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칼럼] 미·중 패권 전쟁터 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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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2-13 00:02:59

12월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무슨 일인가 놀라 TV를 켜 보고 다시 놀랐다. 비상계엄을 내렸다는데 방송국들이 저마다 방송을 하고 있다니 말이다. 국회를 장악한다고 헬멧을 착용한 군인들이 달려갔는데 계엄군이 민간인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어서 더 놀랐다. ‘정치 변동론’을 공부하며 습득했던 비상사태·계엄 혹은 쿠데타와 너무도 달랐다. 도무지 비상계엄이라고 볼 수 없는 그 사건은 몇 시간 만에 국회의 요구로 해제되었다.

세계 역사상 가장 짧은 비상계엄으로 기록될 것이다. 계엄 포고문에 ‘영장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번 사태에서 행해진 일이 하나 있다면 ‘압수수색’이었는데 우리나라 주류 언론에서는 이에 관한 해설을 거의 하는 것 같지 않아 아쉽다. 알려지기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서버 관련 압수수색이 있었던 모양이다.

당연히 야당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 행위를 ‘탄핵 사유’로 보고 탄핵소추를 단행했다. 그러나 정족수 미달로 1차 탄핵소추 시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한다고 말하는데 현재의 헌법재판소가 정원 미달인 상태이며 내년 초에 두 명이 임기를 마친다 하는데 과연 법적으로 헌재에서 판결이 가능한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놀라운 것은 탄핵소추 안에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탄핵소추안 마지막 부분에 “소위 가치외교라는 미명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 한 채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정책을 고집하며 일본에 경도된 인사를 정부 주요 직위에 임명하는 등의 정책을 펼침으로써 동북아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전쟁의 위기를 촉발시켜 국가안보와 국민 보호 의무를 내팽개쳐 왔다”는 이유가 포함되어 있다.

국제정치학의 학문적인 논리와 현실 국제정치 상황을 보았을 때 이 주장은 하자가 너무 많다. 21세기 세계의 국제정치는 미국·유럽의 자유주의 선진국·일본·호주 등이 한 편을 이루고, 러시아·중국·이란·북한 등 통칭 유라시아 독재국가들이 한편을 이루는 갈등 구조로 재편되었다. 미국 정부는 2023년 미 하원외교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미국의 적대국 순서를 중국·러시아·북한·이란으로 규정했다.

중국·러시아·북한이 한편을 이루는 자유주의 진영의 3대 적국으로 규정된 마당에 자유 진영 국가인 한국이 미국·일본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너무나 타당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지정학적 균형을 이루는 일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한국은 동북아에서 고립을 자초하지도 않았고 전쟁의 위기를 촉발시키지도 않았다. 탄핵소추안에 국제정치적 언급을 포함시킴으로써 탄핵안을 소추한 세력은 스스로 자신들이 ‘친중’ ‘친북’적 임을 공개했다.

놀라운 것은 미국의 반응이다. 폭스뉴스는 미국의 중국·아시아 전문가 고든 창 박사를 초청해 한국의 현 사태가 한국 내의 친중·종북 세력과 미국·일본 등 자유 진영을 지지하는 세력의 갈등임을 소개했다. 보다 전문적인 채널에 출연한 고든 창 박사는 윤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의 고도의 침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자국 국민의 지지를 잃어 가면서도 일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미국과의 동맹을 돈독히 했다고 치켜세우고 있다.

그는 수년 전 집필한 ‘한국을 잃는 일(Losing South Korea)’이라는 작은 책자에서 미국 등 서방 진영이 한국을 중국·북한 측에 넘겨 준다는 것은 자유 진영 방어망의 중요한 축을 잃게 되는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며 경고했다. 고든 창 박사는 문재인정부는 한국 방위의 유일한 대안인 한미동맹을 서서히 폐기시키기 원했다고 보고 있을 정도다.

더욱 노골적인 반박은 미국 국무부 산하의 VOA(미국의소리) 12월10일 자 방송에서 나왔다. ‘외교 정책은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는 타이틀 아래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출연, 한국 야당의 탄핵안을 격하게 비난했다. 미 국무부에서 한국을 담당했던 에번스 리비어는 탄핵안에 한·미·일 삼국 파트너십을 공격하는 내용이 담긴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분개했다.

탄핵소추안에 가장 격하게 반응한 전문가인 허드슨연구소의 케네스 와인스타인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아주 분명하게 함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미국이 필요하다. 한국은 일본이 필요하다. 한국이 미국·일본과 거리를 두어도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트럼프는 이번에는 그 같은 일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1기(2017~2021) 당시 한국은 중국·북한과는 우호적, 일본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와인스타인 박사는 “트럼프 2기는 한국의 그 같은 행동을 인내하지 않을 것(Trump will not stand for it this time)”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중국을 도전자 지위에서 탈락시키는 게 목표다. 트럼프는 한국을 미국의 대전략 달성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오래전 협력하는 나라에게는 보상을, 훼방꾼은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이 택할 전략은 분명하다. 망하기 직전의 유라시아 독재국가들의 편에 설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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