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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앞두고 내수 침체와 소비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유통업계가 생존을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단기 비용 절감을 넘어 산업 전반의 체질 변화와 위기 의식을 드러내는 신호로 해석된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계열 편의점 이마트24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이마트24는 부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커리어 리뉴얼 프로그램’ 참여 신청을 받았으며, 금전적 보상과 함께 가맹점 운영 기회도 제공할 방침이다. 이마트24 측은 “급변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력 전환이 필요한 직원들의 새 출발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마트24의 이번 결정은 실적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이마트24는 올해 3분기 기준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같은 기간 매출도 전년 대비 2.8% 감소한 5521억 원에 그쳤다. 출점 경쟁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고정비 성격이 강한 인건비를 줄이지 않고서는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올해 편의점 업계에서는 CU를 제외한 GS25·이마트24·세븐일레븐 등 주요 3사가 모두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
구조조정 흐름은 편의점 업계를 넘어 유통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45세 이상·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롯데칠성음료 역시 창사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력 감축에 나섰으며, 롯데멤버스 역시 창사 10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 절차를 밟았다. 면세업계에서는 현대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구조조정에 나섰고,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11번가가 3년 연속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K뷰티 대표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전사 지원 조직과 오프라인 영업 조직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던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다만 이번 희망퇴직은 단순한 실적 부진에 따른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조3680억 원, 영업이익 313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은 9.3%, 영업이익은 84% 증가했다. 단기 실적만 놓고 보면 위기 국면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배경을 구조적인 변화에서 찾고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내수 중심 사업 구조만으로는 중장기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고, 온라인·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의 역할과 역량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을 ‘판매 공간’에서 ‘브랜드 경험 공간’으로 재정의하며 로드숍 형태의 매장을 대폭 축소해 왔다.
편의점 업계 역시 유사한 변화의 흐름에 놓여 있다. 점포 수 확대를 통한 외형 성장이 한계에 이르면서, 퀵커머스·물류 효율화·데이터 기반 상품 운영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본사 조직 역시 오프라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슬림하고 효율적인 체계로 재편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형 성장에 의존하던 기존 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비용 절감을 넘어 사업 구조 전환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며 “유통 산업 전반의 재편이 진행되는 만큼 당분간 이러한 인력 감축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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