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대통령실·총리실
트럼프 ‘패키지 협상’ 재가동… 한덕수 ‘균형자’ 자처
관세에서 방위비까지 일괄 압박... 한미 첫 통화로 드러난 트럼프 2기의 협상 전략
김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09 11:36:22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첫 전화통화는 단순한 외교적 상견례를 넘어섰다. 통화에서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한 가지 사안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관세·방위비·에너지·조선업 등 다양한 분야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한국에 일괄적인 양보를 요구했다. 이에 한덕수 대행은 맞서기보단 협상이라는 원칙적 대응으로 정면 충돌을 피하면서도 외교적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는 과거에도 원스톱 쇼핑을 강조하며 동맹국과의 협상에서 다방면 압박을 즐겨 사용했다. 특히 한국과의 협상에서 그는 무역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했고, LNG 수출 확대와 같은 미국 산업의 이익을 직접 챙겼다. 이번 통화에서도 그는 한국은 내 첫 임기 때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완화한 방위비 부담을 다시 이전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통상 문제 역시 독립적 사안이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주 전 세계를 상대로 일방적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으며, 9일부터는 한국산 철강·자동차 등에 25% 추가 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의 최고 팀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이는 위협과 유인을 병행하는 전형적인 트럼프식 거래 방식이다.
 
한덕수 대행은 이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중국, 일본과 연대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무역 보복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강조했다. 한국이 트럼프의 관세 압박을 피해가려면, 미국과의 양자 협상을 통해 독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무역 보복의 악순환을 경계하며 정면 충돌은 피하되 외교적 해법을 통한 실익 추구라는 균형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응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2기의 외교는 예측 불가능성과 속도전을 특징으로 하며 정상 간 직거래에 무게를 싣는다. 이번 통화가 28분간 길어진 것도 트럼프의 직접적 개입 의지를 반영한다. 특히 그는 동맹국들에게 과거보다 더 많은 기여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무역적자 해소와 직결시키는 방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유럽· 일본 등 모든 주요국을 동일한 기준으로 대하면서도 우선순위를 정한다. 통화 직후 그는 한국과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며 빠르게 협상에 착수했고 중국에 대해서는 그들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는 한국이 협상 파트너로서 미국 내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신호이자 동시에 첫 실험대에 올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미 통화 이후,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끄는 협상단이 미국으로 급파됐다. 방위비·관세·에너지 수입까지 얽힌 초대형 협상에서 한국은 협상 카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을까. 트럼프의 거래 본능과 한덕수의 관리형 조율 전략이 맞붙는 이번 협상은 향후 4년간 한미관계의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19
좋아요
3
감동이에요
1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5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 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충정로1가,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박용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