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선관위, 親러시아 후보 대선출마 신청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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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오르제스쿠, 작년 대선 1차 투표 1위… 헌재, 결과 취소·재선거 명령
美도 참전… 머스크 “완전 미친 짓”, 밴스 “가정·나라 중시가 극우냐”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10 17:19:10

▲ 루마니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9일(현지시간) 친러시아 성향의 컬린 제오르제스쿠(62)의 대선 후보 등록을 거부하자 지지자들이 수도 부쿠레슈티 중앙선관위 건물 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AP

▲ 작년 11월 루마니아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컬린 제오르제스쿠 무소속 후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헌법재판소가 투표 결과를 취소하고 재선거를 명했다. 미국도 이 문제를 거론하며 참전한 가운데, 현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오르제스쿠의 5월 재선거 출마 신청마저 거부했다. AP·연합뉴스

루마니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9일(현지시간) 친러시아 성향의 컬린 제오르제스쿠(62)의 대선 후보 등록을 거부했다. "1000건 이상의 이의 제기 접수" "주로 그의 반민주적 성향과 극단주의적 입장과 관련된 것"이라는 중앙선관위 대변인 설명이 로이터·AFP 통신에 실렸다. 이날 수십명의 제오르제스쿠 지지자들은 수도 부쿠레슈티 중앙선관위 건물 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으며 일부가 경찰 저지선을 뚫고 건물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에서 친러·반나토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자 압박이 거세졌다. 작년 11월 제오르제스쿠에 대해 선거법 위반과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들어 헌법재판소가 1차 투표 결과를 무효로 결정하고 재선거를 명령했다. 이런 결정의 근거는 '외부 세력'이 제오르제스쿠 유세를 위해 텔레그램으로 틱톡 사용자와 인플루언서를 모집하고 조율된 메시지를 전파하는 등 여론 조작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정부 측 보고서였다.

의혹을 부인하는 러시아 측 주장, "부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선관위 결론 일체 소용 없었다. 유럽에선 가족·교회·국가 등 전통 가치를 소중히 여기거나 유럽연합(EU)의 이민이나 동성애 우대 등 정책에 반대하면 극우 취급을 받는다. EU 지배력이 강한 나라일수록 그렇다. 현 미국 정부의 핵심 실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엑스(X)를 통해 루마니아 헌재의 결정을 "미친 짓"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지난달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럽의 현황에 비판적인 도널드 트럼프를 대신해 JD 밴스 부통령도 이 문제를 꼬집었으며, 인권을 내세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실상 '전체주의화'한 유럽의 현실을 비판했다. 자기 가정·나라 문화에 기반한 삶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극우'로 모는 게 민주주의냐 되물었다. 제오르제스쿠 출마 불허로 친EU 후보 당선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 없으나 미국과의 관계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를 낳기도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제오르제스쿠 후보의 출마를 허용할 것을 루마니아 당국에 촉구해왔다"고 전했다.

제오르제스쿠는 5월4일 예정된 재선거 여론조사에서도 40∼45% 지지율로 압도적 선두지만 지난달 26일 헌법 질서 위반 및 선동, 파시스트 조직 가입, 선거 자금 관련 허위 기재 등 6개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유죄 확정시 공직 출마가 금지된다. 그의 선거 공약인 '우크라이나 지원 전면 중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지도자" "우크라이나는 정식 국가가 아니었다" 등 과거 발언이 문제시됐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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