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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는 각기 야망을 가진 이들의 집합체다. 자연히 그 안에선 갖은 권모술수가 이뤄진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선을 넘었다가 역풍 맞은 이들이 적지 않다. 후한(後漢) 말의 권신 조조(曹操)가 대표적이다.
군웅할거 시기의 흔한 군벌 중 하나였던 조조는 서기 196년 헌제(獻帝)를 영접하고서 단숨에 조정 실세로 부상했다. 조조는 황명(皇命)에 힘입어 대장군의 지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집권여당 당수 격이 되자 마각을 드러냈다. 겉으로는 황제를 지극정성으로 받드는 척하면서 조칙 날조 등 국정을 마구 전횡한 것이다.
조조가 자기 정치에만 혈안이 돼 정권 찬탈 야욕을 숨기지 않자 조정에선 역적 처단 여론이 고조됐다. 국구(國舅·임금의 장인) 동승(董承)은 무리를 모아 조조를 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알아챈 조조는 동승의 무리를 처형했다. 그러고는 “배후가 있을 것”이라며 진상 조사를 한 끝에 동승의 딸이자 헌제의 후궁이었던 동귀인(董貴人)까지 참살했다. 한바탕 피비린내 끝에 조조는 213년 위공(魏公)에 취임했다.
조조의 ‘선 넘기’는 계속됐다. 그의 폭주를 본 복황후(伏皇后)는 부친 복완(伏完)에게 조조를 도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조는 이를 알아채자 또 “배후가 있을 것”이라며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복황후는 기어이 머리채를 잡혀 끌려갔다. 그 일가를 몰살한 조조는 황제를 겁박해 216년 위왕(魏王) 자리까지 꿰찼다.
민심은 폭발했다. 218년 길비(吉㔻)·후음(侯音)이란 자가 무리와 함께 후한 수도 허도(許都) 등지에서 반란 일으켰다. 조조는 패망 직전까지 갔다. 위나라는 같은 해 거병한 유비·관우에 의해 몰락 직전까지 내몰렸다. 219년엔 믿고 중용한 위풍(魏諷)이란 자가 위나라 수도 업군(鄴郡)에서 봉기했다. 모든 반란·침공은 겨우 수습됐으나 천운이 따라 줬기에 가능했다는 게 중론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에 대한 ‘공격 사주’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를 당에 지시했다. ‘배후’ 규명이 목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국정감사 대책을 세워야 할 여당 대표가 대통령실과 다투는 건 비정상(홍준표)” “이렇게 이슈를 키워야 하나(나경원)” “공력을 너무 많이 쓰는 느낌(김재섭)” 등 당내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내부 총질’이 당을 위기로 내몰고 한 대표 자신의 정치생명도 깎아먹을 수 있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조조는 천운이 따랐기에 기사회생했지만 한 대표에게도 그런 행운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진상 조사의 결말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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