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野 기업 활력 제고는 뒷전 ‘재정 퍼주기’만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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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감액으로 尹의 친원전 정책 등 교착 상태 위기
경기침체·국가채무 증가 등 문재인정부 시즌2 우려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2-23 00:02:50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국가재정 적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4조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12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12월호’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총수입 498조7000억 원·총지출 529조1000억 원으로,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 재정수지는 30조5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흑자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 수지는 75조7000억 원 적자를 보이며, 적자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3조5000억 원 증가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91조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어 2020년(90조6000억 원) 이후 가장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의 금년 추정 GDP 대비 비율은 정부의 재정 안정 기준 3%를 상회할 것으로 우려된다. 10월 말 기준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 잔액은 전달보다 6조8000억 원 증가한 1155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관리재정수지가 나빠진 것은 사상 최대 ‘세수 펑크’ 때문이다. 앞으로 재정건전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국세 수입은 293조600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조7000억 원 감소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이 기업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가 17조9000억 원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결국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면 법인세도 줄어들어 재정수지 악화를 초래한다.

이런 가운데 비상계엄과 탄핵의 여파로 경기침체가 우려되자 정부에선 예산 조기 집행을 시도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통령 대행 업무 시작 후 첫 정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재정 당국에 “가용 재원을 내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심지어 추경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제 재건의 마중물과 민생회복을 위한 민생 추경, 설 전에 재정 온기가 퍼질 수 있는 신속 추경,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버금가는 슈퍼 추경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도 예산안에서 4조 원 감액된 것을 감안할 때, 통상적인 추경 규모를 훨씬 넘어야 한다”며 “지금 즉시 추경편성에 여·야·정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이미 야당 단독으로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이 일정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을 지급하고, 초과 생산량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농안법 개정안은 농산물 가격이 기준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생산자에게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는 농산물가격안정제도 도입이 핵심이다.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직접 개입한다는 점에서 부작용 우려가 크고 재정 부담이 적지 않은 법안이다.

서류 제출이나 증인·참고인 출석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인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재계에서는 기업비밀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19일 한 권한대행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야당이 단독 처리한 농업 4법(△양곡관리법 △농수산물 가격안정법 △농업재해 대책법 △농업재해 보험법)과 △국회증언 감정법 △국회법 개정안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반기업법들 처리 주장도 다시 대두되고 있다. 17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 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내란 사태로 연기했던 상법 개정 정책 토론회를 19일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현행법상 회사뿐 아니라 일반 주주로까지 확대해 소액 주주를 보호한다는 내용이 골자이지만 기업을 과도하게 흔들어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고 재계는 반대하고 있다.

한편 경제단체장들은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많은 업종이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는 점을 고려해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 전략산업이 글로벌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보조금 지원·근로시간 규제 완화를 위한 입법 추진을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아울러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와 관련 예산이 대부분 감액된 원자력 발전소 건설 확대 등 한국의 친원전 정책이 교착 상태에 빠질 위기에 대한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거대 야당은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법안들은 통과시키지 않고 상법개정안 등 악법은 주장하면서 경기침체에 대비해 추경만 주장하고 있다. 결국 기업 투자와 일자리는 줄어들고 재정만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 경기는 침체하고 국가채무만 큰 폭 늘어난 문재인정부 시즌2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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