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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외교사학회(회장 이철순)가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원장 안도경)과 함께 해방 80주년을 맞이한 올해, 해방 전후의 역사를 국제정치사의 맥락에서 재조명하는 연례학술회의를 개최했다. 학술회의에서는 이승만 건국대통령의 업적이 재조명됐다. 1945년 해방 이후 한반도 간접통치를 원했던 미국과 갈 미국의 안보테두리 내에서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총선거 실시·한국 문제의 유엔 이관을 철두철미하게 준비한 그의 업적이 부각됐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삼익연구소에서 20일 ‘해방전후사의 국제정치사적 재조명’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는 한국정치외교사학회·서울대사회과학연구원이 공동주최했다. 학술회의를 주관한 이철순 한국정치외교사학회장은 “1945년 8월을 전후로 한 몇 년의 시기 동안에 오늘날 대한민국의 원형이 거의 결정되었기 때문에 해방전후사에 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연례학술회의는 해방전후사를 비교사적, 국제정치사적 맥락에서 바라보고자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올해가 해방 8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니만큼, 본 학술회의를 계기로 ‘해방전후사 연구’에 많은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회의는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가 ‘해방전후사의 국제정치사적 재조명: 기존 연구에서 제기된 쟁점들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기조 강연에 이어 △제1부 ‘38선 획정과 소련의 점령정책’ △제2부 ‘신탁통치론과 좌우합작’ △제3부 ‘남북협상과 대한민국 건국’세션으로 각각 다뤄졌다.
기조 강연에서 김학준 교수는 기존 연구들에서 제기된 중요 쟁점들에 ‘분단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해방 전후사의 쟁점들을 정리했다. 해방 전후사에서 소련과 미국은 한반도에 진주하여 정권을 수립하고자 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군·소련군의 남한·북한 점령과 군정 통치에 대한 재인식이 이뤄졌다. 김 교수는 “이러한 쟁점들의 밑바탕에는 제2차대전 종전 직후 시작된 동서냉전 또는 국제냉전이 깔렸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소련을 정점으로 하는 세계적 수준에서의 냉전이 한반도에서 대결구도를 만들어냈고, 그 대결구도에 포위된 남과 북은 통일을 추구하는 대신 분리를 지향해 마침내 전쟁을 치르게 됐다”며 “해방전후사 연구에서 국제정치사적 접근은 필수 불가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냉전이 국제 냉전에 영향을 미친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방전후사에 대한 국내정치적 접근은 타당성이 일정하게 인정되며, 해방전후사 연구에서 국제정치사적 접근은 필수불가결하다”고 했다. 계속해서 “1943년부터 45년까지 11년에 걸쳐 카이로·포츠담·모스크바·유엔총회·정전회담·제네바 회담 등 최소 6차례 국제회담이 ‘코리아의 문제’를 다뤘다는 것이 이 문제의 국제적 성격을 웅변한다”고 강조했다.
제1부에서는 김명섭 연세대 교수가 ‘1945년 승전국들의 일본제국 분할과 한반도 해방광복’을 주제로 첫 번째 발표에 나섰다. 이어 국민대의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가 ‘소련의 점령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김명섭 교수는 “한국에서 해방세대가 자연적 수명을 다하면서 미국이38선을 제안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은 확대재생산 되었던데 비해 1941년 이후 미국이 일본과의 전쟁을 통해 한반도 해방광복에 이바지한 측면에 대한 기억은 축소재생산되었다”며 “이것은 한국민족주의라는 좁은 틀에서 역사를 공부시키는 제도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이어 “38선은 차악의 선택이었고, 최악의 선택은 미국이 코리아에 상륙하지 않고, 만주와 한반도 전체의 일본 무장해제를 소련에 맡긴 후에 신탁통치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의 국가사회주의가 형성된 기원과 관련하여 북한과 동유럽 사회가 구별되는 특징에 대해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1951년까지 북한은 국가에 불만족할 경우 국가를 이탈할 자유가 있었으며 1945년부터 1951년 사이에 비공산주의자는 사실상 추방당하기도 했다”며 “동유럽 국가의 경우 대부분 반체제 인사라도 벗어날 수 없었고, 많은 경우에 탈출 할 곳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모습이 1945년부터 50년까지 기간에 북한 사회형성기에 ‘인민민주주의’가 레닌주의와 소련의 모습을 닮았으며 소련 감독하에 있어도 동유럽사회주의와 구별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2부에서는 송지예 박사가 ‘신탁통치론 재조명: 미국과 소련의 국가이익 추구를 중심으로’, 양준석 국민대 교수가 ‘세계사적 시각에서 본 좌우합작’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송지예 박사는 미국과 소련이 구상하고 있었던 전후 국제질서 속에서 신탁통치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준석 교수는 해방 후 좌우합작의 전개 과정과 중간파에 대한 미군정의 제한적 지원 의도, 중간파가 스스로 지니고 있던 ‘민족’, ‘민주주의’ 인식의 한계 등을 언급했다.
남북협상과 대한민국 건국을 다루는 제3부에서는 유나영 박사가 남북협상의 전모는 소련의 통일전선 전략의 연장 선상에서 좀 더 긴 과정을 통해 살펴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명수 서울신대 명예교수는 이승만의 정읍선언 이후 그해 10월부터 열린 유엔총회를 중심으로 이승만과 임영신이 미국의 한국위원회와 함께 수행한 외교활동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 활동은 해방 후 한국인이 처음으로 국제무대에서 행한 외교활동으로서, 향후 진행될 여러 외교활동의 기초가 되는 것이었다.
박 교수는 “이승만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연합국과 함께 싸운 승전국의 일원으로 설명하고자 하였다. 또한, 당시 대일배상문제가 워싱턴에서 논의됐는데, 이승만은 여기에 참여하여 한국의 입장을 대변하고자 했다”며 “대일배상문제는 해방 후 한반도의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였다. 비록 이런 그의 시도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이승만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익을 대변하려했던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승만의 1946년 가을 유엔총회 참석은 그가 이미 정읍선언을 통해서 천명한 그의 외교방침을 구현한 것이다. 미소공위는 실패로 돌아갔고, 임시정부(과도정부)를 통해서 세계무대에 나가서 한반도의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이승만의 정읍선언은 임영신을 통한 유엔외교를 통해서 구체화됐다”며 “이승만의 외교는 그가 일제시기부터 임정을 승인받아 외교를 통해서 독립을 이루겠다는 과거의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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