접적으로 확실히 개입’한다는 뜻이며 이곳이 미·중 대결의 또 다른 최전선임을 보여준다. 미 국무부는 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필리핀에 대한 55억8000만 달러(약 8조2121억 원) 규모의 F-16 전투기 20대와 관련 장비 판매의 잠정 승인 사실을 밝혔다. 의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이변 가능성은 희박하다. 안보, 특히 중국과의 대결 관련해선 미국 조야의 초당적 합의가 있다.
국무부는 이번 최첨단 전투기 판매에 대해 “동남아에서 정치적 안정, 평화, 경제 발전을 향한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필리핀)의 국방력 개선을 도움으로써 미국의 외교 정책과 국가 안보를 지원할 것” “필리핀 공군의 해양 영유권 인식 및 근접 항공 지원 임무 수행 능력, 적의 방공체계 무력화(SEAD) 및 공중 차단 능력 강화” “필리핀군의 핵심 이익과 영토 보호 능력 향상 및 미군과의 상호 운용성 확대” 등의 의미를 짚었다.
이번 국무부 발표는 지난달 28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필리핀을 방문해 대중(對中) 억제력 강화를 언급하며 필리핀 군 현대화 지원과 최신 중거리미사일체계 타이폰 추가 배치 등을 약속한 것의 연장선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동남아 국가 중 가장 강경한 반중국가로 꼽히는 필리핀과 미국의 동맹 관계가 한층 굳건해졌다.
중국이 2018년 시진핑 국가 주석 연임 전후로 세계 패권 전략인 ‘일대일로’와 미국을 벗어나 독자적 통상권 구축을 추구하려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을 통해 미국 주도 질서에 본격 도전을 시작하면서 태평양 지역에 심대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일대와 일로는 상호 연결돼 있으며, 육상 무역로인 ‘일로’(一路) 완성에 대한민국을 끌어들일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의 하나이듯 해상 무역로 ‘일대’(一帶) 성공엔 필리핀이 핵심 고리다.
필리핀은 기존의 친중 노선을 2022년 대선을 계기로 분명하게 변경한 셈이다. 현 봉봉 마르코스 대통령은 반중친미 입장이 확고하다. 뼈아픈 역사적 체험의 학습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개헌(외국군 주둔 금지)까지 해가며 1992년 미군 철수에 환호한 필리핀이었으나 이후 맞닥뜨린 것은 ‘자주의 실현’이 아니라 ‘중국의 위협’이었다. 필리핀은 중국과의 해상 갈등 심화, 자국 내 이슬람 무장단체(아부사아프·모로이슬람해방전선 등) 활동 격화 속에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필리핀은 결국 24년 만에 다시 미군을 불러들여 수비크만 해군 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 등 옛 태평양 기지가 부활했다. 2016년 1월 현지 대법원이 미국과 필리핀 정부 사이에 2년 전 맺어진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합헌으로 결정한다. EDCA는 미국에 10년간 필리핀 군사기지 접근 및 이용을 허용하고 미군 배치지역에 별도 시설물을 설치할 권한을 부여한 내용이며 필리핀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나온 결과물이다.
2014년 4월 EDCA가 체결되자 바로 그 다음달 필리핀 전직 상원의원과 시민운동가들이 EDCA가 상원 동의 없이 체결됐다며 위헌 소송을 제기했고 시행이 보류됐었지만 2016년 EDCA 합헌 결정에 따라 미군 병력을 장기간 배치할 수 있게 됐다. 미국에 제공된 8개 기지 중 3곳은 남중국해와 이어진 팔라완섬(2곳)과 미군 클라크 공군기지가 있었던 루손섬(1곳)이다.
필리핀은 미군의 재주둔을 통해 자국 내 정치안보적 최대 고민인 호전적인 이슬람 단체의 테러 활동 제어에도 유리해졌으며, 미국과의 새로운 방위조약 덕분에 세계적인 반(反)테러 작전 흐름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함으로써 미국과의 군사·안보 가치를 공유하며 존재감을 높이게 된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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