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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꽃 피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왔다. 발길이 닿는 곳곳에서 봄 기운이 몰고 온 따스한 꽃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그렇게 올해도 봄은 왔다. 그 4월의 예쁘고 화사한 날에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서초동 관저로 귀환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만인의 봄꽃으로 돌아올 줄 알았던 대통령은 자연인 신분이 됐다.
대통령은 2030세대의 윤버지(윤 대통령과 아버지의 합성어)였고 반국가 세력과 싸우는 우리의 꽃이었다. 군사기밀 장소인 대통령 관저에 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영장을 든 공수처·경찰이 들이닥쳤을 때도 “불법 수사이지만 유혈 사태 막으려 공수처 출석에 응하겠다”며 이들을 따라나섰던 우리의 어른이었다.
“경호처 직원뿐만 아니라 나를 체포하러 온 공수처·경찰 관계자 등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 누구도 다치는 걸 원치 않는다”는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이 말은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고 윤버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이 일화는 꽤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기자가 다닌 현장 이곳저곳에서 “우리가 언제 이런 대통령을 만나본 적이 있던가. 윤 전 대통령을 정말 다시 보게 됐다”는 시민들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렇다. 우리는 따스한 봄날처럼 모두를 보듬어 줄 관용과 상생을 외치는 지도자를 간절히 원했다. 그 이유가 결정적이었다.
그래서 그 추운 겨울 밤새도록 간절히 탄핵 무효를 외쳤다. 뜨거운 입김이 터져 나오고 피켓을 든 손이 차갑게 얼어 가는 줄도 몰랐다. 얼마 안 있어 다가올 봄 꽃놀이의 기대에 들떠 힘든데도 힘든 줄 몰랐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를 꺾어 버렸다. 선고일 날 재판정에 등장한 8인의 재판관은 조금의 여지도 허용하지 않은 채 대통령을 자연인으로 돌려 보냈다.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법치주의와 자유 민주주의를 숭상하는 이 땅의 시민들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아!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걸 알았습니다”
너무 의외의 결과에 무력함과 슬픔·패배감이 한 순간에 몰려왔다.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고 생각한 시민들은 하릴없이 그 자리를 맴돌 뿐이었다. 그리고 비로소 깨달았다.
그동안 따뜻한 봄볕에 취한 나머지 마지막 한 송이 꽃이 다 져 가는 것도 모른 채, 그저 다음 꽃놀이만 기다리며 들떠 있었다는 것을.
꽃이 지고 나니 냉혹한 현실이 닥쳐왔다. 봄을 꿈꾸는 호사가 더 이상 허락되지 않을 거라는 무서운 예감과 함께….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 대변인의 발언이 즉각 화제가 됐다. 윤 전 대통령이 관저에서 나오며 지지자들과 인사한 것을 두고 “한결같은 진상의 모습에 치가 떨린다”며 원색적 비난을 이어간 것이다. 조 대변인은 윤 전 대통령 퇴거로 퇴근 시간 그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퍼레이드’가 벌어졌고 관저 앞에 마중 나온 젊은 지지자들과의 포옹이 미리 연출된 모습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당론과 이념을 떠나 전 국가 원수가 진상이 되는 이 나라는, 안타깝고 기괴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거대 야당의 품위와 여유로움은 어디로 갔으며 굳이 표독함만 남은 날카로운 비수를 뽑아야만 했는지 묻고 싶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나는 이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면서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게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가 그토록 목숨 걸고 지켜 내고자 했던 자유 민주주의라는 숭고한 가치는 메아리가 되어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시 꽃이 피면 또다시 봄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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