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º
습도 70%
대전 0º
습도 65%
광주 -3º
습도 80%
대구 -2º
습도 50%
)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논의가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전개되는 가운데 유럽의 위기 의식이 더 뚜렷해졌다. AFP통신·BBC방송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주요국 정상을 초청해 비공식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영국·독일·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네덜란드·덴마크 정상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초청받았다.
이들은 종전 협상을 둘러싸고 배제 당할 것을 우려하며 파리에 모여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파병안을 포함한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보장 방안을 논의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복귀가 유럽에 초래한 불안과 다급함을 잘 보여준다. 다만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당사자인 우크라와 유럽을 제끼고 러시아와 직접 접촉해 협상을 이끌어간다’는 국내외 주류 매체의 논조와 달리, 현 상황을 ‘미국의 동북아 집중’ 태세의 연장으로 읽을 여지 또한 크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금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공식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 유럽 외교관은 가디언에 “유럽이 협상엔 직접 손을 못 쓰면서 그 결과에 대해선 역할을 요구 받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희토류 50% 지분을 요구한 사실을 들어 개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에 지난주 외교문서를 보내 각국의 우크라 안보보장 기여 방안, 우크라이나 파병 여부, 유럽 주도 평화유지군 규모 등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외교가에선 유럽이 미국의 요구에 어떻게 응답할지 논쟁 중이긴 하지만 ‘유럽의 집단적인 대응’ 필요성엔 대체로 공감하는 편이다. 또 유럽이 협상에서 존재감을 가지려면 실질적 대안을 통해 트럼프와 ‘거래’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있다. 예를 들어 뤼터 사무총장이 전날 뮌헨안보회의 참석 중 유럽 스스로 우크라 안보보장을 위한 ‘좋은 제안’을 내놔야 한다면서 “유럽이 발언권을 바란다면 더 유의미한 것(제안)이어야 한다”고 인정했다.
조만간 트럼프를 만나러 갈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경우 ‘동맹의 연대감’을 말하며 미국·유럽 관계 복원에 신경을 쓴다. 그는 유럽의 현 사태를 “세계의 현실과 러시아 위협에 맞선 한 세대에 한 번뿐인 순간”으로 짚으며 “유럽이 나토에서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 동맹의 분열로 우리 외부의 적과 맞서는 데 주의가 분산돼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관건은 종전에 따른 ‘청구서’를 유럽이 어디까지 감당할지다.
켈로그 미 특사가 전날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럽을 향해 “협상 테이블 배석 여부를 불평할 게 아니라 구체적 제안과 아이디어를 마련하며 방위비를 증액할 것”을 거듭 압박했다. AFP통신에선 뤼터 총장의 발언이 주목됐다. “(이번 파리 긴급 정상회의가) 우크라 협상 타결 시 유럽의 기여를 분명히 알 수 있도록 방위비 지출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뮌헨안보회의 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의 자체 상비군 창설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럽 경제 실정을 고려할 때 현실성은 낮아 보이지만 유럽이 최소한 나토 방위비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간 트럼프가 미국이 나토 비용 25%를 책임져 왔음을 거론하며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판할 때마다 늘 트럼프만 비난을 받았으나 이제 유럽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럽이 2차 세계대전 종식 이래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과 지원 속에 누려온 모든 혜택의 종식을 뜻한다. 잭 와틀링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선임연구원은 16일 가디언 기고에서 “평화를 바란다면 평화를 유지할 군에 투자해야 한다. 유럽엔 돈이 있다. 돈 쓸 의지가 있는지 분명치 않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이 방위비 증액 등 새로운 군사력 강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달 23일 독일 총선 이후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의 협상 재촉 속에 유럽이 재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우크라나 EU에겐 ‘재앙적인’ 종전 합의로 내몰릴 수 있음을 걱정한다는 것이다. ‘부활절(4월20일)까지 휴전 확보’라는 미국 측 희망이 유럽 당국자들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엔 스타머가 추후 트럼프와 회담 시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재무부의 난색을 무릅쓰고 국방비 증액을 준비 중이라는 기사도 나왔다.
사우디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특사와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루비오 국무장관과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위트코프 특사가 16일 폭스뉴스 인터뷰 때 종전협상을 위해 당일 밤 중동으로 출발한다면서 “대통령 지시에 따라 (러시아와) 회동을 가진다. 진정 좋은 진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왈츠가 폭스뉴스에서 “적절한 시기에 다 한 자리에 불러모을 것”이라는 트럼프 발언을 환기시키며 유럽의 반발을 무마하기도 했다.
CBS뉴스 화상 인터뷰에 나선 루비오 역시 이날 러시아 측 카운터파트나 의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정상 간) 전화 한 통화로 이 복잡한 전쟁을 해결할 순 없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 과정을 시작할 유일한 지도자임은 확실하다”며 낙관적 입장을 암시했다. 사우디 회담에 우크라 측이 초대받지 못한 점을 둘러싼 비판적 시각을 의식한 듯 “때가 되면 우크라도 유럽도 개입해야 할 것”이라며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젤렌스키는 이날 방영된 미 NBC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가 더 중요해지길 바란다. 러시아만큼 크지 않지만 동맹 가치를 공유한 우리 쪽이 전략적으로 미국에 더 중요하다”며 “푸틴을 믿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우크라의 전략적 위상에 트럼프는 여러 번 회의적 시각을 보인 바 있으며 며칠 전 뮌헨안보회의에선 젤렌스키의 낙담한 기색이 자주 카메라에 잡혔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8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1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