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 유럽달래기… 유럽 주요국에 '미·러 회담 결과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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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대러제재 해제 반대"… 佛英獨波 '평화유지군' 입장 갈려
트럼프 "젤렌스키 지지율 4%… 협상석에 앉으려면 선거부터"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19 17:11:50

▲ 마코 루비오(우측(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4시간여 회담한 후 유럽 주요국 정상과 유럽연합(EU) 고위 대표 등과 통화하며 회담 결과를 브링핑했다. 우크라이나전쟁 종식을 향해 러시아와 단독 대화에 나선 미국 행보에 반발하는 유럽 '다독이기'로 풀이된다. UPI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외교 수장에게 이날 있었던 미·러시아 장관급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회담 직후 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 외무장관과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 등과 통화했으며 이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과의 회담 결과를 브리핑했다. 이어 이들 서유럽 외교 수장들과 우크라이나 분쟁의 지속가능한 종식을 위한 노력 과정에서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는 말이 덧붙었다.

루비오 장관의 통화란 미·러 회담을 둘러싼 유럽 측 불만을 최대한 무마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부 고위 인사들이 이날 사우디에서 4시간여 회담을 통해 전쟁을 끝내기 위한 고위급 협상팀을 각각 꾸리기로 했으며, 양국 주재 대사관 운영 정상화 등을 위한 협의 메커니즘을 만들기로 했다. 나아가 전쟁 종식 이후의 경제 및 투자 기회와 양국의 지정학적 상호 이해 관계를 위한 미래 협력의 토대를 만들기로 양측이 뜻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유럽의 싸늘한 반응은 위기감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루비오 장관이 미·러 회담 후 유럽의 대러제재 해제 문제를 거론한 것에 “우리 손 안의 강력한 카드를 내주는 게 현명치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우크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19일로 예정됐던 사우디 방문을 하루 전 연기한 것 역시 미·러 회담에 대한 불만 표출로 풀이된다.

미·러 외교 수장은 ‘유럽 평화유지군’에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18일(현지시간) BBC방송이 라브로프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을 짚었다. 평화유지군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는 종전 이후 시나리오 중 하나다. 작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내놓았으며 최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경제 침체뿐 아니라 다음주 총선에서 정치 격변이 예상되는 독일로선 이런 논의를 할 여유가 아예 없으며, EU 정상의 파리 긴급 회동 당시 폴란드는 자국군 파병에 대해 “상상 밖”이라고 일축했다.

라브로프가 우크라의 나토 가입을 ‘러시아를 향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했지만 루비오와의 회담에 대해선 “매우 유익한 대화였다”고 밝힌 가운데 트럼프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회담이 종료된 직후 트럼프는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우크라의 계엄상태를 지적하면서 “말하기 싫지만 지도자(젤렌스키) 지지율이 4%에 불과하며 나라도 산산조각 났다”고 말했다. 협상 배제에 반발하는 우크라를 겨냥해 “이 자리(협상테이블)에 앉고 싶다면 먼저 오랫동안 선거를 미룬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겠느냐” 꼬집었다. 취재진이 ‘러시아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우크라 대선을 원한다는 얘기’를 거론하자 트럼프는 “나와 다른 나라들도 하는 얘기”라고 답했다.

트럼프 발언이 보도되자 우크라 언론에선 반박 보도가 나왔다. 특히 ‘젤렌스키 지지율 4%’라는 언급에 키이우 인디펜던트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면서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의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이 연구소가 작년 12월 우크라 국민 2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인터뷰 방식의 여론조사 결과에선 젤렌스키 국정수행 지지율이 52%로 집계됐다. 다만 젤렌스키 지지율은 2022년 5월 90%, 2023년 12월 77%, 2024년 5월·9월 각각 59%로 하락 추세를 보여 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면 머리기사로 트럼프 발언을 전하며 “러시아가 우크라 전시 지도자를 축출하고 친푸틴 인사를 내세우고자 선거를 이용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논평했다. 또 리야드 미·러 회담에서 양국은 평화협정이 최종 합의 되기 전 우크라에서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계엄령 아래 전시내각 체제로 운영돼 온 우크라는 작년 3월 대선을 미뤘고 대통령 임기 또한 연장됐다. 러시아 측은 “젤렌스키의 국가권력 찬탈”이라며 향후 협정 등 합의문 서명 시 적법한 대통령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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