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우 정상과 각각 90분·60분 통화 후 종전 협상 가동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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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014년 이전 국경선 회복은 비현실적"… 젤렌스키 '안전보장' 요구
베센트 재무장관 "광물 자원이 '우크라 안보방패' 될 수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14 08:50:05

▲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 작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장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각각 90분·60분 통화했으며 종전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는 트루스소셜 글에서 "푸틴과 긴, 고도의 생산적인 전화 통화를 했다. 러·우 양측 팀이 협상 즉각 개시에 합의했다"고 쓴 후 백악관 행사 석상에선 푸틴과의 사우디아라비아 정상회담 예정 소식을 알렸다. 크렘린궁도 이날 “두 정상이 약 1시간30분 통화로 우크라이나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논의”했음을 전했다.

미·러 정상의 통화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른바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하기 직전인 2022년 2월12일 푸틴과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1시간가량 통화한 이후 3년 만이다. 바이든은 오래 누적된 러시아의 불만을 수습하지 못했다. 그 배경으로 서방 세계의 약속과 달리 소련 해체 후 나토가 동쪽으로 세력을 꾸준히 확장한 사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계 주민 처지 악화, 유가 상승으로 연결된 바이든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러시아에게 군비 마련의 계기를 제공한 결과를 꼽을 수 있다. 그간 러·우 관계의 특수성은 시종일관 무시됐다.

이날 트럼프는 푸틴과의 통화 후 젤렌스키와 약 1시간 통화한 다음 "대화가 아주 잘 진행됐으며 그도 푸틴처럼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역시 엑스(X)에 "미 대통령과 유의미한 대화를 나눴다. 평화를 달성할 기회들, 함께 일할 준비와 드론 및 기타 첨단 산업 등 우크라이나의 기술 역량에 관해 논의했다"고 썼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우크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해 "그것이 실용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국경선의 2014년(크림반도 병합) 이전 상태 복원에 대해선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짚었다. "일부는 되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덧붙여 여지를 남기긴 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 또한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40여개국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우크라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비슷한 종전협상 기준을 제시했다.

헤그세스는 "우리도 여러분들처럼 독립 주권의 번영된 우크라이나를 원한다"면서 "그러나 2014년 이전 국경으로 돌아가는 게 비현실적인 목표임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며 이런 환상적인 목표를 쫓는 것이야말로 전쟁 연장과 더 큰 고통을 야기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속 가능한 평화엔 "전쟁 재발을 막을 강력한 안전보장이 포함돼야 한다"면서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나 미군의 현지 배치엔 명확히 선을 그었다.

결국 미국 측 종전 구상은 푸틴의 주장에 가깝다. 작년 6월14일 푸틴이 전쟁의 즉각적인 종식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러시아가 대부분 장악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 전체로부터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할 것을 제시했었다. 크림반도·돈바스 지역 등 2014년 이후 러시아가 차지한 우크라이나 땅을 다 되찾는 것과 우크라의 나토 가입이 불가능한 것임을 미국도 확실히 인정한 셈이다.

푸틴의 종전 조건에 결사 반대라던 젤렌스키가 달라진 태도를 보인 지 오래지만 관건은 안전보장이다. 9일 방영된 영국 ITV 인터뷰에서 그는 종전 조건으로 재차 확고한 안전보장을 요구했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일부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최근 논의에서 나토 가입을 사실상 포기한 모양새다. 대신 평화협정에 따른 군사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젤렌스키의 요구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현 가능성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이날 발간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 내 나토 구축이 필요하다. 그 의미로 러시아 현 수준의 군대를 가지게 해달라"며 목소리 높였다. 그는 또 "이 모든 것을 위해 무기와 돈이 필요하고 미국에 이를 요청할 것"이라면서 이를 '플랜 B'로 규정했다.

한편 트럼프는 5000억 달러(726조 원)어치로 추정된 우크라 희토류를 미국이 확보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거래의 달인' 트럼프를 의식한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제안한 바 있다. 트럼프2기 행정부 각료로선 처음 이날 키이우를 방문한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이 '광물 거래'는 전쟁 후 우크라이나에게 '안보 방패'가 될 수 있다며 협상 초안을 제시한 상태다. 14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J.D. 밴스 미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참석해 젤렌스키와 만남으로써 미국과 우크라 간 종전협상 논의가 본격 개시된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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