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선택적 인권은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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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보편적 가치… 피의자 방어권 보장이 인권 존중

김영 정치사회부장·국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14 17:14:40

13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포함한 안건을 상정하려다 직원들과 일부 시민단체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들의 집단행동은 인권의 본질과 역할을 왜곡하고, 정치적 편향성으로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안건 심의에 참여했던 위원들은 15층 위원장실에서 화장실도 못 간 채로 사실상 구금 상태에서 3시간 가까이 있었다. 인권위 직원들에게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으나 경찰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은 특정 범죄나 사람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원칙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도 직결된다. 그런데도 인권위 직원들과 일부 시민단체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방어권을 보장하는 것이 마치 내란을 옹호하는 것인 양 왜곡하며 반대하고 있다.

과거 중대 범죄 혐의를 받은 피의자들에게조차 방어권 보장을 주장하던 이들이 이번 사안에서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이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뚜렷한 이중잣대다. 이들이 주장하는 인권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무엇을 위한 것인가.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수많은 여론적 압박 속에서 사실상 구금 상태와 다름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위협할 뿐 아니라 방어권 자체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면 이는 국가권력이 피의자의 기본 권리를 어떻게 침해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이를 방치하거나 묵인하는 것은 인권위 본연의 역할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다.

인권위의 역할은 특정 정치적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있다. 국가 폭력과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의자나 혐의자의 인권을 배제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더 큰 폭력을 낳는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방어권과 불구속 수사를 권고하는 안건은 법치주의와 인권 보호라는 관점에서 전혀 문제가 없는 기본적 요청이다. 그럼에도 이를 내란 옹호로 몰아가는 행태는 정치적 선동과 다를 바 없다.

비슷한 사례로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들의 방어권 보장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테러 혐의로 체포된 이들을 수감한 미국의 특별 시설로, 국제법 위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수감자들 중 일부는 몇 년 동안 기소도 없이 억류되었으며, 변호사를 만나거나 재판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이 문제는 미국 대법원까지 올라가며, 2008년 ‘부메디엔 대 부시(Boumediene v. Bush)’ 판결을 통해 수감자들에게 헌법상 보장된 ‘보석 신청권(habeas corpus)’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 판결은 “테러 혐의를 받는 피의자라 할지라도 법치주의와 인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한 중요한 사례로 남아 있다. 피의자의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법치주의와 인권이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깨우쳐 준 판결인 것이다.

이번 인권위원 감금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인권위 직원들과 시민단체가 자신들의 행동을 민주적 정당성과 결부 짓고자 하는 시도 때문이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범죄자다”고 단정 짓고 무죄 추정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헌법 정신에 반하는 행위다.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인권의 원칙을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것은 인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자해적 행위에 불과하다.

인권은 특정 사건이나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없는 보편적 가치다. 윤석열 대통령이든 누구든 간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방어권은 기본적 권리로 보장되어야 한다. 인권위가 상정하려던 안건은 대통령을 포함한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제안된 것이다. 이를 두고 내란 옹호라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인권이라는 이름 아래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 행위일 뿐이다.

인권위 직원들과 일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바는 그 자체로 모순과 이중잣대를 내포하고 있다.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기본적 인권의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면서 이를 민주주의나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 특정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자신을 변호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이는 곧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의 인권이 위협받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목적에 치우친 이러한 집단행동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왜곡하고 인권위를 반인권적 조직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인권위는 특정 집단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모든 국민의 인권을 공정하게 보호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인권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우리는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김영 정치사회부장·국장대우 jebo@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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