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비상계엄 후폭풍 경기회복 강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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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살리기 민생안정 법안들 대거 국회 계류 중
각종 경제 활성화 대책 동력 얻지 못할 가능성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2-09 00:02:55

비상계엄의 후폭풍이 시급한 경기회복과 민생안정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내년과 내후년에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1.9%·1.8%로 2년 연속 1%대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마찰이 심해지고 미국의 관세정책이 강화될 경우 내년 1.7%·내후년 1.4%까지도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가 1%대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네 차례의 ‘위기’ 때뿐이다. 1980년 오일쇼크·1998년 외환위기·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2020년 코로나19 확산 등이다. 지금은 외생적인 위기가 아닌데도 2년 연속 1%대의 저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한국 경제에 내생적인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처럼 저성장이 고착화될 우려가 커지게 된다. 1980년대 고성장을 구가하며 ‘일본은 언제 미국을 능가할 것인가’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등 세계의 지가를 올리던 일본은 1992년부터 성장률이 하락해 지금까지 연평균 1% 미만의 성장을 하면서 최근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가 되고 말았다.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의 전자·반도체 회사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만큼 저성장 고착화가 무서운 것이다. 산업이 붕괴되고 일자리가 사라지며 민생이 도탄에 빠진다. 지금 한국은 저성장으로 자영업·중소기업·건설업 등의 도산이 이어지며 민생의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구조개혁·규제혁파를 하고 법인세 상속세를 낮추고 투자세액공제·연구개발세액공제를 확대하고 노동시장도 안정시키고 필요한 사회간접자본도 확충해 기업을 뛰게 해야 할 때이다.

이와 관련된 모든 법안이 여야 협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내년 예산도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정책방향 등을 통해 올해 추진키로 한 주요 민생·경제법안들이 외면받고 있다.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에 더해 정부가 내수 활성화 등을 위해 추가적으로 내놓은 정책 과제를 담은 법안들이 계속 쌓여 가는 실정이다. 계속되는 여야 간 ‘강대강’ 대치 국면에 법안 처리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법안 대다수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의 제대로 된 법안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전략기술시설 투자비용의 15~25% 세액을 감면하는 ‘K칩스법’ 연장 △일반 분야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 등이 법안 심사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민생법안으로는 △10년 이상 노후차의 신차 변경 시 개소세 70% 한시적 감면(100만 원 한도) △상반기 신용카드 사용 증가분의 20% 소득공제(연 100만 원 한도) △상반기 전통시장 사용금액 소득공제율 40→80% 상향 △국민 자산형성 지원을 위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지원 확대 등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이 쌓여 가며 건설사들의 부도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완화하기 위한 매입형 등록임대 허용 관련 법안은 앞서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된 상황이다.

이처럼 경제 살리기 민생안정 법안들이 대거 국회에 계류 중인데 이번 계엄령 선포로 예산안 처리와 경제 관련 각종 법안을 처리하는 데 국회 협조를 기대하기 더욱 어렵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 투자뿐만 아니라 국민 소비를 진작할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살아날 수 있겠지만 각종 경제 활성화 대책이 동력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내년도 예산안만 하더라도 이미 정부안에서 대통령실을 비롯한 검찰·경찰 등의 예비비와 특수활동비 4조8000억 원 가운데 절반인 2조4000억 원을 감액하는 등 4조1000억 원을 깎은 상태다. 감액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일부 사업은 집행 차질이 불가피하다.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에서 법인세·상속세 인하 가능성도 작아질 우려가 크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정부 합동 브리핑을 통해 “(감액 예산안은) 대외 불확실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인 우리 경제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과 기업에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불발된 탄핵 시도에 이어 임기 단축 등을 통한 퇴진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금 외우내환의 삼각파고에 직면하고 있다. 미·중 쟁패가 격화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거론되는 와중에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수도 있는 선택을 해서 경제에 도움 될 것이 없다. 여야 모두 민생을 외치고 있는 만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숙된 정치의 모습으로 지혜를 모아 민생안정에 진력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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