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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블러디 러브’는 한 여인과 평범하길 원했던 남자의 격정적이면서도 애달픈 사랑, 그리고 숙명과의 격투를 그린다. 1469년 트란실바니아의 군주 트라큘라에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육신의 저주가 있다. 이것을 딛고 펼쳐진 아드리아나를 향한 순애보에 관객들은 한순간도 눈을 떼기 어렵다.
블러디 러브는 빅토리아시대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1847~1912)의 대표작 ‘드라큘라’(1897)를 바탕으로 제작된 동명의 체코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피알컴퍼니가 제작사로 참여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주인공 등 기본적인 요소들은 원작을 계승하되 현대적인 재해석을 거쳐 창작 뮤지컬로 새롭게 태어난 블러디 러브는 1998년 국내 초연 이래 2000년·2006년·2019년·2022년을 거쳐 지난해 12월7일부터 새로움을 더해 여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
1막에선 이야기의 배경인 십자군 전쟁 때의 참혹한 이야기가 집중 조명된다. 드라큘라는 교황 권력을 둘러싼 거짓된 명분의 전쟁 참여를 거부했으나 그의 부재시 성에 침입한 십자군 실세 반 헬싱 대주교 군대에 백성이 전멸한다. 아내 아드리아나까지 납치된 채 드라큘라는 시신들 앞에서 절규하며 ‘저주의 봉인’을 해제하고 만다. 흡혈귀가 된 것이다.
2막 도입부에서 1969년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미국 라스베가스 한 골목에 드라큘라를 제거하기 위한 모략이 펼쳐진다. 작전을 세우는 반 헬싱와 추종자들, 그리고 아드리아나의 환생 엘로이즈가 있다. 힘을 뺄 음료를 드라큘라에게 마시도록 하는 막중한 임무가 엘로이즈에게 주어졌다. 그녀를 한눈에 알아본 드라큘라는 기쁨도 잠시,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블러디 러브의 이번 시즌 무대는 탄탄한 연기력과 매력적인 음색을 겸비한 가수들로 구성됐다. 김법래·테이·최진혁이 왈라키아(루마니아) 공국의 위대한 군주 ‘드라큘라’, 김형묵·김준현이 ‘반 헬싱’, 김아선·정명은이 '아드리아나' 역을 맡았다. 그 외 주요 조연 ‘디미트루’ 역의 후이·남우현·상연·유태양·원혁, ‘로레인’ 역의 여은·이윤하도 눈길을 끈다.
탐욕에 눈먼 십자군에 절대 참여하지 않겠노라 선언하고 신의 뜻을 거스른 반역자로 찍힌 ‘드라큘라’는 아드리아나를 가슴에 간직한 채 500년간 일편단심 그리워한다.
저주받은 괴력을 사용하지 않으려 안간힘쓰다 백성과 가족을 지키고자 흡혈귀의 힘을 꺼내 쓴 후 피에 대한 갈증으로 괴로워한 500년이기도 했다.
뛰어난 전사이자 드라큘라의 충신인 ‘디미트루’, 먼 친척인 드라큘라를 짝사랑하면서 전쟁 희생양이 된 여인 ‘로레인’의 존재감도 놓칠 수 없다.
형형색색 무대 연출 또한 돋보였다. 무대 전체를 아우르는 대형 미디어아트 영상을 활용해 이야기 배경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대형 기둥의 무대장치가 이동함으로써 서사를 위한 다음 단계 공간을 열어준다.
특히 초반 15세기 트란실바니아의 십자군 전쟁 장면이 압도적이다. 무대가 20세기 미국 라스베가스로 옮겨간 후에는 전통성과 현대성을 조화롭게 융합해 흡인력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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