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형배는 ‘꼭두각시’인가 ‘커튼 뒤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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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탄핵 재판 ‘TF’ 존재 언급한 배경에 관심 쏠려
‘대본’ ‘TF’ ‘만장일치’ 워딩에 함축된 정치적 계산
비난은 회피하고 권한은 행사하려는 ‘시선 돌리기’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18 00:02:02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돌연 언급한 “TF에서 올라온 대본대로 재판을 진행한다”는 발언은 충격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이 발언은 헌법재판관들이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내부의 ‘TF(태스크포스)’라는 조직이 실제로 재판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문형배 대행의 표현에 따르면 TF팀의 존재는 단순히 재판의 절차나 일정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서, 사실상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비쳐진다. 그가 “대본대로 재판을 진행한다”고 말한 것은 마치 헌법재판관들이 대본에 맞춰 연기하는 ‘꼭두각시’처럼 느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헌법재판소 내부의 TF팀은 사실상 10여 명의 헌법연구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재판 절차와 일정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이 헌법연구관들이 재판관들의 독립적인 판단을 대신해 대본을 작성한다는 것이 문 대행의 설명이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그가 ‘대본’이라고 지칭한 TF의 서류를 들고 재판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대본’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정치적 함의를 내포하는 것으로서 이는 정치적 계산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정치적 계산이 재판의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특정 사안에 대해 헌법재판관들이 자율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TF에서 올라온 대본에 따라 재판이 진행되는 것이라면 재판관들이 외부의 압력에 의해 결정을 내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 재판 진행 과정에서 문 대행은 ‘만장일치’ 혹은 ‘헌법재판관 8명이 모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는 두 가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 하나는 재판관들이 독립적인 의견보다는 외부의 권위에 의해 의견을 통일한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외부의 존재가 막강한 권위를 지니고 있어 재판관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따르는 결정이니 이에 대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사실 문 대행의 발언은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빤하다. 국민은 탄핵심판이라는 중대한 사건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판단을 내리기를 당연히 기대하기 때문이다. 8명의 헌법재판관이 아닌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별도의 조직이 실질적으로 재판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라면, 이는 헌법재판소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그런데도 갑자기 ‘TF’ ‘대본’ 등을 입에 올려 제 발등을 찍은 문 대행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일각에서는 문형배의 발언이 ‘시선 돌리기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행은 현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재판과 관련해서 줄곧 절차적 하자에 대한 비난을 받아 왔다. 게다가 최근에는 ‘행번방’으로 지칭되는 음란 게시물 사이트 관련 논란으로 사면초가의 압박을 느끼고 있을 터이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TF팀’이라는 외부 조직을 내세워 여론의 관심과 시선을 따돌리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대본은 내가 쓴 것이 아니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듯 보인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장이 그 TF팀을 임명하는 구조 속에서 문형배의 주장은 책임과 비난은 회피하고 권한 행세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속셈으로 읽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터무니없는 이유로 ‘박근혜 탄핵’을 경험했던 국민이 더 이상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문형배 대행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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