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2년 연속 마이너스 증가 심각한 건설투자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연재기획

건설사 폐업 2023년 581곳에 이어 올해 13년 만에 최다
강남 집값 오를까 봐 대책 추진 못 하는 한심한 포퓰리즘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2-02 00:02:59

건설투자가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마이너스 증가율을 이어 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11월28일 경제전망에서 건설투자 부문이 금년과 내년에 각각 -1.3% 증가율을 이어 갈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 수주와 착공은 작년부터 아예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지금 건설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막혀 몸살을 앓고 있다.

2020·2021년 코로나19로 경기가 얼어붙으며 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하락하자 집값이 급등했다. 건설사들은 PF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착공하기 시작했다. 시장금리 1~2% 수준으로 자금을 모은 금융사들은 8~9%나 되는 부동산대출 판촉까지 하며 열을 올렸다. 2023년 금융권 연봉 킹은 PF 판촉을 가장 많이 한 모 증권사 임원으로 연봉이 60여억 원이나 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노벨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적했던 ‘비이성적 과열’이 만연했다. ‘비이성적 과열’이 만연할 때는 금융감독 당국은 사전적으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했지만 한국의 금융감독 당국은 ‘사전적’ 으로 해야 하는 ‘거시건전성 감독’에 대해선 아예 문외한 인 듯했다.

그러나 2021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자 집값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집값 하락이 예상되니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이 되지 않으면서 2023년 전국 미분양이 5만7925건으로 급증했다. 준공 후 미분양이라는 악성 미분양도 1만465건이나 되었다. 그러자 분양은 지난해부터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인허가 착공 건수도 급감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신호다. 착공 3년여 전후 주택공급이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대선을 앞두고 2026·2027년 공급 부족으로 집값 급등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다.

PF 부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시행사들은 미분양 속출에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건설사 폐업은 2023년 581곳에 이어 금년에는 4월까지만 187곳이나 폐업해 13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등은 대출 손실이 급증하면서 2금융권 위기 징후마저 나타나고 있다.

PF 부실의 심각성은 연초 태영건설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5월에 국내 230조 원에 이르는 PF 사업장을 대상으로 재평가를 실시한 결과 5~10%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드러났으며 규모는 최소 11조5000억~23조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지난 2년여 간 지속된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기존 아파트값 하락 등을 반영할 경우 전체 사업장의 90% 가까이가 ‘좀비 프로젝트’라는 이야기가 확산되기도 했다. 부동산 PF 사업장의 자금 경색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권이 2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막힌 ‘돈줄’ 완화를 시도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금융권에서 조성하는 PF 정상화 펀드도 2조 원대 규모로 확대됐다.

근본적으로는 PF 문제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해결할 수 있다. 아파트 거래가 이뤄지고 미분양이 해소되면 건설업계·금융권 모두 살아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침체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을 추진하면 서울 강남권 집값이 오를 것만 걱정한다. 지방에 준공 후 미분양이라는 악성 미분양이 증가해 건설사 줄도산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서울 강남권 집값 오를 것만 걱정해 대책을 추진하지 못하니 이 얼마나 한심한 포퓰리즘인가. 성장률도 하락하고 있다.

건설정책연구원은 내년에도 건설 경기 부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와 주택 건설 경기 부진·공사비 상승·부동산 PF 문제 등 불확실성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공사비 급등과 그동안 장기화되었던 고금리로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인 데다 부동산 PF 부실마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줄도산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폐업 건설사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까지 집계된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는 394건으로 전년 동월 326건 대비 20.8% 증가했다.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9월 취업자 수가 11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9월 국내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5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감소했다. 건설업 취업자는 5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이후 지난달까지 계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민생의 문제다. 건설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대책이 시급하다.

오정근 필진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시대의 금기를 깨는 정론지 스카이데일리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만들어집니다.

정기 후원 독자께는
스카이데일리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초대, 할인 혜택 등을 드립니다.

매월 5만 원 이상 정기 후원 독자께는
스카이데일리 신문과
스카이데일리가 발행하는 최신 단행본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