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토리 아빠·엄마의 어이없는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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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24 06:31:00

오늘은 국가의 존망이 달린 저출생 얘기다. 국민 모두가 짐작하고 있지만, 터놓고 말하는 걸 꺼려 왔던 그런 대목이기도 하다. 반려동물을 둘러싼 빛과 그늘이 문제다. 다 아시듯 반려견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고, TV도 반려견 예능 프로그램으로 요란하다. 오늘 얘기의 핵심은 반려견 천국의 지금 환경이야말로 출생률 하락의 숨은 요인이란 점이다.

그걸 지적했던 게 얼마 전 방한했던 노바크 커털린 전 헝가리 대통령이다. 여성인 그가 “한국에서 반려견 태우는 개모차가 유모차보다 많이 팔린다”며 “나도 두 마리 키우지만 반려견은 결코 아이를 대체할 수 없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외교적 수사에 가려진 그의 속내는 “멍멍이와 고양이 키우느라 사람을 잊고 사는 대한민국은 망조 든 겁니다”란 게 아니었을까.

커털린 전 대통령의 발언에 각성한 일부 신문은 사설까지 썼다. 급증하는 반려동물과 쪼그라드는 출생률 사이의 숨겨진 상관관계를 짚어 보기에 딱 좋은 시점이었다. 아시는가. 이런 분위기를 깬 것이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 부부였다. 추석인사 촬영 때 두 부부는 다문화 아이들 10여 명과 함께 두 반려견 새롬이와 써니를 떡 하니 출연시켜 사진을 찍었다.

대선 후보 시절 반려견 토리를 품에 안은 윤 대통령, 그리고 김건희 여사 앞에 엎드린 대형견 새롬이의 이미지는 스틸 사진과 동영상에 담겨 국민의 뇌리에 다시 한 번 심어졌다. 자녀가 없는 윤 대통령 부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편안한 분위기 연출을 위해 별 생각 없이 촬영한 게 전부일까. 문제는 “대통령 부부도 저러는데 뭘” 하면서 국민 너도나도 따라서 한다는 점이다.

사실 윤 대통령의 경우 관저에 13마리 퍼스트팻을 키운다. 반려견 8마리에 반려묘는 5마리라고 지난해 SBS ‘동물농장’에서 밝혔다. “아이를 가졌다가 잃고 힘들었을 때 유기견 입양을 했다”고 털어놓았던 당시 김 여사의 고백도 가슴 찡했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니다. 대통령 부부가 시도 때도 없이 반려견을 등장시키는 건 이젠 출생률 저하의 직접적인 요인이다.

더욱이 몇 달 전 세계 최저의 출생률 문제에 윤 대통령이 나서서 숙연한 표정으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총력 대응을 위한 중앙부처로 인구전략기획부 출범을 공식화한 국면이 아니던가. 당연히 모든 정책과 사회 현안을 두고 “이게 출생률 높이는 데 도움이 될까 안 될까”를 따져 보는 전략적 마인드가 필수다. 용산은 모범을 보여야 했다.

바로 그걸 해야 할 윤 대통령 부부가 정말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을 한 것이 반려동물을 출연시킨 대국민 추석 인사였다. 결과적으로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오늘 칼럼을 오해하시면 안된다. 나는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해 쓴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다. “반려견 키우는 인구를 500만 명 이하로 떨어뜨리자”는 비합리적 목소리를 반복하자는 것도 아니다.

만에 하나 그런 목소리를 낸다면 귀여운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인구 1000만의 반감을 사게 되며, 뭘 하든 실패를 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저런 갈등으로 가뜩이나 힘든데 이 문제를 두고 반려동물파와 비 반려동물파 사이를 갈라치기 할 생각도 전혀 없다. 단 어떻게 하면 현명하고 지혜롭게 반려동물을 기르고 사회적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가를 되짚어 보자는 제안이 이 글이다.

방법은 있다. 그것도 검증된 외국의 훌륭한 모델인 독일식 해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아는 이는 다 알지만 독일은 반려견의 천국이다. 전 가구의 20%가 개를 기르며 2019년 기준 등록된 반려견이 940만 마리다. 엄청난 개체수에도 반려견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저들의 비결이 있다. 반려견에게 마치 사람에게 하는 것과 똑같이 세금과 의료보험 등 의무와 권리를 동시에 부여한다.

독일의 견주는 매년 한화 14만 원~77만 원씩 동물 보유세를 낸다. 개도 세금 내고 복지를 누리게 한다는 게 포인트다. 이게 노리는 효과는 무책임하게 반려동물을 기르는 걸 걸러 내는 것이다. 정성을 쏟을 사람만 개를 기르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입법독재로 악명 높은 여의도가 정신을 차리고 독일을 모델로 한 가칭 ‘반려동물기본법’ 제정을 검토하길 바란다.

그걸 위한 예비단계로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한 여론 수렴 과정도 환영한다. 그런 게 바로 정치의 효율을 높이는 길이고, 생활 밀착형 정치의 표본이다. 그 과정에서 TV의 반려견 예능 프로그램도 좀 줄이자는 제안도 등장할 것을 우린 기대한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조치로 대한민국의 출생률을 상당히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얼마 전 김건희 여사의 주도하에 식용 개 금지령에 합의한 여야가 진정 협치를 보여 줄 대목이 바로 반려동물기본법 문제가 아닐까 한다. 글 마무리에 그 지긋지긋한 좌익형 인간 문재인의 말을 인용하려 한다. 사람이 먼저다. 반려동물과 관련해서는 그 말이 백 번 천 번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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