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광물자원 50% 지분으로 미군배치 이끌어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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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희토류 세계 최강자 중국 의식하며 셈법 분주
우크라 1500조 원어치 희토류 대부분 러 점령지 분포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16 15:58:47

▲ 15일(현지시간) 제91차 뮌헨안보회의(MSC) 참석차 독일 뮌헨에서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노르웨이의 요나스 가르스퇴레(젤렌스키 정면 맞은편) 총리가 양자회담을 가지고 있다. AFP

▲ 뮌헨안보회의(MSC) 이틀째인 15일(현지시간) 볼프강 쉬미트(오른쪽 두 번째) MSC 대표와 올렉시 체르니쇼프 우크라이나 총리가 MSC 회원국들의 우크라 지원 의사를 담은 '유니티 허브'(Unity Hubs)에 서명한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끝) 우크라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자축하고 있다. AFP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희토류 지분 50%의 미국 양도’를 거부했으며 더 나은 협상을 시도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앞서 미 NBC방송은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이 1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희토류 50% 소유권을 인정 받을 경우 종전협정 체결 후 이 광물자원을 지키기 위한 미군 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 세 명은 미군 배치 등 미국의 안보보장과 관련된 내용이 협상에 빠져 있었다고 FT에 밝혔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광물협정이 자국의 장기적인 안보에 어떻게 기여할지 물었으나, 베센트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 영토 내에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만 했다고 한다. ‘휴전협상 당장 개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인 반면, 우크라 측은 휴전 후 자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러시아의 재침략 방지 방안마련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측에 강력히 요구해 왔다.

우크라엔 리튬·티타늄·흑연 등 이른바 ‘희토류’가 풍부하다. 하지만 1조 달러(약 1500조 원) 규모 이상의 매장량으로 추정되는 이들 자원이 대부분 현재 러시아 점령 지역이거나 완전 지배가 가시화된 동부(러시아 서부) 전선 근처에 분포돼 있다. 희토류란 자연계의 희귀 금속으로, 열 전도율이 높아 전기차 등 21세기 산업 전반에 불가결한 광물들을 아우른 명칭이다. 미·중 대결 구도가 희토류의 전략적 의미를 무한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5%를 차지하며 생산국 1위이기도 하다. 최근 트럼프의 관심 표시로 새삼 화제를 부른 그린란드 또한 지정학적·군사적 위치 외에 150만 톤 희토류가 큰 매력으로 꼽힌다. 2023년 6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어업 분쟁 당시 중국 정부가 희토류 금수 조치를 내리자 강경한 자세이던 일본이 사흘 만에 물러난 바 있다.

베센트 장관은 이 광물협정을 “경제협정”으로 규정하면서도 그것의 군사적 효과를 언급했다. 즉 “전쟁 종식 후 장기적인 우크라 안전보장이 될 ‘경제적인 약속’을 트럼프 정부가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미국이 우크라 광물 매장지를 확보하기만 해도 ‘러시아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우크라 내 미국 자산이 러시아 침공을 막을 일종의 인계철선(자동 폭발장치를 작동시킬 철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분쟁 발생 시 재판 관할을 미 뉴욕법원으로 협정문에 명시한 것도 반발을 불렀다. 한 관계자는 “이게 트럼프식 거래이자 협상 방식”이라며 고충을 호소했다고 FT가 전했다.

NBC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뮌헨안보회의 연설 내내 미국 측 제안에 대한 법적 검토와 수정 제안 등의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줄곧 해당 문서에 대해 ‘협정’ 대신 ‘양해각서’(MOU)라는 표현을 썼다. 상호 거래 의사만 확인한 문서인 양해각서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젤렌스키는 “이 양해각서가 우리 국민에겐 미국의 지원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러시아를 향해 우리 의도를 드러낼 매우 강력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한 유럽연합(EU) 고위 인사는 젤렌스키가 광물협정 서명을 미룬 이유에 대해 유럽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도 광물 채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압박을 지적했다. 14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우크라 대표단의 광물협정 초안 전달을 보도할 때부터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부각시킨 것은 트럼프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래 우크라에 제공해온 무기 등 각종 원조를 희토류로 회수하려 하다는 점이었다.

트럼프도 이미 1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크라의 5000억 달러(약 721조 원)어치 희토류 광물을 원한다. 우크라도 기본적으로 동의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또 최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우크라 희토류 접근을 ‘안보’ 차원으로 바라본다. 그 엄청난 희토류에 수천억 달러 투입하겠다. 난 희토류의 안전을 원한다”고 말했다. 희토류 최강자 중국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후 JD 밴스 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만약 러시아가 선의로 평화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크라에 미군 파병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우크라 측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이번 광물협정 관련 미국 측 초안은 젤렌스키가 작년 여름부터 개발해온 ‘승리 계획’의 일환을 받아들인 것이며, 7일 젤렌스키가 자진해서 희토류 개발권을 트럼프에게 공식 제안한 것은 주한미군 수준의 안전보장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우크라로선 생사가 달린 절박한 문제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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