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용의 바른 보험] 주요치료비 보장 판매 중지 이래야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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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는 좋지만 불 난 집에 기름 부을 수 있는 행정조치 아쉬워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1-27 09:50:30

올해 큰 관심을 받았던 주요 치료비 관련 보장들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최종 판매중지 명령이 떨어졌다. 보험 영업 현장에서는 말 그대로 우왕좌왕 그 자체였다. 실시간으로 각 보험사로부터 어떻게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지 또는 불가능한지 문자메시지가 지속적으로 오는가 하면 어느 회사는 기존에 상담을 진행하던 청약 건에 대한 계약 반영 기준을 번복하는 헤프닝까지 있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행정조치였다. 금감원의 의도는 잘 알고 있지만 적어도 영업현장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치다. 특히 암 주요 치료비를 포함해 2대 질환(뇌·심장)에 대한 주요 치료비를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판매한 것을 감안하면 무리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늘 불완전판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행정조치가 오히려 불완전판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는지 그 판단에 아쉽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현재 판매중지 이슈가 있는 해당 보장의 핵심은 암·뇌·심장 질환 발병 시 치료에 쓰는 비용에 따라 구간을 정해놓고 계단식으로 그 구간에 해당하는 정액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암 발병 시점을 기준으로 최대 10년까지 매년 최소 500만 원에서 최대 1억5000만 원까지 각 구간에 해당하는 보장 금액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구간은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구간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1000만 원 단위로 설정돼 있다(예: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미만). 2대 질환 주요 치료비의 경우 보장금액과 구간별 설정 금액만 다를 뿐 암 주요 치료비와 지급을 해주는 방식은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이기에 금감원이 해당 보장을 이렇게도 급히 판매 중지할 것을 보험사 측에 통보한 것일까. 기존의 치료비 보장은 암 진단비 또는 뇌·심장 진단비처럼 가입금액을 설정하면 약관상의 치료보장에 해당이 됐을 때 정해진 정액의 보장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판매 중지통보를 한 치료비 보장의 경우 구간별 금액에 따라 비례지급이 되는 형태로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실손의료비보험의 비급여 치료에 대한 과잉의료가 골칫거리로 자리 잡은 만큼 이 보장의 경우도 보장 내용을 봤을 때 과잉의료를 피해 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감원의 이번 판단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처음에 이 보장들이 출시됐을 때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어찌 보면 이번 판매 중지 통보는 이상할 게 없는 행정조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중단 방식이 너무 아쉽다. 금감원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했을 텐데 이렇게 영업현장을 무시하고 사전 지침없이 하루 만에 청약에 대한 제재를 한다면 지속해서 경고를 하는 불완전판매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의문이다.

말로는 절판마케팅은 자제하고 불완전판매를 하지 말라고 하지만 실제 영업현장은 대형마트 타임세일을 맞이한 듯 정신 없고 분주해서 제대로 된 설명은 뒤로한 채 청약서에 서명부터 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22일을 기준으로 심사를 완료한 청약 건에 대해서는 판매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자세한 설명 없이 일단 개인정보부터 전달받아 묻지마 식 청약설계와 청약심사를 넣는 상황을 만들어 놨다.

모든 것이 순리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분명 금감원의 경고성 권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영리 조직이다. 일단 실적을 앞세워 영업하는 조직이 일반보험 설계사들의 영업현장까지 잘 헤아려 주리라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 생각한다.

이번 판매중지 관련한 통보의 의도는 너무 좋지만 그 프로세스가 너무 아쉬운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절판마케팅은 줄인다고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완전판매의 경우 지금보다 유연하고 단호한 과정과 결정을 보여줘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불 난 집에 기름을 들이붓는 행정조치라면 이번 판매중지에 따른 불완전판매는 피할 수 없는 결과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금감원이 고려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덕용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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