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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싱가포르에서 총선이 치러진다. 국정동력 확보를 위해 6개월 앞당겨진 조기총선이다. 리셴룽 총리 후임으로 작년 5월 취임한 로런스 웡(52·黃循財) 체제로의 완전한 전환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집권당인 국민행동당(PAP) 승리가 확실시되지만 미국발 무역전쟁 속에 PAP의 확고한 지지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웡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웡 총리는 조기총선 관련해 지난달 소셜미디어에 “세계가 점점 불확실· 불안정해진다. 이 중요한 시점에 나라를 이끌 팀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전 세계 국가경쟁력 1위를 자랑하며 2023년에 1인당 GDP 9만 달러(1억3000만 원)를 넘겼다. 2025년 IMF 통계 기준 GDP가 아일랜드(10만7240달러)·스위스(11만1720달러)·룩셈부르크(14만1080달러) 다음가는 부국이고 3대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트리플A를 받은 아시아 유일의 국가다. 지속가능성한 번영이야말로 국가적 과제인 셈이다.
중국 국가보안법 실행 이후 홍콩의 기존 위상과 역할을 싱가포르가 챙기게 되면서 인구 역시 증가세(2024년 기준 590만·유권자수 275만)이며 장기체류자까지 하면 640만 명 정도다. 글로벌 금융 등 다국적 기업의 본사 내지 지역 본사가 유치돼 있고 한인 교포도 3만 명에 이른다. 영어·말레이지아·타밀어와 함께 표준중국어도 주요 공용어의 하나라 중국계에겐 특히나 선망과 기회의 땅이다.
의원내각제 싱가포르엔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국가통합의 상징적 존재이며 정치·행정 각 분야 최고 권한은 총리가 행사한다. PAP는 공식 경선 없이 지도부 내부 논의로 총리를 결정해 왔다. 말레지아 연방에서 쫓겨난 화교들이 1965년 8월 싱가포르를 세워 이들을 이끈 리콴유(1923~2015)가 초대 총리로서 30년 넘게 재임했고 이후 총리 2명은 각각 14년·20여년 집권했다. 웡은 2020년 팬데믹 대응 태스크포스 공동의장으로서 두각을 나타낸 이래 후계로 부상한 상태다.
2022년 6월 리셴롱 당시 총리가 재무장관이던 웡을 부총리에 지명한 이후 PAP 지도부회의를 거쳐 작년 5월 총리직을 웡에게 넘겼다. 20년 만의 새 총리이자 1965년 싱가포르 독립 후 현지에서 태어난 첫 총리의 탄생이었다. 웡은 취임 연설에서 590만 싱가포르 국민을 위해 겸손함과 깊은 사명감으로 지도력을 발휘하겠다며 지속가능성·불평등·고용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 국민 간 사회적 협약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무역부 장관을 부총리로 승진시키는 소규모 개각을 단행하면서 국정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우선 고려했다고 밝혔다.
리콴유가 1990년 물러난 후 21년간 후임 내각에서 수석 장관·장관 멘토로 자리를 지켰듯 리셴룽도 웡 내각에 남아 영향력을 유지했다. 작년 리셴룽은 마지막 대국민 연설 때 정치적 안정 덕분에 장기 국가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며 웡에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싱가포르 번영의 근간이던 국제 규범이 흔들려 국내 정치와 글로벌 도시로서의 역할 사이 균형잡기가 더욱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웡 총리도 “새로운 방향을 찾고 있지만 새 질서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앞으로 몇 년, 어쩌면 10년 이상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인정한 바 있다.
PAP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웡 총리직이 유지된다. 리콴유의 아들 리셴룽 제3대(2004~2024)를 잇는 4대 총리, 2대 고촉통(1990∼2004년)에 이어 두 번째 비(非)리콴유 가문 출신 총리이다. 정권교체가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며 얼마나 압도적인 득표로 많은 의석을 차지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로 여겨진다. 2020년 총선 때 전체 93석 중 83석을 차지했음에도 ‘사실상 패배’라는 평가가 나왔었다. 사상 처음 90% 아래로 떨어진 의석 점유율(89.2%)이었기 때문이다. 건국 이래 17번의 총선에서 PAP 의석 점유율은 항상 93%이상이었다.
그러나 2020년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자당(WP)이 야당 역대 최다인 10석을 차지해 충격을 줬다. 기존 6석의 두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반면 10년 전부터 하락세를 보이던 PAP는 8.62%p 떨어진 의석 점유율 61.24%를 기록해 역대 최저치(2011년 60.1%)에 근접했다. 코로나19 사태와 경제 침체를 겪으며 민심이 여당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선거구 개편에 따라 97명 의원을 뽑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미·중 대결 격화,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무역 의존도 높은 싱가포르 위상이 위협받으며 생활비 상승과 빈부 격차 등도 여론 악화를 부추긴다.
이미 지난 총선 때 PAP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낀 청년 유권자들의 변화 요구가 표출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당이 경제불안 해결을 내세워 강력한 지지를 호소하는 동안 야당에선 청년층 지지세에 편승해 의석 확대를 노린다. 이를 의식한 PAP가 이번 총선에 여성 및 40세 미만 후보를 크게 늘렸다. 유진 탄 싱가포르 경영대(SMU) 교수는 AFP통신에 “확고한 지지를 얻으면 정부가 경제 정책과 대외 협상에서 강력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도 “야당에 훨씬 수용적인 MZ세대”의 존재를 짚으며 치열한 선거전을 예상했다.
서울시보다 약간 큰 면적의 도시국가이자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싱가포르는 국가경쟁력 외에도 환적 항만, 무비자 입국 국가 수, 교육수준 등에서 세계 최고로 꼽힌다. 식민지 시절이던 1960년 싱가포르 1인당 GDP 428달러란 세계 평균(459달러)보다 낮았고 건국 직후 한동안 더욱 어려운 처지였다. 그러나 리콴유 퇴임 1년 전인 1989년 1만 달러를 넘었으며 1994년 2만 달러를 돌파해 영국·이탈리아·호주를 앞섰다. 2011년엔 약 5만4000달러, 이후 약 10년 만에 6만 달러, 다시 2년 후 8만 달러를 돌파했고 2024년 9100달러를 넘어섰다. 64년 만에 212.8배 성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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