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로 부활한 위고의 걸작 '웃는 남자' … 극악 속에 피워낸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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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창작뮤지컬 최초 '그랜드슬램' 달성… 흥행·작품성 겸비
3월9일부터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네 번째 시즌 기대 만발

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15 20:15:59

▲ 뮤지컬 '웃는 남자'는 주인공 '그윈플렌'의 여정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2018년 초연 이래 2020년·2022년 흥행과 작품성을 증명한 작품이다. EMK뮤지컬컴퍼니

찢어지게 가난하고 비천한 삶 가운데 늘 웃음의 가면을 쓴 한 남자가 있다. 뮤지컬 ‘웃는 남자’에선 흉하게 변한 얼굴이지만 웃음 짓는 얼굴로 웃음을 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한 청년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원작은 대문호인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 스스로 자신의 최고 걸작이라고 꼽았던 장편소설 ‘웃는 남자’(1869)다.

2018년 국내 초연 이래 2020·2022년을 거쳐 올해 1월9일 다시 무대에 오른 뮤지컬 ‘웃는 남자’(EMK뮤지컬컴퍼니 제작)를 3월9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다. 앞선 공연으로 이미 흥행 저력이 입증됐다. 초연 당시 한달 만에 최단기간 누적관객 10만 명을 돌파, 객석 점유율 평균 92%, 총 24만 명 관객 등 드문 기록을 세웠다.

작품성도 인정받아,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6관왕·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3관왕·제6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뮤지컬부문 최우수상·제14회 골든티켓어워즈 대상 및 뮤지컬 최우수상을 휩쓸며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상태다.

▲ 뮤지컬 '웃는 남자'에선 흉측한 외모의 광대 그윈플렌에게 고귀한 품성을 보며 자신들 내면의 괴물을 발견하는 왕족이 등장한다. 17세기 대영제국의 통치자인 앤 여왕은 부유함과 미모를 가진 이복동생 조시아나 공작을 질투하며 고통스러워 한다. EMK뮤지컬컴퍼니

웃는 남자 이야기는 17세기 청교도혁명 시대 타락한 귀족사회의 영국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원작자가 차마 자기 나라 이야기로 하기 어려울 만큼 쇼킹한 설정이다. 권태로운 특권층에게 여흥과 놀잇감을 제공하고자 아이들을 납치해 기형적인 외모의 광대를 만드는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가 횡행하던 시대, 주인공 그윈플렌의 경우 기이하게 찢긴 입을 가지게 됐다.

뮤지컬에선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가학행위를 당한 후 버려진 그윈플렌이 매서운 눈보라 속에 홀로 남겨진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부터 이동·대형 조형물·소품과 LED화면이 조화를 이룬 예측불허의 입체적인 무대의 장대함과 서정성에 황홀하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대본·음악·무대 세트·의상·조명 등 모든 면이 돋보이며, 지휘자의 완벽한 주도 아래 선사한 음악적 완성도 또한 더 말할 것 없다.

출생의 비밀을 안고 데아와 함께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에게 거둬져 유랑극단의 광대로 명성을 얻게 된 그윈플렌 역에 박은태·이석훈·규현·도영이 열연한다. 그와 평생을 약속한 ‘눈먼 천사’ 데아 역엔 이수빈·장혜린, 우르수스 역엔 서범석·민영기, ‘조시아나 여공작’ ‘앤 여왕’ 역엔 각각 김소향·리사와 김영주·김지선이 나섰다.

▲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주인공 그윈플렌은 영혼의 단짝 데아와 함께가는 길을 선택한다. EMK뮤지컬컴퍼니

그윈플렌은 데아와 남매처럼 자라면서 순수한 영혼의 그녀에게 끌린다. 시각장애인인 데아 역시 외모 편견 없이 그윈플렌을 사랑한다. 고귀한 신분과 부유함·미모를 갖춘 조시아나 여공작, 대영제국 최고 권력자이면서 그런 이복동생 조시아나를 질투하는 앤 여왕에게 유랑극단의 그윈플렌이 왜 눈에 들어왔을까.

이들 왕족 여성들이 그윈플렌에 매료된 것은 그의 흉측한 외모 속에 빛나는 품성이 그녀들 내면의 괴물을 발견하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 귀족·왕족에게 건네지만, 사실상 세상을 향한 그윈플렌의 메시지가 묵직하다. 진정한 행복에 관한 깨달음이 21세기에도 새롭게 다가온다.

이유경 기자 leey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그윈플렌 # 웃는 남자 #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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