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하고 백수가 되니 사람들은 필자가 엄청 한가하게 세월을 보내는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현직에 있을 때보다 훨씬 일이 많아진 것은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다. 아마도 한국어교수 1세대라 부르는 곳이 많아서인 것 같다. 글도 매일 쓰고 강의도 4군데, 칼럼도 쓰고 주간지와 월간지에 한국어 관련 글도 보내야 하고, 동영상도 찍고, 한국어(한문) 교육 자원봉사도 해야 한다.
‘백수(白手·한 푼도 없는 처지에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가 되었는데, 백수 생활이 그립다. 필자는 1982년도에 태능중학교에 부임한 이후로 단 하루도 백수 생활을 해 보지 못했다. 친구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한다. 퇴직할 때는 해외 여행·국내 여행 등 많은 꿈을 꾸고 기대했는데, 어쩌다가 이리 바쁜 생활을 하게 되었을까? 투덜투덜….
백수로 백수(白首·아흔아홉 살)하고 살면 좋은데,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그것도 꿈인가 보다. 백수(白首)가 다 되었는데 염색으로 감추고, 백수(百獸)의 왕인 호랑이 노릇해 보고 싶은 심정이다. 백수(伯嫂·큰형수)는 필자 보고 제발 백수(白鬚·흰 수염) 좀 깎으라고 난리다.
우리말은 참 한자어로 된 동음이의어가 많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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