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희의 작가노트] 내 살이 나를 아프게 한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연재기획

임요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2-10 06:30:30

여행 갈 때 잊지 않고 챙기는 물건 중 하나가 손톱깎이다. 손톱 옆에 생겨나곤 하는 뾰족한 거스러미를 처리하기 위해서다. 살갗이 거슬거슬하게 일어난다고 해서 거스러미라고 하는데 살도 아닌 것이 가시도 아닌 것이 영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거스러미를 억지로 손으로 뜯어내다가는 살점이 같이 뜯겨져 나와 잠깐이나마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게 된다. 우리 몸 구석구석까지 뻗쳐 있는 신경조직의 예민함에 다시 한번 놀라면서 여행가방을 쌀 때면 반드시 손톱깎이를 챙기는 것이다.

거스러미가 생기는 이유는 단 하나다. 피부가 건조해졌기 때문이다. 핸드크림을 바르면 간단하게 해결될 것 같지만 또 그게 그렇게 해결이 쉽지만은 않다. 피부는 여러 가지 이유로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우선은 차고 건조한 날씨가 원인이다. 우리 피부는 늘 촉촉한 상태로 젖어 있어야 외부 세균에 대한 저항도 생기고 마찰에 의한 상처도 방어할 수 있게 되는데 차고 건조한 공기가 피부의 습기를 날려 버리면 신체의 말단인 손가락부터 건조해지고 거스러미가 일게 된다.

두 번째는 과로와 영양부족이다. 우리 몸이 피로와 영양부족에 노출되면 모세혈관이 수축하고 땀구멍이 작아져 피부가 건조해진 끝에 거스러미가 일어나는 것이다. 거스러미가 여행 중에 잘 일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거스러미는 내 몸에 붙어 있지만 이미 죽은 세포이므로 내 것은 아니다. 우리 신체 세포는 서로 교신하며 몸의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한쪽 세포가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다른 쪽 세포가 대답이 없으면 죽은 것으로 간주하여 이것을 몸에서 분리해 내고자 한다. 우리 몸은 최적의 상태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찰과상 후 생기는 피딱지나 입술에 생기는 거스러미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살아 있는 세포였고 우리 몸을 감싸 주던 보호막이었지만 이제 그만 쓸모를 잃고 죽어 말라비틀어졌으니 탈락당해 마땅하다. 해서 내 머리는, 내 손은 자꾸만 그것을 뜯어내는 것이다.

▲ 손톱 옆 뾰족한 거스러미를 처리하기 위해선 도구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

특히 거스러미는 빨리 떼어내지 않으면 가시가 되어 계속해서 나를 아프게 찌른다. 아무리 내 신체의 일부였다고 해도 죽은 후에는 산 것을 아프게 하고 신경을 거슬리게 할 뿐이다.

죽은 것이 뭘 알겠는가. 혼자 나가떨어지지 않으니 살아 있는 것이 떼어내야 마땅하다. 머릿속 생각도 마찬가지다. 죽은 생각·굳은 생각이 있다면 산 생각이 그것을 밀어내야 한다. 늘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싶다면 구태한 생각이 있는지 매일 점검하고 처리할 일이다.

시인·소설가

임요희 필진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시대의 금기를 깨는 정론지 스카이데일리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만들어집니다.

정기 후원 독자께는
스카이데일리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초대, 할인 혜택 등을 드립니다.

매월 5만 원 이상 정기 후원 독자께는
스카이데일리 신문과
스카이데일리가 발행하는 최신 단행본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