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돌발 大選’ 민심 “국제정치 잘 풀어갈 외교 전문가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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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 이슬람 神政공화국… 40여년 제재와 팬데믹 여파로 생활고 가중
혁명 후 核개발 집중하며 反美연대 수장격… 최근 국제정세는 호재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6 18:03:41

▲ 28일(현지시간) 대선을 앞두고 테헤란 시내 곳곳에 6명 후보 사진과 공약이 걸려 있다. 사진 왼쪽 끝이 유력 후보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가장 오른쪽 전신을 보인 인물이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다. 3월 총선 당시 저조한 투표율이 정치 무관심을 반영한다. 연합

신정(神政)이슬람공화국 이란에서 28일(현지시간) 대통령선거가 열린다. 한달 전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추락사하면서 갑작스레 실시하게 된 대선이다. 중동국가로 통칭되지만 이란의 정체성은 각별하다. 이슬람권 모든 나라들과 인종‧언어가 다를 뿐 아니라 주변 아랍국가들이 여전히 세습 왕정인 가운데 보통선거를 치루는 유일한 중동 이슬람 국가다.

페르시아제국 후예로서의 문화적 우월 의식은 기본값이며, 종신직 종교지도자 ‘라흐바르’가 사실상 최고권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정교분리의 세속주의와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한 서방 국가들처럼 포퓰리즘에 취약하지 않다는 식의 자부심도 있다. 1979년 이슬람혁명을 통해 친(親)서방 팔라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현 체제를 수립했다. 혁명을 이끈 초대 라흐바르 루홀라 호메이니가 86세로 사망한 1989년 이래 현재까지 제2대 알리 하메네이(85)의 시대다.

이란은 40년 넘게 서방의 제재를 견뎌 오면서 내핍생활에 익숙해져 있지만 2018년 미국의 핵합의 파기로 되살아난 서방 제재에 팬데믹 여파까지 겹친 이래 보편적인 생활고가 가중됐다. 따라서 국제관계를 잘 풀어나갈 유능한 외교 전문가 대통령을 소망하는 민심이 외신 기자들을 향해서 자연스럽게 표출된다.

25일 현지를 방문한 연합뉴스 특파원 인터뷰에 응한 테헤란 시민들을 보면 경제회복이 이번 대선 최대 주제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3월 총선 당시 사상 최저 투표율(41%)을 기록하는 등 정치 무관심이 커 보이긴 한다. 그러나 절박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대안이 없기에 막판 ‘표심’을 발휘할지 모른다.

선거로 뽑히는 사람들로 된 표면적 권력 이면에 사실상 국정을 이끄는 세력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에 무력감도 드러낸다. “선거가 별다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 같다”는 발언 등에서 40여 년째 이슬람 신정체제를 살아 온 사람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28일 아무도 50%를 득표 못할 경우 상위 2명이 내달 5일 결선투표를 거친다. 결선 투표까지 간 예는 2005년 6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이맘사디크대 여론조사에서 개혁 성향의 마소우드 페제키시안 (국회의원·전 보건부 장관)이 24.4%로 앞서 있으며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국회의장) 23.4%, 사이드 잘릴리(전 핵협상 위원 및 전 차관) 21.5%가 뒤를 잇지만, 응답자 5분의1은 지지 후보를 못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반면 AP통신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갈리바프와 잘릴리 후보를 각각 1‧2위로 예상면서도 과거 사례에 의거해 막판의 후보 단일화를 전망했다. 결국 최종적으론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의중에 달렸다. 하메네이는 전날 연설에서 혁명과 이슬람 체제의 절대성을 강조하며 친서방 후보와 연대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우크라이나전쟁과 가자전쟁을 통해 결정적 균열을 드러내면서 이란의 운신 폭이 넓어진 셈이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