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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각각 법정과 특검 수사실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며 수사와 재판에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혐의 재판에 다섯 차례 연속 불출석하며 궐석재판을 자초했고, 김 여사는 구속 후 두 번째 특검 조사에서도 대부분 진술을 거부했다. 두 사람 모두 “건강 악화” 또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유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시간 끌기’와 ‘방어 전략’으로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내란 재판 다섯 차례 불출석…“출석 거부 간주”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18일 열린 14차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이 불출석하자 “출석 거부로 보고 궐석재판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구속된 이후 다섯 번 연속 불출석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당뇨망막증 치료 지연으로 실명 위기라며 건강 악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법무부는 “위중한 상태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미 “불출석으로 인한 불이익은 피고인이 감수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불출석 사유로 당뇨망막증 악화를 들고 있다. 변호인단은 “수개월째 치료가 지연되면서 시력 상실 위험이 크다”며 사실상 재판 출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정반대 입장이다. “구치소 수용 과정에서 건강 검진을 실시한 결과, 치료가 불가피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외부 진료 역시 필요에 따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불출석이 단순한 건강상의 불가피성이라기보다 ‘의도적인 불참’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11일 열린 13차 공판에서 “피고인이 불출석으로 얻게 될 불이익은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이번 기일에서는 이를 명시적으로 “출석 거부”로 선언했다. 형사소송법 277조의2에 따르면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의 인치(강제 구인)가 곤란한 경우 법원은 피고인 없이 공판을 진행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은 이 조항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다.
윤 전 대통령은 스스로 법정 진술권을 포기한 채, 정치적·법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서 “기억 안 난다” 반복… “거짓말 너무 많다”
같은 날 김건희 여사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두 번째로 불려 6시간 반 동안 조사를 받았지만, 대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일부 질문에는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을 반복했다.
특검은 이날 김건희 여사를 상대로 두 갈래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하나는 2022년 지방선거와 일부 국회의원 보궐선거 과정에서 공천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 다른 하나는 장기간 의혹이 이어져 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문제였다. 조사 초반부에는 박완수 경남지사, 김진태 강원지사, 그리고 포항시장 선거 과정에 김 여사가 관여했는지를 따졌고, 오후에는 주가조작 세력과의 연결 고리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특검은 특히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당시 주가조작 ‘핵심 작전 세력’이었던 이정필 씨의 진술과, 김 여사 계좌가 실제로 동원된 정황을 근거로 직접 질문을 이어갔다. 수사팀은 손실보전금을 받았는지, 별도의 거래가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자금 흐름을 제시하며 “당시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추궁했다. 그러나 김 여사는 대부분의 질문에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짧은 답변만 내놓았다.
심지어 명확한 물증이 제시된 경우에도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주가조작과 관련된 통화 녹음파일, 그리고 기업인들로부터 전달된 명품 수수 내역이 담긴 문자 메시지 등 객관적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김 여사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하거나, 아예 진술을 거부했다. 조사 기록에는 ‘진술거부권 행사’라는 문구가 수차례 남겨졌고, 특검 관계자는 “사실상 대부분의 질문이 답변 거부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조사를 마친 뒤 특검 측은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평가를 내놨다. 한 관계자는 “김 여사가 말끝마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객관적 물증과 대조해도 진술의 신빙성이 전혀 확보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이어 “출석은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며, 수사팀의 불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적 시간 끌기이자 방어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형사법 관련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은 불출석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김 여사는 진술거부로 수사를 공전시키는 전략을 취하는 셈이다. 법정과 수사실 모두에서 ‘시간 끌기’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건강 문제와 기억상실 주장은 정치적으로는 동정 여론을 의식한 수사일 수 있다. 법적으로는 방어권 남용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특히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협조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사법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평가했다.
계속해서 “재판부와 특검 모두 이 같은 태도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은 궐석재판이 본격화되면서 피고인의 부재에도 판결이 가능해졌다. 김 여사의 경우에도 특검은 물증 확보를 바탕으로 ‘진술 없는 기소’를 추진할 수 있다. 법적으로는 방어 전략이 통하지 않을 수 있고,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책임 회피’라는 역풍을 맞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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