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가짜·불법 천지 된 온라인 공간 청소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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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간서 인기를 상품으로 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사생활을 미끼로 기생·서식·이익 챙기는 부대 시장 형성
부풀려진 부가가치 낮춰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을 것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16 06:30:54

인기 유튜버 쯔양과 관련된 이른바 ‘렉카 유튜버’들의 협박과 갈취 관련 보도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솔직히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렉카 유튜버들의 불법적 행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왔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렉카 유튜버들 중에도 이미 법적 처벌을 받았거나 사법 절차 중인 사람이 있다고 한다.

온라인 공간에서 인기를 상품으로 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사실상 기성 연예인들과 거의 유사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기생해서 서식하는 스토커나 파파라치 그리고 사생활을 미끼로 이익을 챙기는 부대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렉카 유튜버라고 하는 것도 인기 크리에이터에 붙어 서식하는 일종의 기생 산업인 것이다.

유튜브는 기성 매체 시장을 침식하는 것을 넘어 이미 미디어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OTT)들이 유료 방송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다면, 유튜브는 방송 광고시장을 급속히 쓸어 가고 있다. 몇 년 전 ‘초통령’이라 불렸던 어린이 유튜버 광고 수입이 한 지상파방송보다 많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급성장하면서 미디어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는 인터넷 미디어들에 대한 규제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기존 방송과 달리 인·허가 절차도 없고 내용에 대해서도 전혀 규제가 없다. 법적으로도 부가통신사업자로 되어 있어 오프라인에서의 불법성이 확인되지 않는 한 내용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나 법적 제재가 불가능하다.

유튜브의 급성장에는 이처럼 기존 매체와 크게 차이 나는 비대칭규제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하는 사이비 언론매체들과 가짜뉴스들이 창궐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상 서부 개척 시대 같은 무규제 상태에서 유튜브는 황금을 찾아 온갖 인간이 몰려드는 ‘엘도라도’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무규제 상태에서 시장이 커지게 되면 과열되기 마련이고, 결국 합법과 불법이 혼재된 혼란스러운 공간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유럽 의회가 의결한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들처럼 다양한 규제 방안들이 여러 나라에서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의 속성상 모든 내용물에 대한 실질적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업로드된 내용물이 단시간에 확산·공유되면서 규제의 의미 자체가 없다는 점 때문에 실효성 있는 규제 방법을 찾기 쉽지 않다.

학계에서는 정부와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이 협력해 대응하는 여러 형태의 ‘공동 규제’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클릭 수·트래픽을 근간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에겐 공동 규제가 아니라 어떤 규제라도 반가울 리가 없다. 도리어 소란스럽고 다분히 불법적 요소가 개입되어 관심을 끄는 것을 내심 좋아할지도 모른다. 가짜뉴스 숙주라고 비판받고 있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공개하거나 바꾸지 않은 것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렉카 유튜버들이 마치 무슨 자경단처럼 유튜브 질서를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법질서가 부재한 상태에서 이런 사적 규제자는 그 자체가 권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지역 상권 보호를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일종의 조직폭력배 같은 존재들이다. 이런 상태라면 이번 쯔양 사건으로 잠시 주춤할지는 몰라도 이른바 ‘자경단’을 자처하는 렉카 유튜버들이 또다시 창궐하게 될 것이다.

결국 과열된 유튜브 시장을 진정시키는 것이 답이다. 유튜브가 창궐하는 원인은 결국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풀려진 부가가치를 낮춰야 이런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마약 시장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도 알고 보면 위험부담으로 인해 유통과정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부가가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중독성이 약한 마약류를 부분적으로 합법화하자는 의견까지 나온 적도 있었다.

유튜브의 반사회적 콘텐츠를 방관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온라인 공간에서 창궐하고 있는 반사회적 콘텐츠나 불법 행위들을 강하게 처벌해 유튜브 시장을 진정시켜야 한다. 정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가짜뉴스를 확산시켜 정치적 영향력과 경제적 이익을 함께 누리고 있는 일부 정치 유튜브들도 마찬가지다. 이제 불법과 반사회성이 뒤범벅된 유튜브 공간을 진정시킬 수 있는 과감한 규제 패러다임 변화가 구체적으로 실행되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황근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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