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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을 때 미국의 신원조회에 관해 경험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하나는 한인 동포로서 연방정부 고위직에 오른 인사와의 인터뷰, 또 다른 하나는 한국인 85명 애틀랜타 입국 무더기 거부 사건, 그리고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을 지낸 인사와의 대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시위가 자칫 반미(反美)·친중(親中) 시위로 미국에 인식될 수 있는 현 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시위와는 분명히 다른 기조이기 때문에 미국도 예의 주시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단 한 푼도 호주머니에 챙긴 사실이 없다는 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광란의 촛불 정국에 희생양이 됐음이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 시절엔 대통령의 비리 혹은 비선 실세 규명이 촛불시위 참가자들의 주된 구호였음에 주목한다면 한국의 내부 상황, 즉 내치에 국한한 문제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으로선 박 대통령을 돕고 싶어도 내정간섭이 될 위험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국은 근본적으로 상황이 다르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내란을 일으켰다는 얼토당토않은 거짓 선동이 마치 기정사실처럼 호도되고 있다. 종북(從北)·중중(從中)주사파가 선동하는 거짓 ‘내란’ 프레임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친중 그룹의 지원 사격도 포착된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만약 부정선거에 의한 가짜 국회 구성이 사실이고, 위조된 거대 야당이 잇단 정부 관료 탄핵과 국체 흔들기에 나선 게 사실이라면, 그래도 윤 대통령의 계엄이 부당하다고 믿겠는지 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헌법기관으로서 독립성을 보장받기 위해선 공명정대하게 고유 업무를 해 온 사실이 전제돼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지금의 선관위가 과연 그런 의혹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은 오직 계엄 시에만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한다. 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은 오로지 계엄 때에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대통령 탄핵에 찬동하는 이들이 간과해선 안 되는 대목이다. 만약 선관위가 거악(巨惡)이라면 계엄에 의한 선관위 수사는 정당하다 못해 국체를 보존해야 할 대통령으로선 반드시 관철해야 할 책무로 봐야 한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40년 전 과거까지 파헤친다는 말은 기자에게도 놀라운 팩트였다. 마치 빗장 수비의 대명사인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처럼 미 정보·수사당국이 물 샐 틈 없이 대상자를 스크리닝한다는 뜻이다.
“백악관 정책위원으로 임명되기 전에 FBI로부터 고교 시절 친구 5명과 대학교 친구 5명의 이름과 연락처를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연방 정부의 차관보급 자리까지 오른 조셉 박(한국명 박동우) 전 백악관 장애인 정책위원은 이같이 경험담을 털어놨다. 2019년 9월 재미한인리더십협회(KALA)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힐튼 덜햄에서 개최한 ‘2019 미주 한인 차세대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FBI와의 일화를 젊은 한인층과 공유하면서다.
박 전 백악관 위원은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1기에 백악관 근무에 앞서 신원조회 과정에서 있었던 일화”라며 “FBI와 백악관 법률팀·국세청(IRS)이 집중 조사하면서 40년이나 더 된 친구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물어 왔다. 졸업장을 보여 주면 되지 않겠나 생각하면서도 매우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고 그 시절을 회고했다.
그는 “FBI는 260개 질문을 보내기 전에 친구들의 이름을 요구했다”며 “그들은 당신의 친구들에게 다 연락해 당신이 어떤 학생이었는지, 고교와 대학 때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나쁜 짓을 했는지, 성격은 어떤지, 친구들을 통해 알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려 40년 가까이 오래된 일들을 물어본다고 했을 때 아차 싶은 생각이 들어 기회가 닿는다면 한인 차세대들에게 꼭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린 시절·젊은 시절의 결정이 30년~40년 후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실히 알고 결정을 내리라고 조언해 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인의 무더기 입국 거부 소식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7년 11월 한국인 85명이 미국 애틀랜타 공항에서 무더기 입국 거부된 소식을 처음으로 보도했던 경험은 기자 개인에게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미국을 출국하려던 소식통으로부터 신문사로 제보가 들어왔고 기자가 현장에 급파된 재외공관 경찰 영사로부터 억류 및 면담 사실을 처음 확인한 뒤 특별취재팀이 꾸려졌다. 팀원이 공항에 상주하는 한인 사업자로부터 추가 확인한 데 이어 막내 기자가 국토안보부(DHS)와 연방세관국경보호국(CBP)에 재차 확인하면서 비로소 기사가 완성됐다. 당시 한국의 모든 매체가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한국인 85명은 ‘ESTA(전자여행허가제)’로 애틀랜타 공항을 통해 미국에 들어오려 했지만 입국이 거부되면서 모두 한국으로 강제 출국 조처됐다. 당시 이들의 체류 목적을 비롯해 불법 노동 의사 등 입국 거부 사유를 놓고 한국 언론에서 다양한 추정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들을 왜 입국 거부했는지 아직까지도 미국 정부는 함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입국 거부 또는 비자 발급을 거절당한 당사자로선 억울하겠지만 미국은 거부 사유에 대해 해명할 의무가 없다. 에누리 없이 입국 거부 조처를 내리면서도 이유를 설명하도록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연예인들이 한심한 주류 매체의 가짜 뉴스 농간에 속아 대통령 탄핵만이 마치 정의인 양 부르짖는 가운데 보수층을 중심으로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을 CIA에 신고하는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CIA에서 한국계 요원으로 일했던 마이클 이(Michael P. Yi) 조지워싱턴대 정치학 박사는 26일(현지시간) 기자와의 국제 통화에서 반미 시위자 정보 수집에 관해 “해외에서는 미국 대사관에 그런 부서가 있고 (미국) 국내에서는 FBI가 그 일을 하며 입국 차단은 DHS(국토안보부) 소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신원조회는 철저하다”며 “반미주의자의 미국 입국 거부 강화 여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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