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국가경쟁력 후퇴는 4류 정치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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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에 대응 못 하는 문외한 수두룩
전문가 집단으로 저질 정치 굴레 벗어나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04 06:31:30

국민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바닥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현재도 그렇지만 앞날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갈수록 낮아진다. 국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개인·기업·국가가 각기 따로 논다. 그나마 이 판국에서 가장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집단은 기업이다.

공급망 재편으로 각국의 이해가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흔들린다. 경쟁국들에선 기업뿐 아니라 국가와 국민이 힘을 보태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고 있는 반면 우리 기업은 나 홀로 거친 광야에서 고군분투하는 형국이다. 국가 간 경쟁의 최후 보루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이고 기업이다. 4류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정치에 볼모 잡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계속 뒷걸음치고 있다.

왜 우리 정치가 이렇듯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인가. 입만 벌리면 생활 정치 혹은 민생을 떠들지만 실제로 그들의 일상과 행위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정치판 인사들의 살아온 궤적을 보면 이와는 전혀 무관하다. 줄을 잘 서거나 기회를 잘 타 정치인이 되고 갖은 수단을 통해 자리를 유지하는 데는 탁월하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서 냉엄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이나 개인에겐 현재 닥치고 있는 위기가 처절하지만 유일하게 그들만 무풍지대에 남아 있다. 그들은 당장 자기 자리 보전이나 순간을 모면하려는 가식과 비겁함이 몸에 배어 있다. 국익이나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하거나 집착하는 대표적인 집단이 바로 정치인들이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가 계속 후퇴하는 이유는 매우 분명하다. 정치판에 모여드는 인물의 면면을 보면 정확하게 답이 나온다.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른 국가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풀어낼 수 있는 고도의 정치 해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의도에 몰려든 무리를 보면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 힘이 있거나 영향력이 큰 인물 일색이다. 최근의 추세를 보면 소위 법(法)을 다루던 검사·판사·경찰 출신이 즐비하다. 위아래에 이들이 포진하여 권력 다툼하는 모습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물론 이들이 정치에 부적격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갖은 부정과 비리에 엮여 재판을 받거나 법리 공방하는 현상이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

대체로 법을 다루는 사람은 권위적이며 무소불위로 처신한다. 고집이 세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고시 합격으로 졸지에 기득권이 되면서 군림해 왔기 때문이다.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건 다소 무리라 할 수 있지만 그들의 처신을 보면 세간의 이러한 인색한 평가도 수긍이 된다. 특히 이들은 상대적으로 바깥세상 돌아가는 데 대해 우둔하다. 끊임없이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기업이나 개인의 애로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다.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지식이나 경험이 없어 대응력이 떨어진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변화와 전환이 그들에게 버거운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이들에게 친기업이나 반기업, 친노동이나 반노동과 같은 첨예한 갈등 해결을 주문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으라는 격이다.

법을 다루는 인물 외에 우리 정치판의 또 다른 주류는 운동권·관료·언론인 등이다. 이들 또한 우리 내부의 또 다른 기득권 세력이다. 그들은 끼리끼리 상생을 위해 상부상조하면서 다른 무리에게 진입의 틈새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다. 기업인과 과학기술인·금융인·자영업자 등의 정치권 진출은 매우 드물다. 정치가 먹고사는 현실 문제, 즉 생활이나 민생을 해결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 평균 수준과는 동떨어진 막말과 인신공격이 난무해 어안이 벙벙하다. 정답은 나와 있는데 그들만의 하찮은 정쟁이나 정치 술수로 국가를 망치고 있다.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던 국가들이 정치 파행으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사례를 보면서 이들의 몰염치가 언제 종식될지 불안하기만 하다.

총선에 참패한 여당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볼썽사나운 꼴을 연일 목격하면서 씁쓰레하다. 국가 미래와 민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해괴한 배신 프레임으로 선거판을 진흙탕으로 몰고 간다. 7월23일이면 누가 되든 결론이 난다. 위에서 언급한 관점에서 보면 4인 4색이 아니고 초록이 동색임을 실감케 한다. 그래도 대안을 찾아야 한다. 누가 정치 약점을 보완하고 미래지향적인 처방을 내리고 있는가에 초점이 모여야 한다. 역시 정답은 민심에 있고, 나라 안이 아닌 밖에 있다. 위기에 갇힌 여당이 아닌 국민이나 국가에게 그나마 희망을 품게 할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 오만한 야당에 맞서려면 국가 장래에 대한 진솔하고 명쾌한 솔루션만이 답이다. 그 시작은 부족한 점을 보완할 인재의 두루 등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