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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화가 신윤복은 여인의 전신상을 그린 ‘필 미인도’를 선보였다. 길고 가느다란 눈초리에 마늘쪽 같은 코, 앵두처럼 작은 입술의 미인은 분명 현대인이 선호하는 미인형 얼굴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미인의 옅은 미소와 고운 얼굴선, 격조 있는 자태가 한층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국립무용단의 ‘미인’ 공연이 공개됐다. 양정웅 연출은 신윤복의 그림 속 은은하고 옅은 미소부터 한에 사무친 격정적인 감정까지 다채롭게 표현하는 21세기 미인도를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여성 무용수 29명으로만 꾸린 공연이다. 과거 남성 연희자만 출 수 있던 탈춤을 여성들이 탈 없이 춘다. 강한 신체 움직임이 동반되는 칼춤도 잘 훈련된 자객처럼 무리 없이 소화해 낸다.
산조 춤을 재해석한 ‘산조＆살풀이’에서는 여성 무용수들이 하나로 뭉쳤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작 속에서 저마다 애절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한민족의 한 정서를 마음껏 표출한다. 무용수들이 서로의 몸을 강하게 잡아당기고 서로 끌어안는 대목에선 연대의 몸짓을 읽을 수 있다.
무용수 한 사람이, 일렬로 늘어선 무용수들의 등을 밟으며 이동하는 ‘놋다리밟기’에선 결연한 표정이 엿보인다. 많은 수의 무용수가 몸을 축 늘어트린 채 등을 내준 모습도 통일된 동작을 연출한다.
밴드 ‘이날치’에서 판소리를 팝에 녹여내 호평받은 장영규 음악감독은 이번 공연에서도 장기를 발휘한다. 그는 굿거리 등 전통 장단을 변주하고 피아노와 전자 음향을 사용해 독특한 음악을 들려준다.
‘강강술래’에서는 메아리치듯 반복되는 음악 효과를 통해 신비로움을 강조하고 ‘부채춤’에선 무용수들이 박자에 맞춰 부채를 펼치는 소리가 타악기처럼 들리도록 해 기타 반주와의 조화를 꾀했다.
패션 잡지 보그 코리아를 30년간 이끈 서영희 디자이너는 ‘칼춤’ 의상에 노란색과 보라색을 사용하고 ‘부채춤’에선 초록색 의상에 붉은 장식을 가미해 보색을 강조했다.
무대 디자인은 에스파와 아이브 등 K팝 아티스트 뮤직비디오 제작에 다수 참여한 신호승 아트디렉터가 맡았다.
무용 팬들의 관심 속에 일찌감치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한 ‘미인’은 6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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