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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최근 ‘투·개표 절차 시연회’를 개최한 것은 한편으론 반가운 일이다. 선관위가 그간 국민적 의혹 제기에 대해 지나치게 무성의한 대응만을 해 온 데 비하면 직접 시연에까지 나선 것은 분명 한 걸음 나아간 태도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진정으로 부정선거의 가능성을 불식시킬 수 있는 실질적 조치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시연회는 아쉽게도 국민의 의구심을 오히려 더 키우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대표적으로 ‘투표함 봉인지 관리’ 문제는 선관위의 안이한 태도를 그대로 드러낸 일례이다. 선관위는 투표함을 봉인한 봉인스티커를 떼면 투표함에 떼어낸 자국이 남도록 특수 봉인지를 사용한다고 홍보한 바 있다. 그런데 이날 봉인지를 떼자 스티커에는 자국이 남지만 투표함에는 아무런 자국이 남지 않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자 선관위 관계자는 봉인지 관리는 철저히 하고 있다는 말로 무마하려 했다. 하지만 참관인이 “봉인지 관리대장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당황하며 “없다”고 답했다. 봉인지가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건 말뿐이라는 게 증명이 된 것이다.
폐쇄회로(CC)TV 영상 관리 문제도 심각하다. 투표함이 보관되는 장소에 설치된 CCTV에 시계를 두어 시간대를 입증하겠다는 선관위의 설명은 매우 궁색하다. 해당 방식은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부정선거 공개토론회와 기술 시연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게다가 지난 보궐선거 때 일부 투표함 보관소의 CCTV 시계가 12시간이나 멈춰 있었던 사례는 이런 우려가 결코 괜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선관위가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그 자체가 더 큰 문제다. 국민 앞에 모든 정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여야가 함께 감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공정성’의 최소 조건이다.
더 큰 문제는 ‘사전투표 관리관 도장’의 인쇄 대체 문제다. 선관위는 유권자의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관리관 직인을 도장이 아닌 인쇄로 대체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도장을 직접 찍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명시된 절차이며, 해당 도장의 존재 자체가 ‘이 투표용지는 위조되지 않았다’는 신뢰의 상징이다.
이 절차를 편의라는 이유로 생략한다면, 선관위는 유권자의 편의보다 더 중대한 ‘선거의 신뢰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선거의 핵심은 결과보다 ‘과정의 공정성’이다. 유권자에게 ‘내 한 표’가 제대로 반영되었다는 확신 없이 결과를 받아들이라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다.
이번 시연회에서 선관위는 오히려 의혹을 자초하는 태도를 보였다. ‘봉인지 관리대장이 없다’는 사실, ‘떼어낸 자국이 없다’는 사진 교체, ‘직인 생략’이라는 편의주의, 얼마든지 조작가능하다는 게 밝혀졌는데도 ‘CCTV를 믿어라’는 일방적인 주장…. 이 모든 사안이 지금까지 제기되어 온 부정선거 가능성을 더욱 합리적인 의심으로 만들고 있다.
혹여 선관위가 ‘불신을 조장한다’며 문제 제기 자체를 정치적 음모로 몰아간다면, 그야말로 ‘의혹을 키우는 자해행위’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파적 입장이 아닌, 투명한 진실이다. 정권이 바뀌든 정당이 바뀌든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만큼은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되는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임을 선관위는 잊지 말아야 한다.
선관위는 더 이상 국민을 향해 “문제없다”고만 외쳐서는 안 된다. 국민은 ‘증명’을 원한다. 여야가 모두 동의하는 절차를 확립하고, 모든 감시와 검증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공정선거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다면 선관위의 존재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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