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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이 국가 신인도 유지와 내수 경기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해외 경제단체·기관에 잇따라 서한을 보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일련의 어려움에도 한국 경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128개국 상의 회장과 116개국 주한 외국 대사에게 서한을 보냈다. 경제단체가 잇따라 나선 것은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을 잠재우고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정부와 정치권은 미 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보는 고환율과 이에 따른 고물가·고금리의 복합위기 시대에 한국 경제의 활로를 열기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시대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키우고, 해외 유수의 기업들을 유치하려면 기업하기 좋도록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게 급선무다.
그런데 현실적인 난제가 적잖게 쌓여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인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서 국회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이 불안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집권 여당 국민의힘의 야당 견제 기능이 저하되면서 재계를 겨냥한 거야(巨野)의 ‘입법 독주’가 더 매서워지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혼란한 정국 속에 민주당이 벼르고 있던 핵심 경제 법안들이 충분한 논의 없이 줄줄이 통과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꼽힌다. 한경협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재계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 방향에 대해 10월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이에 정부·여당이 재계의 입장을 반영해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했고 재계도 일부 찬성 입장을 밝히는 쪽으로 논의가 진척됐다. 하지만 탄핵 국면으로 정부·여당이 추진 동력을 잃으면서 민주당 원안대로 연내 처리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국제적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고, 경제를 옭아매는 규제이기에 철회돼야 마땅하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이사의 경영활동이 회사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들을 위하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며 전체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와 ‘보호의무’를 동시에 명시하면서 이사의 의무를 크게 강화한 것이다. 민주당은 기업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가로막아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게 불 보듯 훤하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이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릴 게 우려된다.
특히 소액주주는 물론 사모펀드·헤지펀드 등과의 법정 싸움이 이어지면서 기업의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이처럼 무리한 상법 개정안은 한국 기업들을 헤지 펀드의 먹잇감으로 전락시킬 수 있기에 글로벌 투기자본 ‘먹튀 조장 자해 법안’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이다.
사실 규제개혁은 시급하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의 경우 해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의 한국행을 막는 대표적 규제 ‘대못’으로 꼽힌다. 정작 괴롭힌 가해자는 내버려 두고 CEO를 처벌하는 법에 많은 외국 CEO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 특히 다수당인 민주당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장서서 이끌 수 있도록 규제개혁 등 법안 마련에 힘쓰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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